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함정 -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지배하는가
자카리 쇼어 지음, 임옥희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선택에 숨겨진 놀라운 심리의 비밀'이라는 말조차도 나는 거부하고 싶었다. 그다지 비밀스러운 것도 없어보였던 까닭이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모두가 모른 척 하는 것들, 모두가 인정하면서도 모두가 아닌 척 하는 그런 것들.. 어쩌면 우리가 범하고 있을 모든 우愚가 선택해야만 했던 그 순간부터 존재하는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선택하도록 만든 것은 누구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곤 이렇게 결정을 내려버리고 말았다. 선택에 숨겨진 놀라운 심리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는 오직 나만이 가지고 있는 거라고.. 학습되어진다는 모든 시스템 역시 우리가 만든 것이기에.. 실행되어졌던 모든 사실속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그 오류들을 모아 분석하고 정리하여 이정도면 되겠지 하며 다시 만들어지는 시스템들이 어디 하나둘일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대면하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시스템속에서 그런 일들은 정말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책이 작가의 말처럼 주관적인 관점으로 쓰여진다는 것은 그 오류의 발생률을 좀 더 적게 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는, 이정도쯤이야, 여기 혹은 거기까지만 등등등.. 우리가 그어놓은 선은 참 많다. 그런데 그 선들의 모양이 모두가 제각각이니 문제다. 중용이라는 말이 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딱 중간쯤이라는 말일텐데 그것조차도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일런지도 모르겠다. 이분법적 사고라거나 양극화현상이라는 말처럼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도 없을텐데 어느 틈엔가 우리는 그런 말들의 노예가 되어 있는 듯하다. 그 내면을 살펴보자면 나 편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나온다. 내편이라면 더이상 아무런 생각없이 받아들이면 그만일테고 저쪽편이라면 나를 힘들게 할테니 없애버리거나 무시해버린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는 경계해야할 항목으로 그런 관념의 틀을 콕집어 말해준다. 우리도 안다. 앎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이기적인 사고가 그것을 막아버린다. 그러니 문제라는 말이다.

겉으로는 강한척 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파헤쳐보면 나약함과 유약함이 존재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다. 그것을 들키지 않기위해 강한척 한다는 말에도 어느정도는 공감한다. 때로는 들키고 싶지 않은 내면이 타인들에게는 나의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불안심리도 있을 것이다. 약한쪽보다는 강한쪽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내면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 왠지 가슴을 쓸어내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사람들은 강해지고 싶고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고 싶어하는 묘한 감정을 숨기고 사는 모양이다. 책속에서야 이렇다하게 알 만한 사람들의 이름을 사례로 들려주며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만이 그런건 아닐테니 하는 말이다.

작가는 나약함이 노출될 것을 두려워하는 노출불안이나, 복잡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원인혼란등, 많은 예를 들어가며 심리적인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1차원적으로 세상을 본다는 평면적인 관점 편에서는 정말이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혹은 자신이 배웠던, 그것도 아니라면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테두리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 무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범주화에 대한 강박증이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대부분의 사건들이 이 틀때문에 생겨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더군다나 상대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착각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작가가 거울 이미지라는 말로 미화하고는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은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뻔하다.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고 나의 가정일 뿐인데 상대의 욕망이나 생각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그 자체는 정말 다시한번 돌이켜볼 일이다. 나 역시도 그 거울 깨뜨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싶다. 어려운 일일테지만...

많은 이야기속에서 유독 나의 시선과 마음을 붙잡았던 부분은 아무래도 정보에 관한 항목이 아닐까 싶다. 잘 알고 있는 모파상의 <목걸이>를 예로 들면서 진주목걸이를 빌려갔던 여인과 그 목걸이를 빌려주었던 여인이 서로 정보만 교환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의 함정에 빠지게 해 주었다. 정말 그렇구나 싶었다. 그 진주목걸이가 모조품이라는 말만 미리 해 주었어도, 그 진주목걸이를 잃어버렸다는 말만 일찍 했어도 그렇게까지 힘겨운 인생을 살지 않아도 되었을 거라는 말은 나에게 각인되듯이 다가왔다. 수많은 정보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람들..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자신의 입지가 흔들릴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정보를 독점하기도 하고, 모든 정보를 차단시킴으로 정보의 공백상태를 유지시키며 정보를 회피하기도 하는 것이 오로지 이기적인 마음때문이라면 정말 슬픈일이다. 물론 때로는 감춰야 할 비밀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피해야 할 정보도 있을테지만 그런 모든 상황을 판단하는 선택권이 자신에게 있음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봐야 할까?

역사적인 사실을 여러가지로 보여주며 그 상황에서는 왜 그랬을까?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과 해답을 적절하게 잘 조화시켜 나가는 책의 흐름을 따라잡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라면,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하게 만들어주니 저절로 생각늪에 빠져버리곤 한다. 그것조차도 생각의 함정이었을까? 알 수 없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중에 선입견이나 편협된 생각이라는 것이 있다. 모든 것들에 대하여 열린 마음을 갖지 못하는 상태가 아닐까 싶어 경계하기도 하지만 잘 안된다. 지독히도 강한 주관적인 관념때문이다. 고집스럽다는 성격을 탓하기 보다는 어쩌면 변화를 거부하는 게 아닐까하는 염려스러움도 있다. 책속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변화하는 세계를 거부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상실을 초래하는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가끔씩은 드물게 변화를 거부하여 성공하는 사례도 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라면 열린 마음으로 주변을 넓게 바라보며 생각해야 하는 것이니 그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 너무 민감하게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문제가 있겠지만 말이다.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지배하는가" 라는 책의 부제처럼 나의 선택으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그 판단이 옳았다거나 틀렸다해도 그 결과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때로는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힘겨워하는 주변도 생겨나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다. 돈 좀 있다고, 덩치가 크다고, 목소리가 크다고 이기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그런 세상속에서 살고 싶진 않다. 그 순간만큼은 비록 약하게 보여질지라도, 비록 머리를 숙여야하는 상황이 만들어질지라도 잘못을 알고도 나의 입장을 고수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같다. 그것이 또다른 나를 만들어가는 지름길일테니 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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