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 - 뜨겁고 깊은 스페인 예술 기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폭정을 하는 백작이 있었다. 세금에 시달리던 백성들을 보다 못한 그의 아내가 백성들의 세금을 내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내의 부탁에 화가 난 백작이 말했다. 당신이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바퀴 돈다면 부탁을 들어주겠소.. 고민을 하던 아내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알몸으로 말을 탄 채 마을을 한바퀴 돌았다. 그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모두 집으로 들어가 창에 커튼을 내리고 아무도 내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딱 한사람을 제외하고. 그것을 바라보았던 딱 한명의 남자는 그 후 눈이 멀었다고 하는데 그녀의 이름이 바로 고디바 부인이라고 기억된다. 꽤나 오래전에 알게 된 이 이야기의 배경은 영국이었지만 문득 문득 떠오르는 이런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또한 여행의 매력일게다.  하나의 전설에 불과하겠지만 이야기가 품고 있는 뜻은 참으로 깊어 오래도록 기억되어지는 것들.. 그런 것들이 바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민담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민담들을 만나게 되니 그것 또한 책장을 넘기며 기다려지는 하나의 별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강으로 대비되는 정열, 열정 그리고 투우, 현란하게 다가오는 플라멩코, 그리고 요즘들어 관심을 갖게 된 축구의 나라? 그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스페인, 아니 에스파냐.. 내가 그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니 그저 피상적인 단어들만 튀어나온다. 이슬람 세력에 지배당하던 소왕국들이 국토회복운동에 성공함으로써 통일이 이루어졌다고 하는 나라..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소왕국들이 갖고 있던 저마다의 특징이 상당히 강하게 다가온다. 비록 한사람의 왕이 가졌던 통치이념때문에 그랬다고는 하지만 소왕국들마다 자존심도 상당히 강하고 저마다 내세우며 쓰는 말도 달랐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이 나라의 정식이름이 에스타도 에스파뇰이라는 것과 스페인은 영어이름일 뿐이라는 것도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다시한번 짚어보게 되었다. 사는 것에 온통 정신을 놓다보니 그 작은 상식하나조차도 놓치고 사나 싶어 아득해지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이렇게나마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일테니 위안 삼는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아니 그 기타줄이 만들어내는 선율이 너무 좋아서 정신이 몽롱해질때까지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알함브라 궁전마져도 스페인이 품고 있다고 하니 저자의 말처럼 신비의 나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앞선다.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같은 이름은 축구열풍 때문에 왠지 가까운 느낌을 전해주기도 했다. 소왕국이었기에 그들만의 자존심 대결이 대단하다는 그 이름앞에서 어쩌면 그만큼의 자부심이 있기에 오늘날의 스페인이 만들어졌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이나  돈키호테를 만들어냈다던 라만차, 안달루시아, 플라멩코, 그라나다, 우리나라의 마라톤을 빛내주었던 황영조 선수 공원이 있다던 몬주익, 살바도르 달리, 발렌시아, 바스크 등 멋지고 환상적인 이름들이 모두 스페인의 품안에 있었다니!  작가가 문화를 먼저 내세울 수 밖에 없었던 심정을 책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이해하게도 된다. 돈키호테 뿐만이 아니라 <노트르담의 꼽추>에 등장했었던 집시 에스메랄다를 떠올리게 되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잉그리드 버그만을 떠올리게 되는 곳이 또한 스페인이라는 나라라고 하니 정말이지 문화의 향기가 얼마나 강할까 싶어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서와는 다른 맛을 내는 것 같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그곳의 풍경과 특징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곳이 안고 있는 문화적인 가치와 역사의 흔적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애 쓴 작가의 마음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사진기를 메고 다니며 이곳 저곳에서 찾아내고자 했던 스페인만의 숨결.. 그가 찾아낸 많은 것들이 이 책속에 녹아 있는 듯 하다. 덕분에 가고 싶은 곳도 많아지고 읽고 싶은 책도 많아졌다. 문학의 향기를 찾아 힘겨움을 마다않고 찾아갔을 그의 발걸음이 너무도 고맙게 다가왔다. 또한 알지 못했던 역사의 숨결을 내가 느낄 수 있도록 헤매다녔을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래서일까? 여행서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민담을 들려주며 그 지루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옛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해도 호기심을 느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괴테의 자연론에 영향을 받았다던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내가 어찌 알겠는가마는 이 책속에서 사진으로 보여지던 성가족성당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후원금으로만 지어지고 있기 때문에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날마다 조금씩 그 모습이 변해가고는 있지만 완성시기를 오직 신만이 알고 있다는 그 성가족 성당의 모습은 어찌보면 기괴하게도 보여지지만, 책의 제목처럼 일생에 한번 스페인을 찾는다면 가장 먼저 그곳부터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신비롭게도 보이고 어떻게 직선없이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고 나면 알함브라 궁전을 찾아가고 싶다.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과 작곡가 타레가에 의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그 궁전. 천국의 정원이라는 뜻을 지녔다는 헤네랄리페 정원을 꼭 한번은 가보고 싶다. 이슬람의 5계인 신앙,자비,기도,금식,메카 순례를 상징한다는 다섯손가락을 모은 손이 새겨져 있는 정의의 문을 통해 들어가 보고 싶다. 죽음과 영원한 삶을 동시에 나타낸다는 사이프러스 나무 터널 사이를 나도 걸어보고 싶다. 영원한 삶과 죽음을 안고 있다는 사이프러스 정원의 모습은 사진으로만 보기엔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이다. 내가 지금 저곳을 거닐고 있으면 참 좋겠다는 욕심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던 풍경이기도 했다. 책장을 넘긴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의 꿈에 약간의 수정이 필요했다. 유럽여행에 스페인을 넣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로마교황청이 있는 바티칸과 아랍왕족들의 도박장으로 유명하다는 모나코, 스페인과 프랑스가 1년씩 번갈아 통치한다는 안도라 공국,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있다는 리히텐슈타인.. 이 네나라는 유럽에서 가장 작은 나라라고 한다. 이 네나라를 꼭 한번은 가고 싶어졌다. 어찌되었든 책을 통한 여행이었지만 정말 멋진 여행이었다. 여행하기 전에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여러가지 미리 챙겨들고 가면 그곳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인정하게 만들어준 책이 아니었나 싶다. 문학과 역사를 한곳에 아우르며 멋진 모습을 자랑하고 있을 스페인에 갈 수 있는 날이 언제쯤이면 내게 오려는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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