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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設, 첫 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사람들처럼 편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쪽 아니면 저쪽이라는 극단적인 대처상황을 우리는 보고 또 보고 질리도록 보면서 산다. 작금의 우리 현실을 둘러보아도 사방이 대치하는 중이다. 그리곤 묻지, 너는 어느쪽이냐고.. 우리편이 아니라면 너는 죽어야 마땅하다는 듯이 할퀴고 상처내는 게 마치도 진실처럼 혹은 진리처럼 굳어져가는 세상속에서 우리의 발걸음은 항상 질퍽거린다. 진흙탕속에서 발을 빼낸다해도 어디선가 누군가 튕기고 지나가는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마다의 이익 때문이리라. 없는 자들은 없어서 있는 자들은 그나마 가진것을 놓기 싫어서.. 함께 할 수 없다면 따로 또 같이 라는 말도 있지만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에 선뜻 시선이 머물렀던 것은.. <남한산성>이라는 하나의 작품속에서 보여지던 작가의 날카로움에 한번 더 베이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했었다는 말도 되겠다.
누군가의 사적인 생각을 읽는다는 게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그 사람을 온전히 히해할 수 없기에 더더욱 그러하리라. 그가 써놓은 낱말들이 하나의 줄로, 하나의 문장으로, 한 권의 책으로 불어난다고 해도 그것은 아주 찰나의 생각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너는 어느쪽이냐는 물음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단 한번도 그렇게 물어본 적이 없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랬기에 우리는 끝없이 선택을 하고 끝없이 편을 가른다.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그렇게 니편 내편 가르며 서로가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을까? 사회적 편견이나 종교적 편견이 가시처럼 우리의 얇은 피부를 뚫고 들어올 때 그 아픔으로 인하여 눈물 흘려보지 않은 사람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모두가 자기 자신의 피부를 찌르며 아프다, 아프다 하는 꼴이다. 왜 그래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愚問일테다.
이 책속에서 만나지는 낱말들은 생각대로 날카롭다. 세상에 대한 분노를 말하기도 하고 그 세상과 타협하기를 슬쩍 내비치기도 하고 이런 세상이 나는 참 좋다고 우리의 시선속에서 비켜간 또다른 형태의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극히 평범하고 아주 작은 것들속에서 그는 커다란 의미를 찾아내고 있었다. 너무 주관적인 개념으로 다가올까봐 솔직히 마음 단단히 먹었었다. 그렇게 비수같은 주관적 개념은 내게 또하나의 실망이 될 수도 있는 까닭에.. 하지만 그런 느낌이 강하지는 않았다. 세상속에는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무겁지 않게 받아 들일 수 있어 좋았다. 특별하지 않은 조금은 평범한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 해봄직한 그의 생각들이 의외였다고나 할까? 여자라는 것에 관하여, 나이듦에 관하여,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 관하여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낱말들이 책을 읽는 내게는 결코 아프지않은 날카로움이었다. 지금은 작가보다는 자전거 레이서로 불리워지기를 원한다는 작가의 모습을 다시한번 바라보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나만이 아니다. 그리고 그 세상은 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굳이 니편 내편 가려가며 살 필요도 없지 않을까? 굳이 너는 어느쪽이냐고 물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다름을 인정하고 세상을 함께 이루어나간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도 없다. 작가가 즐기는 자전거바퀴처럼 그렇게 서로 같이 가면 되는 게 세상인 것이다. 한편의 글로 참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한 사람의 생각이 궁금했던 적이 있었을까? 그리 많지는 않았던 듯 하다. 그리하여 읽게 된 그의 글속에서 나 역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그 역시도 나는 어느쪽!이라고 결정지어놓고 살아갈지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그 결정으로 인하여 남이 아프면 안되는거라고 속살거리고 있는 것 같다. (어찌보면 표현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 고개를 끄덕이게도 된다. 참 복잡한 세상을 참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그안에서 낱말로 분해되어져 있다. 나 또한 그 안에 머무르고 있으리라..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