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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인가? -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박인균 옮김, 정재승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두 발로 걷기? 두 발로 걷는것은 인간 말고도 있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 아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조차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일까? 신발을 신는다는 것과 엄지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동물과 달리 사람은 지적 호기심이 많다는 것등.. 인간을 동물과 분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이 책속에 녹아 있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동물에게도 마음이라는 것이 있을까? IQ와는 상관이 없다는 마음이론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긴장하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조금 난해하긴 하지만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라는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치루었던 많은 실험들은 인간이기에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만들어 주기도 했다. 침팬지가 앞일을 계획하고 예약도 할 것이다라는 말을 이해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설명이 장황하다. 그래서 나는 한번 더 의문점을 찍어야 했다. 정말 왜 인간일까? 왜 인간이어야만 했을까? 이쯤에서 나는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 한편을 떠올린다. 평화롭게 살던 개구리들이 어느날 신께 우리에게도 왕을 내려 주십시오 했다던.. 개구리들의 청을 들어주기로 했던 신이 처음에 선택했던 것은 나무토막이었다. 해가 되지 않는.. 그러나 개구리들은 고개를 저었고, 마침내는 신을 화나게 만들었다. 황새가 내려왔다. 무생물이 아닌 생물체였다는 것이 개구리들은 좋았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이 지구상에는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종들이 살아가고 있음에도 왜 인간일까? 라는 의문점은 자꾸만 생겨났다. 나의 의문점이 혹시라도 개구리들과 같은 무지함이 아니기를 바래보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복잡하고 어려운, 전문적인 용어들이 난무하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설명이 너무 장황하게 느껴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기본적으로 본인의 관점으로 치우치는 것 같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는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와 이야기 하는 게 어렵다.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251쪽) 책에도 나와 있는 이 문구를 빌어 나는 위안삼으려 한다. 왜냐하면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우측하두정피질과 후부측두피질의 집합이 무엇인지, 안와전두피질이나 측두전엽합부라는 말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로써는 저자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나 넘어갔는지 모를 일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았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일게다. 감수자의 말에서 할아버지가 들려주듯이 말했다는 표현은 같은 부류를 전공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사실 그 전문적인 용어들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책읽기를 끝내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읽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그 용어들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들은 그다지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중해야만 했지만 내가 찾고자 했던, 내가 찍어야 했던 의문점에 대한 마침표 혹은 느낌표를 찾기 위해 무던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저자가 찾아낸 점들은 공감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왜 인간이어야 했는지, 연구하여 분석했던 것들을 동물과 비교하여 보여주었던 많은 사례들만 보아도 그렇다. 사람은 자발적이고 의도적으로 하나의 추상적 관점을 다른 관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거나 과학은 인간에게만 있으며 언어와 상상을 통해 감정을 모방하는 능력또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는 것 등 동물이 누릴 수 없는 것들, 다시 말해 사고할 줄 알고 즐거워하며 느낄 수 있는,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내세우며 인간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술이나 음악을 통해 예술활동을 한다거나 인지능력과 인식을 통한 추상적인 관념, 상상력 따위들 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와같은 것들을 동물이 누릴 수 있겠는가? 동물과는 달리 보상을 바라는 이타적인 관계나 감정을 통해 사회적인 교환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그 한 예일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파이보그라는 말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사이보그는 들어봤는데 파이보그는 도대체 뭐지? 기능적 사이보그라는 의미로, 기술 연장을 통해 기능적인 면을 보충한 생물학적 유기체! 무슨 말이야? 정말 어렵다. 내적인 부분보다 외적인 소유물과 부속물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가? 지방을 축적하기보다 통장잔고를 축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누군가 옷을 벗겨 내 알몸을 드러내게 한다면 당혹감과 수치심을 느낄 것 같은가?- 와 같이 파이보그 자가진단 질문이라는 것을 예로 보여주고 있었지만 가만히 읽어보니 좀 그렇다. 내부적인 것보다는 외부적인 것에 더 치우쳐 살아가는 것이 파이보그라는 말처럼 들리니 어찌된 일일까?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왜 신체는 업그레이드하는 게 잘못일까? 라는 말 앞에서 나는 문득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들이 떠올랐다.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자신과 똑같은 또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 관리한다는- 조금은 떨떠름한 영화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의 혁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 뒤로 이어지는 설명을 듣다보면 마치도 한편의 영화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달팽이관 이식이라거나 뇌속에 발생한 전위를 잡아 신경신호를 전기로 바꿔 전신마비환자가 컴퓨터 커서를 조작한다거나 하는- 더 무서운 것은 잃어버린 기억마져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의 신경계를 연구 분석하여 산출되어져 나오는 이런 모든 것들이 왠지 나에게 두려움을 전해준다. 어쩌면 미래세상속에서 우리는 모두 터미네이터가 되어 있지는 않을까?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아 보인다. 저자의 말처럼 지금 우리 곁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로봇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 감정까지도 주입시키려 애쓰는 걸 보라! 터미네이터란 영화와 AI,아이로봇과 같은 영화가 허구가 아닌 현실이 되어버리는 그런 세상!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인간과 똑같은 로봇을 만들 수 없다는 현실에 안도하게 된다. 저장된 기억을 사용하여 끊임없이 예측을 한다는 우리의 뇌. 하지만 기계는 아무리 지능적이라해도 인간과 같은 동기나 욕구를 갖지 못할 것이기에 영화와 같은 일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까닭이다. 인간! 도대체 왜 인간일까? 이 지구상에 오직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인간이 최상의 위치에 자리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테다. 그런데 으아~ 정말 복잡하다. 내 머리가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엄지를 사용하는 능력, 문제를 제기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는 추상적인 사고, 상상- 이런 모든 것들은 뇌로부터 시작이었다. 그래서 이책은 시종일관 뇌에 관한 설명이다. 뇌의 부분들, 그 기능과 능력에 대해, 그런 부분들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 정말이지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때로는 동물과 비교해가면서 말이다.
너무 쉽게 생각하며 다가갈 책은 아니었다고 느끼며 나의 눈길이 책의 말미를 달려가고 있을 때 나는 에필로그에서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전혀 감흥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는. 인간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생명체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 이기주의자라고 한다는 말도 함께. 저자와는 달리 나는 솔직히 그 말에 공감한다. 구구절절 아무리 그럴 듯한 설명을 늘어놓는다해도 오직 인간일 수 밖에 없다는, 오직 인간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함정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인간, 그 오만함의 극치를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보게 된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흥미로운 결과가 있어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소개해볼까 한다. 사람이 조직적인 계층구조없이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은 몇명이나 될까? 150명~ 200명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의 주소록에 적힌 주소 역시 150명 정도라는 말이 재미있지만 놀랍기도 하다. 동물이 털고르기를 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듯이 인간도 잡담을 통해서 서로간의 연결고리를 형성한다는 말은 새겨둘만 하다. 잡답이 없다면 혼란과 무지에 빠질 것이라는 말에 공감할 수 있는가? 놀라운 것은 대화집단이 무한정 커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네명정도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네명을 넘어가면 우리가 흔히 말하듯이 패가 갈린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럴 듯하다. 아니 정말 그런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외의 많은 사실들에도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딱 하나 마음에 드는 말이 있다. 인간은 유일하게 우는 동물이다. 감정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어쩌면 그 눈물때문에 그 오만함도 현재까지는 용서되어지는 것이 아닌지.../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