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샘깊은 오늘고전 8
김이은 지음, 정정엽 그림, 김시습 원작 / 알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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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그저 아이들을 위한 한편의 동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시습 단편소설 모음이란 부제를 보면서 또 한편의 어려운 고전이 다시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처님과 내기 한 선비>는 김시습의 소설 《금오신화》에 나오는 다섯 이야기중의 하나이다. 《금오신화》는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이렇게 다섯편의 이야기로 되어 있으며 모두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게 해설의 말이다.  책속의  '부처님과 내기 한 선비'는 <만복사저포기>가 원전이며,  '이생이 담안을 엿보다'는 <이생규장전>이 원전이라고 한다. 이 두 편의 고전을 읽으면서 내심 기쁘기도 했다. 어렵기만 한 우리의 고전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니 말이다. 한시를 그대로 쓰지 않고 풀어 썼어도 아이들이 보기에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해설편을 보면 매월당 김시습과 그의 작품《금오신화》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되어져 있는데 그것만큼은 지나쳐가지 말고 꼭 알아두었으면 한다. 이 책에 실려있지 않은 이야기까지 《금오신화》의 모든 이야기를 고루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테니 말이다. 

두 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내내 서포 김만중의《구운몽》을 떠올렸다.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이 술에 취해 팔선녀와 희롱한 죄로 인간 세상에 '양소유'란 인물로 환생하면서 시작되어지는 이야기. 깨어보니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설정을 통하여 인생의 덧없음을 주제로 삼았다던《구운몽》에는 남녀간의 애정이야기도 쏠쏠하게 나온다.  《구운몽》이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았던 일종의 사회상을 보여주었다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금오신화》의 이야기에는 왜적의 침입을 받은 나라의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환상같은, 정말 꿈속에서나 이루어질 그런 사랑을 그렸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왜 이렇게까지 꿈같은 사랑을 그려야 했는지 잠시 생각해 본다. 어쩌면 너무나도 많았던 규제때문은 아니었을까?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자유롭지 못했던, 아니 사랑뿐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을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자신안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사회적인 여건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저 빙 둘러쳐진 담벼락안에서 책이나 읽고 수나 놓으면서 살기에는 젊은 피가 너무 뜨거웠던 때문은 아니었을까?  조선시대를 살아야 했다면 결코 빠져나갈 수 없었던 유교의 덫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하는 말이다.

연리지라거나 비목어처럼 우리가 지금도 사랑을 이야기 할 때 흔히 비유되는 표현이 있다. 이 책속에서도 역시 남녀간의 사랑을 그렇게 비유하는 걸 보면 '사랑'이라는 정의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나뭇가지가 서로 얽혀 하나가 되는 연리지나 눈이 하나만 있어서 두마리가 함께 있어야만 온전해진다는 비목어처럼 끝내주는 비유가 또 어디있으랴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을 통하여 또한번 나의 무식함이 탄로났다. 지금까지 내게 있어 금오신화는 金鰲神話였었다. 그런데 金鰲神話가 아니라 金鰲新話였다는 것...  '금오'는 경주 남산의 금오봉 또는 남산을 가리키며 '신화'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뜻이었다는 것... 너무 쉽게만 생각했던 나를 자책하며 또한 수박겉핧기식의 내 자만에 대하여 생각하니 정말 부끄럽기 그지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저 학창시절의 국어교과서에서만 잠시 스쳐가는 우리의 고전이 아니라 이렇게 가벼운 소설을 읽는것처럼 가까이 하기에 편하고 좋은 우리의 고전을 만날 수 있다면 어찌 좋지 않겠는가 말이다. 유교적인 시선에 의하여 김시습의 문집 '매월당집'이 간행될 때 《금오신화》는 거기서 빠졌었단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널리 읽히지 못하고 오히려 일본으로 전해져서는 거듭 간행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고 하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나라의 문화를 업수이 여기는 것 또한 시대가 변했어도 여전한 듯 하니 또한 마음 아픈 일임엔 분명한 듯 하지만 누굴 탓하기 이전에 앞서 나먼저 우리의 고전을 사랑해야지 하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풀이를 하였고 또한 설명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해설편에서 보여주고 있는 《금오신화》의 상세한 면면들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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