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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꽃의 비밀 - 꽃에게로 가는 향기로운 여행
KBS 스페셜 <꽃의 비밀> 제작팀 지음, 신동환 엮음 / 가치창조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꽃으로 선물을 받는다면 어떨까?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할까?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아니올시다이다. 꽃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 꽃이 화병에서 시들어가는 모습이 싫은 탓이다. 혹자는 그렇게 시든 꽃을 예쁘게 말려서 걸어놓으면 되지않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완전히 성격상의 문제일뿐이다. 그다지 TV보기를 즐겨하지 않는 까닭에 KBS스페셜로 방영되었다는 꽃의 비밀을 안타깝게도 보지 못했다. 과연 꽃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방송을 통해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점들이 아쉬워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는 소개글을 보면서 내심 쾌재를 불렀다. 등산을 자주 다니다보니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꽃들과 많이 마주치게 된다. 그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가 눈과 가슴속에 가득 담아보지만 그 꽃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늘 안타까웠던 까닭에 어쩌면 이 책이 그런 나의 안타까움에 대한 답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도 엄청 컸다.
가끔 세계여행을 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뉴질랜드...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그때의 내 대답도 한결같다. 소소한 일상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주인공인 여배우가 데이지꽃이 만발한 들판을 걸어가던 그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되어지던 영화가 생각난다. 언덕 어디쯤에 앉아 그 들판을 바라보며 화폭에 옮겨담던 그녀의 그 맑고 순수했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단순히 꽃만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것은 우리곁에 있을 때 그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꽃은 우리 인간에게 잘보이기 위해 그토록 예쁜 모습과 향을 간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못했다. 참 영악하게도 인간은 너무 이기주의인 모양이다. 꽃과 인간의 역사가 그토록이나 오래된 것인지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꽃에 대한 인간의 집요함이 불러 일으킨 '튤립공황'이라는 낱말조차도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이다.
도대체 꽃이 왜 좋은 것일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꽃을 볼 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미소가 떠오른다고 한다. 항상 가까이에 있었던 탓에 꽃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지도 모를일이지만 책을 통해 알게되는 꽃과 인간의 관계성은 참으로 놀라웠다. 꽃을 통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것들이 그렇게나 많다는 사실도 그랬다. 전혀 인위적이지 않은 100%의 진짜 미소라는 '듀센미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듀센미소'라는 생소한 단어를 앞에 두고서 나는 책을 읽는내내 그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꽃을 통하여 병든 몸을 치료할 수도 있고, 꽃을 통하여 병든 마음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 꽃을 통하여 마음까지도 하나로 뭉쳐질 수 있다는 것, 꽃을 통하여 잃어버린 희망조차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꽃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나에게는 새롭게 다가선 놀라움이기도 했다. 꽃을 대상으로 그토록이나 많은 실험이 있었다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듯이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했던 김춘수시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꽃으로 은유되어지는 것들은 우리곁에 너무나도 많다. 거기에 더하기라도 하듯이 이 책을 통하여 은유적이 아닌 직접적인 꽃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 장미의 나라가 불가리아라는 것도 모르고 살았으니 말해 무엇하랴..(우와,나의 무식함이라니!) 본능적인 감각일수밖에 없는 꽃의 향기에 대하여, 그리고 장미의 향기가 왜 여성을 유혹하는지, 대표적인 꽃의 색소로 플라보노이드계와 카로티노이드계, 베타레인계, 클로로필계등 네 종류가 있지만 꽃의 색깔이 새나 벌을 불러들이기 위한 단하나의 목적이자 생존을 위한 도구라는 것도, 해바라기의 그 많은 씨앗들조차도 무작위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균형미를 갖추었다는 꽃의 형태도 하나의 신비로움으로 내게 다가왔다. 먹을 수 있는 꽃이 그토록이나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부인병, 강장,식욕부진, 진통,구충,감기,심장병,이뇨 등등등 식용꽃들의 효능에 다시한번 놀랐다. 얼마전 등산길에 먹어보았던 살짝 시큼하면서 떫기도 했지만 끝맛은 조금 달작지근하게 느껴졌던 진달래꽃의 맛이 생각난다. 배가고파서 따먹었다던 그 찔레꽃이 피면 한번 먹어봐야지 한다.
꽃이 있고 시가 있고 이 책을 읽고 보았던 시간들은 정말이지 향기로운 여행이었다. 많은 사진들이 책을 보는 내내 나와 함께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그 많은 꽃들의 이름을 알 수 없었으니... 사진과 함께 그 하나하나마다 이름도 함께 알려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랬다. 물론 뒷쪽으로 가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꽃들의 모습이 활짝 웃고 있긴 하다. 그 중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련도 있고 프리지아도 있지만... 좀 더 많은 꽃이 있었으면 했지만 그것은 나의 욕심일 뿐이겠지 한다. 아무래도 꽃사전을 하나 장만해야 할 모양이다. 삭막하게 메말라버린 내 마음에게도 꽃한송이를 선물해야지 한다. /아이비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