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초대
윤미솔 지음, 장성은 그림 / 떠도는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진리는 언제나 맥 빠지는 소리더라고요 (-23쪽).. 그래 어쩌면 그 진리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 맥락을 짚어내기 위해 무던히도 머리를 굴렸다. 종교적인 냄새가 풀풀 풍겨나오는데 이건 어느쪽도 아니다 싶어서. 기독교의 정의를 내세웠는가 싶었는데 그 정의의 실현을 불교쪽으로 갖다 붙이는 듯한 인상도 풍기고.. 신에 대한 호칭때문에 왈가왈부했었다는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실상 우리가 신이라고 정의내린 것에 대하여 확실하게 이것이다,하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도 아마 오만이나 교만일것이다.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당신에게도 전생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던져주면서 우리가 안고 있을 또하나의 선입견이나 편견에 대하여 깨주길 바라는 것도 같다. 사실 나에게 영혼이나 전생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예스이다. 얼마전까지도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하여 웃기는 이야기일뿐이라고 치부해버렸었지만 내 아버지의 부음과 아버지를 보내드려야 했던 그 순간들을 겪으면서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이야기하는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말은 믿지 않는다. 우습게도 영혼이나 전생은 믿으면서 내세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그것이 또하나의 모순일까?

지은이 역시 그토록이나 사랑하던 아버지를 잃고 단한번만이라도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애타는 마음 때문에 유체이탈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경험했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거라는 전제를 앞세우고 있는것 같다.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그 진리에 대해 읽어가면서 어쩌면 이리도 가벼운 문체를 썼을까 싶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내 그것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저는 그래서 어려운 말 잔뜩 있는 책이 싫거든요. 그게 뻥이 아니고 진짜라 그래도 그렇게까지 해서 알고 싶지가 않아요. 만약에 그거 다 읽었는데 뻥이면 고생한 거 아까와서 억울하잖아요.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사람들은 어려운 말을 써야 진리인 줄 알잖아요. 어느 대학 교수가 쓴거다 그래야 믿지요. (-79쪽)  그런데 굳이 생각해보자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어찌보면 그것조차도 지은이의 편견일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생겨난다. 우리들의 삶속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어떤 형식적인 것을 꼬집는 말로 들리니 말이다. 뜻도 모르는 어려운 말이 가득 들어앉아 있는 책을 읽으면서 봐라, 나는 이런 책 본다! 뭐 이런식의 생각은 하지 말자는 말로 들렸다. 쉽게 썼든 어렵게 썼든 그것은 지은이의 판단일 뿐이며 그것을 읽는 자들의 몫은 따로 있을테니 말이다. 예로 들어준 위의 글만 읽더라도 이 책의 문체가 어떤 형식인지 눈치 빠른 사람들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뭐랄까, 엄마가 아이에게 될수록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명해주고 싶어하는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음이다. 혹자는 그렇기에 더 좋은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이 책속에는 지은이의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어떤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을까? 그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첫문장에서 빌려왔던 지은이의 말처럼 정말 맥빠지는 이야기들이 빨래줄에 걸려 바람이 불어오면 흔들리듯이 책장을 넘길때마다 하나 하나씩 그 존재의미를 드러낸다. 그렇다고 시시하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한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그 모든 순간들이 우리에게는 진리라는 역설일수도 있겠다. 그러니 지금, 바로 지금이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실연한 사람들을 향해 한마디, 신이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한마디, 왜 맨날 일이 꼬이는 걸까요? 묻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자살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운명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마디 등등..  소제목만 보더라도 그다지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씩은 한숨과 푸념으로 내뱉어냈을 것들에 대하여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하고 말해주는 지침서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내 저것만 있으면 행복해지지" 싶은 것도 막상 손에 들어와 봐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지금 이 상태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은 '저것'을 얻어도 행복할 수 없어요.- 무엇무엇만 있으면 행복해질텐데... 하는 마음을 버려야 해요.(-211쪽)  책을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본다. 지은이처럼 굳이 전생체험이나 유체이탈같은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고도 그것이 진리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하지만 그것이 진리인줄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마음을. 왜 그럴까? 마음을 내려놓는다거나, 욕심을 버리고 비워야 한다거나 하는 말들을 수없이 듣고 좋은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우리에게는 그것이 너무도 어려운 숙제다. 책을 읽고나니 그 숙제의 양이 불어난 것만 같아 왠지 떨떠름하다. 기대감이 컸던 까닭이다. 지은이가 경험했다는 그 특별한 체험에 대한.  책의 말미쯤에 누구나 원하는만큼의 사랑만 얻는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구한다면 얻을것이라는 말도.  돈달라는 기도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꾸준히 기도하세요, 그러면 이루어집니다.. 단 기도만 하고 발딱 일어나지 말것!(-184쪽)  좋은 말이다. 그런데 나는 왜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까? 결국 모든 것은 현실로 귀속되는가? (아주 흔한 말이기는 하지만) 지옥도 천국도 모두 내 마음속에 있다는 지은이의 말을 자꾸만 되뇌여본다. 이상하게도 현실이 자꾸만 종교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아 책장을 덮는 내 손끝이 왠지 껄끄럽다. 그리고 나는 자책한다. 내 옹골진 아집과 편협함에 대하여../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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