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일년만에 고향을 찾게 되는 사진작가 다케루.. 기일임에도 불구하고 불협화음이 인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형 미노루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너무나도 흡사하다. 장남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감정을 삭여야만 했던 미노루의 속깊은 서글픔까지도.. 일년만에 찾게 된 고향에서 다케루는 어린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치에코를 만난다. 극의 흐름으로 옛연인인듯한 인상을 풍기지만 왠지 두 사람 사이엔 상당한 간격이 벌어져 있다. 그 치에코를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형 미노루는 치에코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도 못하는데 돌아온 동생 다케루는 치에코의 집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그들이 함께 어울려 찾아갔던 그곳에서 일이 벌어진다. 사진을 찍던 다케루는 우연하게 다리위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치에코의 장례식.. 미노루의 재판..

어쩌면 그것이 형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다케루는 자신이 보았던 일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부터 묘하게 변해가는 형 미노루의 태도는 다케루에게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거듭되는 재판 과정에서 마지막 증인으로 나섰던 다케루의 증언.. 결국 그때문에 미노루는 살인자가 되어버리고.. 그들 서로가 숨겨야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또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미노루가 출소를 하루 앞둔 날 미노루와 함께 일했던 주유소 직원이 찾아와 형을 찾아가 주길 부탁하지만 형을 거부하는 다케루를 보고 그가 이렇게 말했었다. 당신은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

항상 그렇다. 형은 언제나 희생자여야 했고 아우는 언제나 저 자신만을 생각하면서 살았다. 그렇다고 부모의 사랑이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쳤던 것도 아니었을 게다. 왜 형에게는 늘 희생을 강요해야 했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왜 형이라는 자리는, 장남이라는 자리는 굳이 희생을 하면서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형이었고 동생이었기에 빼앗고 뺏긴다는 것과 믿음과 배신, 그리고 진실과 거짓이라는 전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서로가 서로를 가해자라고 생각하며 서로가 서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형이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아우는 가졌다. 갖고 싶은 걸 다 소유할 수 있는, 자유분방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하지만 그는 외로웠다. 모든 것을 빼앗기기만 하지만 그는 모두에게 친절하다. 그렇게 자신의 삶에 순응해가며 살지만 내면으로는 고통을 맛보아야했던, 그야말로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던 형의 자리..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우는 자신의 앞날을 걱정했다는 거다. 살인자가 될 형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를 최소한 줄이고 싶었다는 거다. 아주 철저하게 자기식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았던 아우의 존재였다.

형은 형대로 힘들어했고 아우는 아우대로 힘들어 했다. 도대체 그 날 다리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어머니의 유품속에서 어린시절의 한때를 바라보던 다케루는 결국 출소하는 형을 찾아나서게 된다. 이 영화속에는 끈끈하게 젖어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묘하게 흔들리는 심리상태를 배우들이 잘 표현해주고 있는 듯 하다.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형 역할을 맡았던 배우의 내면연기가 참으로 멋졌다. 자신을 버릴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자신을 지켜내기도 싫었던 형의 입장을 아주 잘 표현해준 배우가 아닌가 싶다. 누구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평가하려고 하지.. 때로는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고 소리치고 싶은 순간이 누구나에게 있는데 사람들은 모두 저만이 그럴거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가지..

괜찮은 영화라는 평을 많이 보았었다. 진즉부터 한번은 봐야지 했었는데 이렇게나마 만나게 되니 참 좋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소재였지만  영화속에 담겨진 메세지는 많았다.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남겨준 영화였기에 OFF버튼 누르기를 잠시 보류해 두기로 한다. 욕망에 대하여, 그리고 진실에 대하여. /아이비생각

 


<영화포스터는 네이버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저작권법에 위배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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