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 동심으로의 초대 어른을 위한 동화
이세벽 지음, 홍원표 그림 / 굿북(GoodBook)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하나의 기억처럼 자리하는 애벌레들의 이야기..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묻고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또 기억할 것이다. 그 줄무늬 애벌레 역시 처음엔 혼자였다. 그냥 그렇게 먹고 자면서 살다가 노랑 애벌레를 만나 사랑을 하고.. 잠시 안주를 하게 되지만 삶에는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끝도 없이 올라가는 기둥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줄무늬 애벌레는 결국 짓밟히고 짓밟아가는 현실속으로 떠나버린다. 슬퍼하던 노랑애벌레가 고치를 만드는 과정, 끝도없이 올라갔던 기둥위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를 만나게 되는 줄무늬 애벌레의 과정은 눈물겨웠다. 그저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삶의 전부를 아닐거라고 생각하며 여행을 떠났던 시간들 모두가 그들에게는 성장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서로를 그리워했던 시간들,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변해버린 노랑나비의 그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지 않았던 줄무늬 애벌레의 마음 또한 너무나도 간절했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 책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은 제목부터가 아프다. 꽃들도 자살을 할까? 꽃들이 자살을 한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단순히 바람에 지는 꽃잎의 모습은 아닐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을 조여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타는 햇볕과 자신의 몸을 흔들어대는 바람이 두려워 다시 대지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던 새싹의 철없는 생각앞에서 진리의 소리는 말했지. 대지는 희망과 가능성을 내재한 것만을 품어줄 뿐이라고. 너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햇볕과 바람이 필요한 것이라고. 항상 그렇다.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하면서 살다가도 내가 살아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되는 현실과의 괴리.. 결국 진정한 여행을 떠나기 위해 타는 햇볕과 부는 바람을 이겨내고 조금씩 자라나는 새싹의 모습은 이제 하나의 괴물로 변해가기 시작하지. 위로는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 옆으로만 기어가는... 또한번의 좌절. 그리고 또한번 들려오는 진리의 목소리. 작가는 말해주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토록이나 잘 들렸던 진리의 목소리가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왜 들리지 않는가에 대해. 지켜야 할 것이 많고 잃어야 할 것이 많아지는 어른들이 그것을 외면할 뿐이라고...
많은 시간과 많은 아픔을 거치고 자신과 같은 또하나의 나무를 만나 설레임과 열정으로 부둥켜 안았을 때, 그리고 그렇게 사랑이라는 것을 키워나갈 때 그들은 위를 향하여 솟아오르는 하나의 나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것도 필요치 않았다. 오직 함께 있음으로 행복하고 함께 있음으로 평안을 누릴 수 있었던 그 시간들만이 존재했음으로.. 어느날 문득 그들의 가지에서 꽃이 피고 그 꽃의 아름다움앞에서 숲의 모든 것들이 고개를 숙일 때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서 떨어져나와 온전한 자신만의 갈채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순간부터 서로에 대한 마음이 아픔으로 변해가고 그 아픔이 그만 꽃잎을 병들게 하여 떨어지게 한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어쩌면 저리도 사랑의 아픔앞에서 냉혹할까 싶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고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이는 인연의 고리를 작가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서로 떨어져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하나의 몸뚱이로 합쳐져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다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지.. 아직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할게요...
가슴 뭉클하게 한점 눈물을 찍어내게 하는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되어지는 하나의 삶같은 이야기는 얼마나 될까? 저 등나무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싶어했던 것과 같이, 그 고통속에서 꽃들이 자살을 하고 있었던 시간들이, 사실은 지금의 나처럼 느껴져 너무나도 아팠다. 삶의 힘겨움 앞에 한줄기 샘물처럼 내게 스며들었던 책.. 이제 등나무의 순이 오르고 등꽃이 필 계절이 올 것이다. 그 등꽃의 향기를 가득 품어안은 시간속에서 나는 다시한번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고마웠다고...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