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그와같은 소리가 참 좋다. 상여메고 나갈 때 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있는지.. 있다. 그리고 나는 가끔 그 소리를 그리워한다. 산사의 처마끝에 달려 바람소리를 대신 전해주는 풍경소리처럼 가슴 한쪽을 싸아하게 만드는 소리..  어여~ 어여~ 이제가면 언제오나~ 어여~ 어여~ 어렸을 적 하얀 종이꽃으로 치장을 했던 할아버지의 상여를 지금도 기억한다. 상복을 입고 줄을 지어 따라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처럼 빛바랜 기억속에서 그것들이 안고 있었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지나가 버린 세월들! 너무 멀리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너무 멀리 보내버린 것들이 많아져서 어쩌면 우리가 이토록이나 각박한 세상속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놈의 젊은소, 옆에 있다면 그 궁둥짝을 찰싹찰싹 소리나게 때려주고 싶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했던 첫마디였다. 정말이지 그 젊은소가 너무도 미웠다. 그 큰눈을 씀벅이며 묵묵히 할아버지의 동행이 되어주던 늙은소가 울던 날 나도 눈물이 났다. 젊은 소와 그 젊은소의 어린 소를 위하여 두배로 일을 해야 했던 늙은 소는 아마도 왼쪽 다리가 불편하신 할아버지의 그림자가 아니었을까? 길들여지지 않기 위하여 할아버지를 힘들게 했던 젊은 소안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나의 세대, 그리고 나의 다음 세대들이 들어 있었다.

"이 소가 없어져야 아버님이 일을 안하시니까 소를 파세요 아버님! " 
나는 묻고 싶었다. 만약에 정말로 소를 판다면 그 뒤에 남을 아버지의 모습에 대하여 한번쯤이라도 생각해 본 적은 있느냐고...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집에 있었으니까 많이 늙었다고 소를 보며 말하던 우리들은 과연 아버지의 늙음에 대하여 얼만큼이나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지...
 
"웃어요, 웃으라니까요! "
당신 몸이 아프셔도 그저 아파, 아파라고만 말씀하셨던 할아버지께서 병원엘 다녀오시는 길에 사진관에 들러 할머니와 사진을 찍으실 때 굳어진 표정을 보고 사진사가 말했었다. "웃으세요 어르신!"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할아버지에게는 오로지 늙은소의 목에 걸린 워낭소리와 할머니의 투정 섞인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는 행복하셨을 게다.

"이 소가 사람보다 더 나아. 아, 잠든 나를 집까지 데려다 준 소가 이 소라니까!"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고 말하지 않아도 할아버지의 마음이 곧 소의 그 맑은 마음이었으리라.
너무 늙어서, 이제는 고기도 안나올거라고 제 값을 쳐주지 않았던 우시장의 사람들에게 기어코 헐값에는 팔지 않겠노라고 다시 늙은 소를 끌고 오시던 할아버지는 제 값을 다 받을 수 있다고 하였어도 그 소를 팔지 못하셨을게다. 자신의 분신과 같았던 그 소를 어찌 팔 수 있을까?

죽어가는 소를 바라보며 좋은 곳을 가라고 빌어주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할아버지와 소의 그 끈끈함이 끝내 내 눈물샘을 자극했다. 내 부모와 내 자신과 내 자식이 한데 어울어져 가슴 한쪽을 저미는 듯한 아픔을 주고 갔다.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던 할아버지와 소의 말없는 대화가 너무도 아팠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당신 돌아가시면 나도 따라 죽을라요. 당신없이 내 혼자 어찌 살겠다고.. 자식들한테 갈 수도 없고.. 간다해도 내가 거기서 어찌 살아요.. 그 눈치밥 먹으면서 나는 못사네요..."
소박한 할머니의 투정 또한 질펀한 아낙네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그것 또한 하나의 그리움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저놈의 소가 죽어야지 내만 이리 두배로 심들다.."

저 소가 죽어야 이 영화도 끝나겠구나...
오죽했으면 이 영화를 찍으면서 그랬단다. 차마 시선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나였다해도 아마 그랬을거란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표현하기에는 감동적이란 말로도 뭔가 부족한 듯 싶다. 어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사람과 소의 관계만도 못한 세상속에서 우리는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부모님 세대의 그 끈끈한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지만 너무나 긴 세월을 걸어가고 있던 시간이었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이 영화를 관람하던 엄마,아빠의 모습.. 비록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어버린 아들이지만 그래도 얼마나 이쁘기만 한지...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나의 눈이 빨갛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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