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악녀 이야기
시부사와 타츠히코 지음, 이성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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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와 같이 양분되어져 시작되기만 하면 편을 가르는 것 중에 성선설과 성악설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선하다? 혹은 악하다? 이런 주제로 본다면 나는 성악설을 믿는 편이다. 아무래도 악한 본성을 지닌 것이 인간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약점을 남에게 드러내기 싫어하는 것과 같이 그렇게 악한 본성을 감추기 위하여 선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일뿐이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책을 열자마자 역자서문에서 나와 같은 말을 해주고 있으니 무슨 일일까?  "정의롭고 착하게 사는 것은 바보처럼 사는 것"이라는 가치관이 어느새 우리주위에 만연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쩌면 정의롭다는 것을 파헤쳤을 때 나타나는 그 부조리함과 부패의 썩은 것들에 대해 부정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면적인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속에는 동서양을 대표하는 악녀 열네명의 이름이 올라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름들도 있지만 약간은 생소한 이름들도 보여진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과연 이 여자가 악녀였을까? 되묻고 싶어지는 그런 경우도 만난다.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하여 그가 사랑하는 아들을 죽여 그 고기를 먹게했다던 이야기처럼 한때 푹 빠져 지냈던 신화속에도 악녀 이미지를 갖춘 여인들은 참 많았었다. 친절하게도 세기를 나누어가면서 악녀들을 들춰냈지만 내가 보기에 악녀라고 평하고 싶지 않은 여인들도 꽤나 되는듯 하다. 세계를 움직인 악녀라고 이름지어져 있던  클레오파트라가 진정 악녀였을까?  학창시절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그토록이나 이쁘게 그려졌던 마리 앙뜨와네뜨가 정말 악녀였다고?  괴상한 매력을 가졌던 남자 괴벨스에게 빠져 나치스와 최후를 같이 했다던 여인 마그나 괴벨스는 생소하기도 했지만 왜 그녀가 악녀의 대열에 끼어야 했는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처녀로써 왕위에 올라 그 왕위를 지켜내기 위해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던 엘리자베스 여왕이 악녀였다는 말에도 공감하기 힘들었다.

자신의 부와 권력을 위하여 혹은 사랑을 위하여 다른 사람들을 죽여야 했던 여인들.. 그것도 아니라면 정치적인 물결속에서 대세를 읽지 못한 채 물결에 떠밀려가야 했던 여인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그녀들이 선택해야 했던 것들이 아마도 다른 사람들을 힘겹게 했으리라.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면 화를 불러온다. 그랬기에 그녀들은 악녀 혹은 마녀라는 이름으로 재판을 받았을 것이고 화형에 처해졌거나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을 것이다. 그런데 처녀의 피로 목욕을 했다던 에르체베트 바토리라는 여인의 경우는 정말 경악스럽다. 사람으로써 어찌 저럴수가 있을까 싶은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천인공노할 일이다. 독을 잘써서 희대의 독살마로 이름이 붙어버린 브랑빌리에 후작 부인조차도 에르체베트 바토리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고, 근친상간으로 인한 정신병적인 요인이 자리했을거라는 변명조차도 궁색하게 만들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악녀들을 동서양으로 구분지었다는 거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서양의 악녀보다 동양의 악녀들이 더 지독하고 잔인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은나라를 멸망시킨 달기야 원수갚음을 위하여 제조된 상황이니 그렇다치지만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첩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말을 못하게 한 것도 모자라 팔과 다리를 잘라내 사람돼지를 만들었다는 유방의 마누라 여후는 정말 지독했다. 그 참혹한 광경을 자신의 아들에게 가서 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그녀의 심장속에는 차가운 피가 흘렀을까?  동양 최고로 잔인한 악녀였다는 측천무후는 또 어떤가 말이다. 야망을 위하여 자신의 뱃속에서 나온 아이들까지 스스럼없이 죽여 없앴다던 그녀.. 자신의 길에 방해가 될 것 같다거나 방해가 될 인물이라는 소리만 있어도 가차없이 죽여없애야만 했던 그녀.. 그 유명한 밀고제도가 시작되어진 것이 그녀로부터였다는 건 정말 혀를 차게 한다. 그랬던 그녀가 말년에는 바른 인물을 등용했으며 나라를 굳건하게 통치했다는 것은 아니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속에서는 서양을 대표하는 악녀로써 클레오파트라, 아그리피나, 프레데군트 & 브룬힐트, 루크레치아 보르자, 엘리자베스 여왕, 메리 스튜어트, 에르체베트, 바토리 브랑빌리에 후작 부인, 마리 앙트와네트, 마그다 괴벨스를 다루었고 동양을 대표하는 악녀로써 달기, 여후, 측천무후, 서태후를 다루었다.(굳이 찾아본다면 악녀로써 거론될 이름들이 꽤나 많을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단순히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하여 그랬거나 정치에 관심도 없었지만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악녀소리를 들어야 했던 여인들은 조금 억울할 것 같다. 삼양미디어 출판사에서 기획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를 몇권 읽어보니 재미있다. 정말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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