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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중동의 역사
무타구치 요시로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중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걸프전부터 생각난다. 그리고 이란, 이라크, 석유 등등등.. 오바마란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나서 평화무드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지는 지구촌의 모습이 약간 생소해보이기도 하지만 서로 서로가 평화를 외치며 살아간다는 것도 괜찮은 듯 싶고.. 그래서일까? 중동의 역사를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었다. 오직 이슬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중동의 역사라는 말로 시작되어지는 책. 세계의 화약고라는 말은 왜 생겼을까하는 호기심에 대해 부응해줄 수 있을까? 여러가지로 기대감이 부풀었던 책이기도 했다. 일단 중동이란 어떤 곳인지부터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 '생'과 '사'가 분명하게 둘로 나누어진 냉혹한 세계라는 말에 움찔한다. 중간지대는 없다는 말처럼 녹색의 토지가 아니면 피라미드나 스핑크스가 서있는 갈색의 사막이다. 왠지 묵직한 기분으로 그곳의 역사는 과연 어떠했을까 따라가 보기로 한다.
세계사의 중심에서 유럽보다도 먼저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중동... 그들에게는 무함마드라는 예언자가 있었고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이념이 있었다. 그것도 확실한 사실에 입각한...(이 책에 의하면 예수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보이고 있다). 코란이 어떤 책인지는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코란' 이란 말은 자주 들어보았던 것도 같다. 초장부터 결국 종교가 다시 들먹거리고 있음이다. 종교를 통한 혹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권력의 영원성을 갖기 위해서 그들은 수도없이 싸우고 또 싸웠다. 그 무모한 십자군 전쟁도 그곳에 있었다. 침략자로써 그려지는 십자군의 모습은 그야말로 야만인 그자체였다. 그로인해 무슬림 세계는 마비와 혼란에 빠지지만 '신앙'의 힘으로 그들은 다시 하나가 된다.
뺏고 뺏기는 전쟁속에서 수도없이 나타나는 영웅들의 이름이 책속에 줄을 서 있다. 중동을 향해 달려가던 몽골의 영웅이라거나 십자군의 영웅, 황제의 이름, 교황의 이름,그에 맞서는 이슬람 세계의 영웅들... 어떤 왕조가 생겨났다가 없어졌으며 다시 또 어떤 왕조가 태어났다는 둥, 누가 누구를 낳고 누가 누구를 낳으니 그가 누구더라 하는 식의 이야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나오는 영웅들의 이름앞에서 나는 어지러웠다. 도대체가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지조차 가늠하질 못할 정도로.. 중동의 역사라기보다는 중동을 빛낸 영웅들이라고 하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거기에 얽혀드는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아니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는 말이다. 그 딱딱하고 재미없는 위인전이라니....
그래도 가끔씩 나타나는 <천일야화>는 흥미로웠다. 어릴적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혹은 만화로 보았던 '신밧드의 모험'이 그저 그냥 그렇고 그런 이야기거리였을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적인 인물을 바탕으로 그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사실에 입각하여 써나갔을거란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실 책속에도 저자가 참고했다던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엄청 많은 분량의 주석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작은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는지 모를 일이다. 마지막장에서 읽었던 수에즈 운하의 탄생배경과 그 수에즈 운하에 얽힌 많은 사건들은 의외로 쉽게 다가와 주었다. 중동의 위인전을 읽고 난 기분이다. 쉽게 넘어가지 않았던 책장과 싸우느라 힘겹기도 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한번 읽어볼 요량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