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 초개체 생태학
위르겐 타우츠 지음, 헬가 R. 하일만 사진, 최재천 감수, 유영미 옮김 / 이치사이언스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꿀벌도 포유동물이다? 왜? 포유동물처럼 번식률이 낮고, 자손을 양육하기 위해 젖과 같은 왕유 즉 로열젤리를 분비하며, 안전한 양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벌집을 만들고, 36도의 체온을 유지하는 포유동물과 비슷한 35도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 가장 뛰어난 학습능력과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 조그만 꿀벌을 포유동물로 본다는, 처음부터 낯선 이론과 마주치게 되는 꿀벌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건 분명 흥미로운 일일 것이기에 일종의 설레임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현란한 사진들이라니!  작은 사진이라 할지라도 그것에 붙어 있는 아주 짧은 설명글이라 할지라도 절대로 대충 보아 넘기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유럽에서 세번째로 중요한 가축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꿀벌이다. 이번에는 또 가축이라고? 왜? 그것은 농작물의 수분활동에 관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란다. 벌이 사라진다면 4년안에 지구가 망할 것이라는 이론을 뒷받침해주기에 충분한 근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많은 의문점들에 대하여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꿀벌의 탄생부터 벌집을 만드는 과정이나 벌집의 구조, 여왕벌의 혼인비행, 벌들의 언어등등 꿀벌에 관한 새로운 정보들이 놀랍도록 세세하게 잘 설명되어져 있다. 벌집을 만들고, 청소를 하고, 지키고, 유충을 돌보는 등 많은 일을 하던 일벌이 나이가 들어 가장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꿀을 채집하는 일이라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내가 알고 있던 상식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모든 벌들이 꿀을 채집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하는 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분봉을 하는 과정에서조차 나는 새로운 여왕벌이 따로이 분봉을 하는 거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새로운 여왕벌이 태어나면 기존의 여왕벌이 원래의 군락에서 70%가량의 일벌을 데리고 옛벌집을 떠난다고 한다. 일벌의 1/3을, 꿀과 꽃가루. 애벌레로 가득 채워진 벌집을 지참금으로 받는 새로운 여왕벌의 출발은 그야말로 탄탄하다고 한 말이 이해된다. 하지만 아주 어린 일벌과 노쇠한 일벌들만이 남겨지는 것과 여왕벌을 따라 분봉하기 위해 벌집을 떠나는 일벌의 일령이 엇비슷하다는 걸 보면 노동과 이익을 고루 분배하는 사고관념이 놀랍기만 하다.

꿀벌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색깔을 알게되니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던 나에게 곤충들의 습격(?)이 있었던 어느날의 산행이 떠오른다. 여러색 중에서 한가지 색을 골라야 할때 망설임없이 파란색과 노란색을 선택한다는 건 그다지 의미있는 행동은 아닌 듯 보여지지만 파랑과 노랑이 꽃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색이고 다른 색의 꽃에도 파랑과 노랑의 파장이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몰랐던 사실이다.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움직임에 민감한 꿀벌 군락앞에서는 절대로 크게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사물은 슬로모션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또하나 꿀벌군락 근처에서는 바나나를 먹지 마라. 공격할 때 쏘는 침에서 경고 페로몬이 분비되는데 이 페로몬은 다른 벌들에게 공격개시를 알리는 신호가 된다고 한다. 이 때의 경고 페로몬은 잘 익은 바나나 향기를 풍긴다고 하니 명심할 일이다.

