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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
아침나무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신화속을 들여다보자면 황당한 이야기도 많지만 왠지 가슴 깊숙히 다가오는 이야기도 꽤나 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에게 많이 회자되어지는 이야기는 뭐니 뭐니해도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프시케와 에로스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도 있겠지만 나는 왠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애절한 사랑, 그리고 북유럽 신화속에서 만났던 브룬힐데와 시구르드의 사랑이야기에 야릇한 기분을 느꼈었다. 지옥의 문을 빠져나가기 한발전에 뒤를 돌아다 본 오르페우스는 그만 에우리디케를 다시 저승으로 보내버리고 말지.. 그리고 괴로워하다가 그도 죽는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 그런 안타까움을 또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되었다. 일본신화속에서 보았던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이야기다. 먼저 죽은 아내 이자나미를 만나기 위해 저승으로 찾아갔던 이자나기에게 이자나미는 자신을 돌아다보지 말라는 부탁을 하지만 이자나기는 그만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돌아다보고 말았다. 그런데 그 이자나미의 얼굴이? 정말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동양의 신화가 서양의 신화보다는 현실적인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신화.. 정말 멋지고 매혹적이다. 학창시절에 그리스 로마신화에 빠져 있다가 성인이 되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시 만났을 때의 황홀감이라니.. 그리고 나서 북유럽신화쪽에 눈길을 돌렸던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저렇게 비교해보면 신화의 내용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창세신화라는 게 그렇고 저마다 내세우는 각각의 신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을 전해준다. 하기사 자연속에서 잉태되어진 이야기이니 어디로 간들 달라질까? 단지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들이 담당하는 역할은 어디나 비슷하다.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여러나라의 신화들 또한 비슷하게 다가왔지만 이집트 신화나 인도 신화, 마야, 아즈텍, 잉카의 신들을 다루어주었던 중남미신화는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토록 많은 신들을 다루었으니 책의 분량이 이렇게 두꺼워질 수 밖에 없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나도 많은 양을 다루다보니 읽는 동안 약간의 지루함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냥 두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원래는 그리스의 신화였지만 로마에게 점령당하면서부터 로마쪽으로 역전되었다던 그리스 로마신화나 세계 신화의 뿌리가 되었다는 이집트 신화는 읽는 내내 영화의 장면들이 떠올라 살풋 웃음짓기도 했었다. 특히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러 신들이 이집트 신화를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웠다. 이집트 사랑의 여신 하토르가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프로디테로, 아누비스는 헤르메스로, 악의 신 세트는 티폰으로 변형되었다는 것은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신화를 그토록이나 좋아하면서도 이런 지식을 놓치고 있었다니 참으로 짧은 나의 지식을 한탄하게 한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신화의 증거물들을 보면 신화가 모두 만들어낸 이야기는 아닌듯 싶기도 하고.. 그 많은 증거물들을 가진 나라가 이집트라고 하니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앞선다.
몽고가 맞을까, 몽골이 맞을까? 이 책속의 몽골신화를 읽다보니 정답을 알겠다. 몽고라는 이름은 수천 년 동안 북방 민족으로 전쟁에 시달려온 중국 사람들이 몽골을 비하하기 위해 '우매할 몽蒙'과 '옛 고故'를 사용한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원래는 '용감한'이란 뜻을 가진 부족이 몽골부족이었다고 한다. 그 몽골을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칭기스칸이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그 몽골부족이 우리와 너무나도 흡사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거였다. 세시풍속이나 관혼상제에 관한 풍속들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하니 이곳 또한 한번 가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이런, 아무래도 세계여행을 해야 할 듯 하다.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으니...
삶과 죽음을 연결시켜 윤회를 말하고자 하는 신화가 있는가 하면 삶과 죽음은 어차피 다른 것이라는 말을 하는 신화도 있었고, 인간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환상적인 신의 세계를 그린 신화도 있었던 반면 인간과 함께 어울어지던 신들의 모습을 그린 신화도 있었다. 또한 그들의 역사가 하나의 신화로 둔갑되어져 버린 이야기도 있었으며 신화 자체가 그들의 역사로 치부되어져버린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각각의 상황에 맞게 다루어져 꾸며지고 달라졌을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신화를 문화의 밑바탕에 두고 있는 것일까? 그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든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모든 신화의 기초는 자연이 아닐까 싶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그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깊은 소망이기도 할 것이다. 북미신화속에 나오는 크리족에게는 이런 말이 전해온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나무가 베어진 뒤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마지막 남은 물 한 방울이 사라진 뒤에야, 그때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은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671쪽) ..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따스함과 자연의 안락함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자연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하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이 아닐수가 없다. 아주 오래전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부대에서 낙오된 병사가 늑대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쫓기던 인디언들은 그에게 '늑대와 춤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었다. 마지막엔 그이름을 달고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인디언부족에게 섞여 들어갔던 남자주인공의 이야기가 오늘 문득 각인되듯이 떠오른다. 이름하나까지도 자연속에서 찾아낼 줄 알았던 그들의 지혜, 모든 것이 자연과 함께 어울어져 하나가 된 듯이 살아가던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금 내 가슴속에 울림을 전해준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