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존 론슨 지음, 정미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심령술사를 보여주었던 것 중에 지금까지도 가장 강한 느낌을 남겨주는 이야기가 있다면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영매 역할을 했었던 배우의 모습이다. 강한 의지로 액자를 넘어뜨린다거나 동전을 밀어올리던 남자의 영혼. 그리하여 그 영혼의 존재를 미심쩍지만 믿게 되었던 여자의 마음. 그런데 정말 그럴 수 있는 것일까? 벽을 사이에 두고 건넌방에 있는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다거나 하는 황당한 일들이 정말 생겨날 수 있다는 말일까? 언젠가 매스컴을 통해 위험에 빠진 자식을 위해 자동차를 들어올리는 엄마가 있었다는 말은 나도 들은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전문적으로 하는 군사조직이 있을 수 있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한 두 사람이 그런 경우는 뭐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하겠지만 단체로 그런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어지는 유리 겔라나 데이비드 카퍼필드같은 단순히 마술이라는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조차 그런 류의 작전에 휘말려 들었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것은 사실적인 것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러니까 믿으라고?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이란 제목만 보면 단순히 추리소설이나 판타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자가 뉴스를 다루는 저널리스트라는 말에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일종의 다큐와 같은 내용이겠구나 싶어 살풋 흥미를 자아내기도 했다. 누군가를 따라다니며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직접 사건속으로 뛰어들어 사건을 파헤치는 형식은 긴장감마져 들었다. 그야말로 SF소설같은 이야기였다. 미국의 군사정보시설이나 기밀을 파헤쳐가는 일들이 실제적으로도 이렇게 일어나는구나 싶기도 했다. <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이라는 말속에 함축되어진 커다란 의미들을 저자의 발길을 따라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다. 염소를 노려보기만 해서 죽일 수 있다는 힘, 일종의 초능력을 키우기 위해 모여든 집단.. 그런 집단들에 의해 많은 희생자들이 생겨났고, 자신들이 유추해냈던 일들에 대한 효과를 시험해 보기 위해 저질렀던 비인간적인 행동들은 정말이지 읽는 사람에게조차 역겹게 다가왔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미국이 지금도 최대의 실패라고 여기는 베트남전이 이야기의 실마리인 것처럼 보여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거란 생각마져 든다. 일전에 실감나게 읽었던 가케하시 쿠미코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전쟁 이야기라거나, 그 책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아버지의 깃발>이라는 영화속에서 보여지던 참전용사들의 뒷이야기속에는 사람이 사람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었던 까닭이다. 지금 현재도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병사들이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며 정신적인 고통과 싸워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뉴스를 들어본 기억이 있는 걸 생각하면 단순히 베트남전에서의 일이 동기가 되었다고 하기엔 뭔지 껄끄럽게 다가오는 뉘앙스가 있다. 죄의식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니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는 생각.. 정말 기가 막히지 않은가 말이다.

간혹 정말로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한 것 같다. 염력만으로도 상대방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거나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게 할 수도 있는 일들 말이다. 책속에서도 저자가 실제적으로 그런 일을 겪는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훈련을 시켜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부터가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미국 군사정보기지에는 실제로 그런 부대가 있었다니! 그리고 그 부대의 사람들이 영화에서처럼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고 그림자처럼 배치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그것도 철저하게 가려진 비밀부대였다. 그들은 정말로 그럴 수 있다고 믿었을까? 아니 어쩌면 그럴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거기에 매달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라거나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그런 부대를 창설하기에 이르렀겠지만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다. 투명인간처럼 모습을 감춘다거나 벽을 통과해서 건너편으로 넘어간다거나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염소를 죽일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정말로 생겨날 거라고 믿었다는 말이니..

실제적으로 테러와의 전쟁 이면에서 싸우기도 했다던 그들. 저자가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는 정말 경이로웠다. 고문의 형식으로 도입되어졌을 초능력 부대의 모든 기술들. 텔레파시라는 말은 어느정도 인정하겠지만 초능력이라는 말을 인정하려면 꽤나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통한다거나 소리를 통해 사람의 저 밑바닥에 깔린 그 무엇인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그들은 이라크 전쟁포로들에게 자신들만의 방법을 적용시켰다고 한다. 저자와 인터뷰를 했던 실제 경험자의 경우로 보았을 때 그것은 정말이지 터무니없어 보였다. 더구나 그들만의 용어는 나의 눈을 의심하게 했다. 제다이의 전사라는 말이나 그들이 사용하는 어떤 기구(손 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크기)의 이름이 프레데터였다거나 하는... 영화를 찍는것도 아니고....

현재 미국 내에서나 전후의 이라크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초능력부대 이야기.. 저자가 보여주었던 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실제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싶었는데 이라크전에서의 실패를 밑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느낀 그들은 또다시 색다른 길을 모색중이라고 한다. 아니 어쩌면 지금 실행되고 있을지도 모를.. 평화롭고 온화한 방식으로 싸워야 하니까, 라는 모토를 가지고.. 포로를 다루는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을 전해주었던 사람, 끝까지 모든 일의 진행사항을 알려주겠다고 했던 가이 사벨리에게서는 특수부대로 들어간 뒤로 아직 소식이 없다던 저자의 말이 왠지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번 아이디어는 인정있고 온화한 방법이오, 라고 말했던 그의 말처럼 정말 그럴 수 있는 것일까? 그냥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이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분간 못 할 지경까지 사람들을 혼란시킬 수 있고, 그런 지경에 이르면 온갖 정보를 털어놓게 될거라는 그들의 계산은 맞아 떨어졌을까?  비관적 사태를 예언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닥터 둠"이라는 말이 책속에 있었다. 나는 자꾸만 그 말이 떠오른다. 9.11 사태를 예견하기도 했다던,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던 특수요원 '닥터 둠'들이 세상속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그들이 실존한다면 인류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 존재하기를... 좀 더 밝은 면을 지켜줄 수 있는 수호천사가 되기를...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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