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의 그물 Nobless Club 12
문형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경계문학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을 때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었던 나의 교만을 알게 되면서 실소를 금했던 기억이 있다. <인드라의 그물>이라는 말 자체부터가 이미 불교를 안아들고 있었던 까닭에 아직 불교에 대해 서툰 시선을 가진 나로써는 다가가기가 조금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이다. 세상 모든것들이 서로 연결되어져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진다는 인드라의 그물.. 힌두교의 신이었지만 불교에 흡수된 신 중의 하나가 인드라라고 한다. 그 인드라의 궁전위에 걸려 있다는 거대한 그물에는 그물코 하나마다 구슬이 달려 있는데 그 구슬들이 서로를 비추며 보여준다고 한다. 인연이라는 말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속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 듯 하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화엄경>이나 <반야경>을 인용한 문장들은 사실 쉬운 말들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그 뜻에 다가가기 위하여 다분한 노력이 있었음을 알게 해주는 내용들이다. 이 책의 중요 라인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크리스찬에게서 차크라chakra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물질적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정확하게 규명될 수 없는 인간 정신의 중심부를 말한다는 단어. 신체수련에서 중요시되는 개념으로 육체적인 기능과 상호작용을 하여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이 책을 읽는다면 차크라chakra라는 말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자비로 중생을 구한다는 관세음보살을 세가지로 나누어 말하고자 했던 점은 특이했다. 결국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책표지에 완전한 깨달음에 이른 자가 인간의 사랑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있다. 타인이 행복하지 않으면 자신도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은 다시한번 나를 돌아보게 한다. 종교적인 의미를 벗어나서 그 말이 주는 의미가 너무도 아름다운 까닭이다. 윤회를 말하고 인연을 말하지 않는다해도 우리가 추구하는 하나의 이념 또한 사랑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책중에서 관음보살의 현신으로 나타났던 '교'라는 여인이 끝까지 잃고 싶지 않았던 그 사랑의 정의는 무엇일까? 전생으로부터 현실에까지 석가모니에 대한 사랑을 놓고 싶어하지 않았던 그 여인의 갈망이 왠지 애처롭게 다가온다. 작가는 어쩌면 그렇게 애타는 사랑을 인간의 마음을 통해 맺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 관음보살의 세 현신이 이끌어갔던 세계.. 모든 것을 추구했으나 모든 것이 실체적인 모습이 없는 꿈이었다는.. 다시 비어있음 空으로부터 시작되어지는 윤회의 늪.. 어려운 설정임엔 분명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불교라는 커다란 규칙앞에서 너무도 작게 그려지던 주인공들의 심리적 갈등구조였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가식처럼 다가온다. 일종의 반전이라면 반전일수도 있는 '나'라는 주인공의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도 너무 밋밋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무대장치가 너무 황홀했던 것은 아닐까? 세밀하고 섬세하게 그려지던 그 무대를 배경으로 연기를 해야했던 배우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한쪽으로 치우쳐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우리들의 작가를 통해 이런 류의 글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탓도 있으리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아니 우리에게는 왠지 멀리 있는 것으로만 느껴지던 불교적인 인식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장을 펼치면서 심호흡을 한번 한다. 하지만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뭔가 껄끄럽다는 느낌..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못한다. 왠지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온다. 짜맞춘듯한... 아마도 그래서 경계문학이라는 말을 떠올렸을 게다. 젊은 이성이 뛰어놀기엔 불교라는 배경이 너무 방대했던 건 아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불교에 대한 시선이 남다른 나에게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너무 어렵게만 다가오던 낯선 언어들이 조금씩은 풀이된 듯한 느낌을 전해받았다고나 할까?  작가 역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불교 애호가라는 말이 와닿는다. 일단은 자기 수양을 목표로 한다는 것, 모든 것이 나로부터 비롯되어진다는 그 말이 나는 참 좋았다. 좀 더 서점에 가서 찾아봐야할 것 같다. /아이비생각


신을 내세우지 않으며 창조자나 정복자의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지혜와 자비로 표현되어진다, 일반적으로 광신을 배척하고 관용과 일체의 평등을 추구한다, 현실을 직시한다, 모든 일에 집착과 구애를 갖지 않고 실천을 강조한다, 물론 불교에도 미래불이 있고  과거불도 있지만 그것은 오랜 역사를 거쳐오면서 다양성을 띠게 된 까닭이라는 것.. 내가 피상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불교의 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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