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진정 사랑했을까?  남자를 향해 여자는 외쳤지. 나도 누군가의 가슴속에 기억되고 싶었다고. 그남자는 그녀를 기억해줄까? 그토록이나 애절한 여자의 마음을 뒤에 두고서 어둠속으로 사라져야 했던 그 남자는 과연 그 여자를 기억해줄까? 알 수 없지.. 사람의 마음이란 건 정말로 장담할 수 없는 것일테니...

빨간망또 이야기는 참으로 많기도 하다. 같은 맥락으로 뻗어나가는 줄기가 너무도 많은데 그들이 얘기하고 싶어하는 주제가 신기할 정도로 너무 다른 것 같아 이 애니메이션이 주는 느낌 또한 색다르다. 패전후 다시 일어나기 위한 일본이란 나라의 절실함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약간은 환타스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철저하게 현실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 매력이지만 조금은 무겁게 다가온다. 그 무거움을 삭혀주기라도 하듯 후세와 그녀의 짧은 사랑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내게 안겨주고 갔다.

이 애니메이션의 포스터를 언뜻 바라본다면 <로보캅>이 떠오른다. <로보캅>처럼 무지막지한 그야말로 인간의 감정을 배재시킨 인랑이 주인공이긴 하다. 인랑.. 인간 늑대.. 늑대인간이 아니라 인간이면서 늑대처럼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후세의 아픔은 그 당시의 일본과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다.

반정부세력인 '빨간두건단'의 어린소녀를 차마 사살하지 못하고 자폭하게 만들어버린 후세의 마음은 다시한번 그를 늑대로써의 삶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를 강요한다. 무리지어 살지만 철저하게 혼자인 것이 늑대의 속성이었을까?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울부짖음이었을테지만 어찌되었든 우리가 겪어내야 할 현실은 냉혹하다. 냉혹할 수 밖에 없다. 이것 아니면 저것.. 선택은 오로지 자신만의 몫이다. 몰랐을 게다. 서로를 속고 속이던 만남속에서 사랑의 싹이 돋아날거라는 것을. 그들이 그것을 알았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을게다.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았을 때에만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현실이니까.

빨간두건이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왜 그렇게 귀가 커요?
빨간두건이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왜 그렇게 입이 커요?
거기 있는 고기를 먹으렴.. 창가에 작은 새가 날아와 말했습니다. 그건 네 엄마의 살이야..
거기 있는 물을 마시렴.. 어디선가 작은 쥐가 나타나 말했습니다. 그건 네 엄마의 피야.. 

빌딩의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아름답다. 불빛이 휘황하게 빛나는 그곳은 마치도 환상적인 미래같다. 그녀는 그 환상적인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싶었을게다.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다고 외치던 마음 깊숙한 곳의 소망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게다. 그래서 춥다고 점퍼를 벗어주던 남자와 함께 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함께 떠나요... 그녀의 말에 도리질 했던 후세는 결국 기억되고 싶었다고 울부짖던 그녀의 마음을 버려두고 가버렸지. 왜냐고 묻지 않아야 한다. 대답할 수 없는 물음일테니.. 

그리고 늑대는 소녀를 잡아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쏘았습니다... 그녀처럼 울부짖으면서...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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