꿀벌이 꽃을 찾아 날아다닐 때 한동안 똑같은 종류의 꽃만 찾아다닌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은 어떻게 꿀벌이 대부분의 수분활동을 도와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풀리게 한다. 그토록이나 많은 꽃의 형태와 종류를 보면서 내심 그런 점들이 궁금했었던 까닭이다. 또한 꿀벌의 지능에 관한 부분은 정말이지 놀랍다. 오른쪽과 왼쪽, 대칭과 비대칭, 같은 것과 다른 것, 더 많고 적은 것등을 알 수 있으며, 미로에서 길을 찾아야 할 때 어떤 표지를 따라가야 하는지를 아주 빠르게 인식하고 습득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말이다. 사전에 작업 계획을 세워 효율적으로 작업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하찮은 미물이라고 치부하기엔 우리가 너무 부끄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그 많은 꿀벌들이 똑같은 꽃에 앉을 확률이 많지 않을까? 하지만 한번 방문했던 꽃에 '꿀이 없음'이라는 화학적인 표지를 달아두어 다른 꿀벌이 그 꽃에 내려앉는 수고를 하지 않도록 해 준다는 꿀벌의 학습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꽃들도 저마다의 상황에 맞게 꽃을 피워올리지만 그 시간표에 맞춰 식탁앞으로 날아갈 수 있는 시간 감각까지 갖추고 있다는 꿀벌의 학습능력, 그리고 별다른 수확이 없었던 꽃밭은 기억속에서 지워버려 다시 찾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한다는 망각기능을 볼 때 꿀벌을 통해 우리도 배울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개미의 세계. 그 개미의 세계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통해 만났을 때 정말 기막히도록 놀라웠었다. 그리고 그 작은 개체군에 매료되어 연구를 하고 정보를 알아내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감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조직적인 사회를 갖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두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 책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를 통해서 또하나의 황홀한 개체군을 만나게 되었다. 체계적으로 조직을 이루어나가는 이 두 개체군의 모습을 보면 왠지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개미들이 내뿜는 페로몬과 꿀벌들이 풍기는 나시노프샘의 페로몬이 담고 있는 그들만의 언어는 정말이지 대단하다. 벌들도 말을 한다고? 실제로도 꿀벌은 그들만의 언어를 갖고 있다고 한다. 바로 '춤 언어'라고 한다. 소리도 없는 몸동작만을 할 뿐인데 다른 벌들이 그 메세지를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가 떠올랐다. 백설공주를 사랑했던 일곱번째 난장이는 벙어리였다. 그래서 몸짓과 춤으로 그의 사랑을 표현했지만 공주는 알아듣지 못한 채 떠나버렸다는... 그런데 꿀벌은 달랐다. 달콤한 꿀이 있는 목적지까지의 방향과 거리를 아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그 몸짓만으로! 더구나 춤을 추는 주연벌과 조연벌이 따로 있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은가? 이 때 그 행위의 나침반이 되어 주는 것이 하늘에 떠있는 태양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자연과 하나된 꿀벌들의 생태를 알 수 있는 일이다.

꿀벌은 집을 짓기 위한 터를 고를 때도 상당히 까다로운 듯 하다. 벽의 상태가 어떤지, 주변의 환경은 어떤지 살펴보고 자신들이 원하는 여러가지 조건에 충족되었다고 여겨지면 선발대를 편성하여 그 주변 지역까지 알아보는 섬세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집을 지을 때도 알방, 유충방, 고치방은 중앙에 그 주위로는 꽃가루가 채워질 방을 만들며 나머지는 꿀을 채워넣을 방을.. 이렇듯이 벌들은 집을 지을 때도 각 기능에 맞게 집을 짓는다고 한다. 벌집 자체가 다양한 기능을 해야하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뚜껑이 있고 없으며 방의 크기가 큰 수벌의 방에 비해 일벌의 방은 더 작고 납작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그 밖에도 꿀벌들의 세계에서 그들만의 방법으로 질병을 물리친다거나 추위를 막기위해 꿀을 날라다주는 주유벌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벌집의 입구를 지키며 자신의 벌통에 속하는 벌인지 그렇지 않은 벌인지를 식별하여 낯선벌의 출입을 막는 경비벌은 엄격하지만 꿀방울과 같은 뇌물을 넘겨주면 못본척 눈감아주기도 한다고 한다. 조직적인 생활을 하는 군단에게는 비리(?)가 필요불가결한 것일까? 윌리엄 골딩의 작품 <파리대왕>에서 파헤쳤던 조직적인 사회에서 우두머리를 만들고자 하며 군림하고 싶어했던 이기적인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 그 많은 개체군속에서도 한마리의 우두머리를 통한 지휘체제가 아닌 꿀벌의 세계는 정말 신비롭기까지 하다. 꿀벌의 직업군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여왕벌은 결코 지시나 명령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수벌, 일벌, 수집벌, 난방벌, 주유벌, 물을 운반하는 벌, 부채질하는 벌, 환기를 담당하는 벌, 건축벌, 통풍벌, 시녀벌, 장례벌 등등 각 상황에 맞추어 저마다의 일을 하는 벌들이 서로 협력하여 그 조직을 이끈다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으로 보여졌다.  그야말로 꿀벌의 세계를 탐닉했던 시간이었다.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꼼꼼하게 읽혀지던 책이었다. 그 많은 사진 한장 한장이 나에게는 놀라움을 선사해주었고, 너무나 안일하게 생각했었던 꿀벌이라는 존재를 다시보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듯 하다. 책의 맨 마지막 구절처럼 '꿀벌을 돕는 일이 우리 스스로를 돕는 일' 이라는 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구의 생태와 경제를 위해 꿀벌이 건강하게 존속해야 한다는 말은 더더욱 잊으면 안되지 싶다. 책을 통하여 꿀벌에게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경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는 것에서 노화연구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듯이, 꿀벌의 복잡한 생물학적 연관들에 대한 것들을 통하여 우리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살만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책임의식을 느끼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