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사하라 이야기>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는 싼마오의 이야기.. 처음 <사하라 이야기>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참 좋았었다. 젊은 새댁의 거침없는 생활이 너무 멋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마도 가감없이 써내려갔던 그녀의 문체가 좋았을게다. 꾸미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그렇게 다가서기 좋은 느낌을 전해줄 때가 있다. 물론 꾸며야 할 상황이라면 꾸며야하겠지만 말이다. 뜨거운 사막을 사랑하는 여자.. <사하라 이야기>를 읽으면서 도대체 무엇이 이 여자를 이토록 거침없이 달려가게 하는가 궁금했었다. 그토록 힘겹다는 타지에서 그것도 뜨거운 햇빛과 모래뿐인 사막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무엇이 그토록이나 그녀에게 당찬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가가 궁금했었다는 말이다. 오로지 사랑하는 남자 하나만을 믿고 거기에 갔을까? 그럴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지 못한 그 어떤 것들이 틀림없이 작용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무리일까? 하지만 이 책 <흐느끼는 낙타>를 읽으면서 전작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그녀의 글속에는 아주 평범한 일상들이 담겨져 있었다. 누구나 겪으며 살아가는 삶의 비참함도 들어 있었다. 어느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삶의 절망도 들어 있었다. 그리고 오해와 싸움과 화해와 이해도 들어 있었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것들이 참 좋았다.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이뻐보이는 순수함과 같은 것들이 느껴져 참 좋았다. 이 책, <흐느끼는 낙타> 속에는 그녀에 관한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속세의 인연) 이야기들이 작가의 말로 담겨져 있다. 겨우 6년이라는 결혼생활을 마감하면서,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이나 거침없이 사막속에 뛰어들어야 했던 배경과 같은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조금은 특이하게 보이기도 하는 그녀의 어린시절은 그녀에게 있어 하나의 버팀목이 되어준 게 아니었을까?  어버이날에 쓴 그녀의 글속에는 그녀가 살아왔던 짧은 생의 시간들이 하나씩 하나씩 베일을 벗으며 나를 맞이했다. 싼마오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에 대해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작 <사하라 이야기>와 같이 독특한 사하라 이웃들과 엉키며 살아가는 모습들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는 <흐느끼는 낙타>속에서도 어김없이 가슴 찡한 느낌은 나를 찾아왔다. 서사하라의 정세가 날로 불안해져 가는 와중에 이웃들에게 버림을 받기도 하고 위안을 받기도 하는 싼마오에게 사하라는 그저 사하라일뿐이다. 그녀의 남편 호세와 그녀 싼마오가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이웃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참을 수 없는 아픔으로, 때로는 참을 수 없는 절망으로, 때로는 더이상 없을것 같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정갈하게 그려져 있다. 결국 이상속에서만 맴돌던 서사하라 주민들의 문맹앞에서 그녀가 사하라를 떠나야 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 사하라는 또하나의 고향으로 자리했을 것이다. 이야기속에서 '벙어리 노예'나 '영혼을 담는 기계'를 통하여 보여주었던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할 조건들은 참으로 아프게 다가왔다. 영혼이 살아 있어 사랑을 가슴에 품을 줄 알았던 벙어리 노예, 그가 원했던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는...

유격대장의 아내였기에 처연한 삶을 살아야 했던 샤이다라는 여인의 죽음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서사하라의 자주 독립을 외치며 투쟁하는 유격대의 모습속에서 철없는 욕망과 이상만을 보아야 했던 싼마오의 가슴은 서늘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이 안타까웠으리라. 이웃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의 현재를 그대로 인정할 줄 알았던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사막 사하라를 떠나 화산섬 카나리아 제도에 다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의지할 곳 없는 노인의 장례를 치뤄주는 그들 부부에게 무엇때문에 그런 일을 하느냐고 멀어져가던 카나리아 제도의 이웃들은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이웃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녀의 솔직하고 담담한 삶의 이야기는 몇번을 마주친다해도 식상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따뜻한 그녀의 마음은 자주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돈을 얼마나 버는 남자랑 결혼하고 싶어?"
"꼴 보기 싫은 놈이라면 천만장자라도 필요없고, 마음에 든다면 억만장자라도 결혼해야지"
"결국은 돈 많은 사람한테 시집가겠다는 얘기 아냐"
"예외도 있을 수 있어"
"나랑 결혼한다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있으면 돼"
"당신 많이 먹어?"
"아냐, 아냐. 그리고 앞으로는 더 조금 먹을 거야" (206쪽)

책속 이야기 '털보와 나'를 통해서 보여준 그녀 부부의 이야기는 참으로 정겹다. 그리고 소박하다. 번듯한 청혼 한번없이 그냥 결혼해 버려서 돌이켜보면 유감스럽다고 작가는 말했지만 아마도 그것이 그들 부부의 매력이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무슨 반쪽?" "당신의 반쪽이니까 당연히 나지!" "나는 반쪽이 아니라 하난데" '그래, 사실 나도 반쪽이 아냐. 나도 완전한 하나라고'... 가정 같지가 않고 남녀가 같이 사는 기숙사같다고 했지만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인정해주었고 또다른 하나로써 받아들였다. 결혼하면서 서로 동료가 되어 주기를 바랐을 뿐, 피차 무리한 요구나 집착은 없었다던 그들 부부.. 그저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를 찾으려 했을 뿐이라던 그들 부부.. 특별할 것 없는 그들 부부의 특별한 이야기속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녀의 삶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녀, 싼마오의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면 나는 주저없이 또다시 그녀의 이야기속에 빠져버릴 것만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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