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타락천사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A. M. 젠킨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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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전제로 악마와 거래를 한다는 내용의 글은 많이 보아왔다. 파울로 코엘료의 <악마와 미스프랭>에서도 미스 프랭을 찾아와 거래를 하자던 악마가 있었고, 흔히 알고 있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도 메피스토펠레스라는 악마가 나온다. 그들은 기가 막히게도 우리가 당장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낸다. 하긴 타락천사도 천사긴 천사이니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게도 그런 악마가 찾아와 거래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주었으면 하는... 나는 당연히 악마와 거래를 할 것이라는 결론을 끌어내면서 쓴웃음을 짓고 말지만 아마도 나는 정말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내 안의 천사와 악마는 누가 규정지을까? 당연히 나다! 내가 어떤 쪽으로 마음을 더 집중하느냐에 따라 그냥 천사가 되느냐 타락천사가 되느냐가 갈려지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지니..

순간적인 찰나를 이용하여 인간의 육체를 빌린 타락천사 키리엘.. 그가 잠시 빌린 육체는 십대소년의 것이었다. 잠시 생각해보았다. 왜 십대소년이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답을 찾아냈다. 이런 저런 이유와 조건을 나름대로 열거했지만 어쩌면 순수함이 정답이었을거라고.  아무래도 거친 세상을 살아내면서 닳아빠진 어른보다는, 머리 굴리는 계산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어른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순수함이 남아 있을 십대의 육체를 선택했을 거라고. 그리고 그 타락천사는 인간이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맛보았다. 정신적인 느낌과 육체적인 느낌을 함께 만족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게 마음먹은대로 다 되는 일은 아니니 하나쯤은 조금 포기해도 괜찮았다.

먼저 말했던 <악마와 미스프랭>이나 <파우스트>속의 악마는 분명한 거래조건을 제시했었다. 마치 인간을 실험이라도 하듯이.. 하지만 신기하게도 우리의 주인공 타락천사 키리엘은 그렇지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보고 싶었으며 자신의 세계에서 고통받는 영혼들이 차지했었던 그 육체를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창조주의 피조물로써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그에게 딱 삼일간의 휴가가 주어졌다. 어찌보면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전혀 종교적인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아주 조금의 형식만 빌렸을 뿐이다. 우리의 십대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하여 정말 솔직하게 잘 그려주고 있음이다. 대단히 소설적인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도 있음직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그런 내용이라는 엉뚱한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숀이라는 외로운 소년의 육체를 통하여 보고 듣고 느끼는 우리의 모습은 정말 외롭고 아팠다. 이혼한 엄마의 마음도, 스스로가 마음의 문을 닫아 걸어버린 동생 제이슨의 퉁명함도 모두가 아픔이었다. 가슴 깊숙이 저마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 타락천사 키리엘의 느낌을 통해서 그대로 전해져 왔다. 다른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이해받고 싶은 누군가로부터 거부당했다는 사실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54쪽) 던 키리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아픔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어진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주변을 감싸는 다른 실, 그러니까 애정과 믿음의 실이 있어서 그를 다른 존재들과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던 키리엘의 생각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서로에게 지닌 그 믿음과 애정의 실이 점점 가늘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말 가슴아프게도.. 

그래서 타락천사 키리엘은 생각했다. 이곳에 왔다갔다는 흔적 하나쯤 남겨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지옥에서 영혼들이 괴로워하는 것은 살아있을 때의 사소한 것들때문이라는 것을 인간들에게 깨우져주고 싶다고... 그리고 작가는 그 타락천사의 입을 빌려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일게다. 저녁과 아침이 되니 첫째날이 되었고, 또 둘째날이 되었으며 그 마지막 날에는 천사 하나엘이 찾아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포를 기다린다. 죽음의 공포를. 처음 자신이 숀의 육체를 트럭에 치이던 순간 낚아챘던 것처럼 육체를 다시 트럭에 치이게 하여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현실을 아파하면서.. 그리고 키리엘처럼 우리도 죽음을 기다리며 산다!

책표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왔던 우리의 삶이 얼마나 기쁨과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세상인지 일꺠워주는 작품"이라는.. 인정한다. 이 책을 보면서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도록 이끌어가고 있는 작가의 문체만 봐도 알 수 있는 말이다.  끔찍하다고 말하면서도 인간이 왜 자꾸만 죄를 짓는가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는 재미는 그렇게 키리엘만의 재미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그리고 공감하게 되는 책이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가볍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책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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