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 못생긴 나에게 안녕을 어글리 시리즈 1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일단은 생각해보기로 한다.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전신성형수술을 해 드릴까요? 하고 물어온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바로 그 순간의 마음, 아니 평소에 내가 내 자신을 바라보며 생각했었던 것들이 얽혀들어 대단히 복잡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냥 이대로 살아? 그냥 한번 확 뜯어 고쳐봐? 하지만 어느쪽을 택한다해도 무언가 마음속에 미진한 것이 남을 것만 같다는 결정이 내려진다. YES냐 NO냐 대답이 중요한 건 아닐 것이다.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나 애착을 얼만큼이나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누구나 완벽하지는 않다. 누구나에게 빈틈은 있다. 빈틈없이 완벽하다면 신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이미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 우리의 시간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나 역시 조금은 더 예뻐지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들어내는 미인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이렇다하는 거리를 하루만 걸어보라. 방금 지나간 듯한 사람들이 내 앞을 수도없이 지나가고 있음을 착시현상처럼 느끼게 될테니.. 어떻게 된 일인지 요즘은 패션 또한 비슷하다. 요즘은 남자 여자 구분할 필요도 없다. 각자의 개성을 창조하고 또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리패션 역시도 뭔가 모르지만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그게 그거라는 말이다. 얼굴도 옷도 거리를 같은 패턴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미녀라던 양귀비나 클레오파트라의 얼굴이 밝혀지면서 그들이 전혀 미인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해야 될 것은 겉으로 보여지는 예쁨보다는 그들이 안고 있었던 내면의 지혜였다. 수많은 나무와 풀들이 꽃들과 만나 그려내는 자연을 앞에 두고서 '예쁘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듯이 우리 인간에게도 시기적절한 '아름다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글리>라는 커다란 제목 아래 '못생긴 나에게 안녕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의 표지에는 바비인형의 얼굴이 있었다. 단순히 성형에 관한 이야기려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정말 기발한 상상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가가 인도하는 책속세상은 이미 우리의 현실을 앞서나가 먼 미래속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지금이 아주 멀리에서 과거 혹은 역사로 기억되어지고 있는 세계.. 그 세계속에서는 열여섯살이 되면 누구나 똑같은 기준으로써의 '예쁜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못난이'세계에서 받았던 불평등 대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 탤리도 열여섯살이 되는 날만 기다렸다. '예쁜이'수술을 받은 후 모든 것을 즐기고 싶다는 욕망뿐이었다. 모든 것이 만들어지는 세상이었지만 이미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던 탤리에게는 그런 것을 인식할만한 능력이 전혀 없었다. 

오랜동안 함께 해왔던 친구 패리스가 '예쁜이'수술을 받고 그녀곁을 떠나버렸을 때 셰이는 왔다.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것을 가지고.. '못난이'가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곳. 굳이 '예쁜이'수술을 받지 않아도 하나의 주체로써 살아갈 수 있다는 곳. 그런 곳이 존재한다고.. 그리고 탤리에게 잠재되어져 있던 것들을 하나씩 깨워놓는다. 모험심, 자신감, 확실성, 도전, 성취욕, 만족따위의 감정들을.. 그런 것들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스모키라는 곳이 있다는 것도. 그런 곳에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어찌되었든 먼저 떠나간 셰이의 쪽지를 따라 탤리는 스모키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알았다. '예쁜이' 수술을 통하여 예뻐진다는 것은 겉모습만 바꾸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생각하는 방식까지도 바꿔버린다는 것을. 그리하여 논쟁도, 의견 차이도,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없어져 버린 채 그저 미소만 짓는 예쁜이 대중과 세상을 운영하는 몇 명정도의 사람만이 존재하는 그런 곳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리고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방식속에서 탤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고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다. '못난이'들도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그리고 그녀는 어찌 되었을까? 흥미진진한 탤리의 여정이 책을 읽는 내내 속도감을 잃지 않게 해 주었다.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속에 자신을 맞추지 못해 안달하는 우리의 가치기준에 멋지게 한방 날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가까이 다가온 우리의 미래를 보고 있다는 공감까지도!  '예쁜이'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일지 않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빠른 반응을 요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으며 분쟁과 위험을 다루는 사람들이었고, 도전에 직면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웠다. 이미 우리가 기계들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상황을 다시한번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는 경고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복잡한 것들을 싫어하고 순간적인 즐거움만을 탐닉한다는 말,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많이 들어보는 말일테니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기발한 상상의 글도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정말 기막힌 상상이 아닐수가 없다.  은근한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책장을 넘겨야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슬픈 일일수도 있겠지만 어쩌랴 그것이 우리의 현실일 수도 있는 것을!

즐거운 상상이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그런 세상이 정말로 찾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섬뜩하기도 했다. 지금처럼만 변함없이 살아간다면 아마도 정말 그런 세상과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못생긴 나에게 안녕을 고할 것이 아니라 못생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개성과 자신만의 특별함을 스스로가 인정하고 키워나간다면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전신성형수술을 해 드릴까요? 누군가 다가와 다시 한번 나에게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확실하다. NO!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YES!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대단한 사람일 수 밖에 없다. 생각없는 세상속에서 그저 예쁜 미소만 지으며 살아가야 할테니 말이다. '예쁨'과 '아름다움'의 차이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아름다워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간다면 그것 또한 정말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아이비생각


작가가 준비하고 있는 책이 두권 더 있다고 책표지에서 예고한다. 아마도 탤리가 만나는 세상이야기일 것이다. 1편 <어글리>를 정리하며 결국 '예쁜이'수술을 받게 되는 탤리를 마지막 페이지에서 보여주었으니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탤리가 살아내야 할 세상은 많을 것이다.  아마도 '예쁜이'로써 살아가는 탤리와 그것으로부터 다시한번 탈출을 시도하는 탤리의 모습은 아닐까 미리 상상해보기도 한다. 어떤 상상을 자극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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