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동화
최용탁 지음 / 나무그늘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상한 동화? 도대체 뭐가 어쨌길래 이상한 동화라는 제목을 붙여야 했을까? 이 책을 처음보는 순간 내가 한 생각이다. 무서운 동화도 나오는 세상인데 이상한 동환들 못나올 건 없잖아? 하면서도... 하지만 읽고난 뒤에 내가 붙인 제목은 이렇다. 단 세명의 어린이를 위해 지어진 아름다운 동화, 슬픈 이야기를 읽고도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동화..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어린이들의 시선만이 아닌 어른의 시선으로 동화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동화이기도 했다. 전혀 이상하지 않은 아홉편의 아름다운 동화속에서 내가 만날 수 있었던 메세지는 뜻밖에도 많았다. 단순히 동심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동화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자신의 아이들을 위하여 하나씩 만들었다는 이야기속에는 아이들을 향한 아버지의 바램과 아버지로서의 노파심과 그리고 아버지의 염려, 한마디로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있었음을 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꿈을 우리는 얼만큼이나 배려하고 있는가? 비록 장애를 가졌더라도 그들이 품고 있을 꿈의 크기에 대하여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다시한번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 <누리의 하루>.. 배고프고 힘겨웠던 계절속에서 아이들을 위하여 먹이를 구하러 나갔던 엄마 아빠노루. 하지만 엄마는 그만 인간들의 덫에 걸려 아이들의 곁을 떠나버리고 부상을 당한 아빠노루는 아이들을 위해 길을 떠나기로 한다. 힘겨울수록 함께 해야 한다는 <노루 가족의 겨울> 이야기속에는 사랑이라는 강한 메세지가 들어 있었다. 살기 위하여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하는 삶의 여정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보고싶은 동생을 위해 분홍머리핀을 사는 아이 선재의 마음을 그렸던 <분홍 머리핀>은 삶의 힘겨움이 변화시키는 어른들의 세계와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의 아픔 또한 함께 그려주고 있음이다. 오동나무의 가장 어린 잎이었던 끝동이가 엄마에게서 떨어져나와 바다로 가는 여정을 그려준 <바다로 간 끝동이>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망가뜨리고 있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 외에도 <아빠와 두더지>, <소진이의 일기장>, <은행나무 네 그루>를 통해 보여주었던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이야기는 슬며시 작은 감동을 일으키며 지나가기도 했다. 

얼마전에 읽었던 <두꺼비가 뿔났다>와 애니메이션으로 즐겨 보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떠올리게 했던 이야기, <참목이와 도토리 삼형제>.. 참목이는 어린 참나무이다. 하지만 아주 어린 나무가 아니었던 까닭에 인간에게 베임을 당해야 하는 빨간칠을 하게 된다. 이제 막 자신에게 생겨난 도토리,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도토리 삼형제를 끝까지 지켜주기 위해 애를 쓰던 참목이.. 그 참목이를 살려내기 위한 숲속 친구들의 노력과 바램도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늙은 밤나무 할머니의 죽음마져도 참목이를 구해내지는 못했다. 동물이 없으면, 그리고 나무와 자연이 없으면 인간들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인간들만 모르고 있다던 소나무 할아버지의 말이 울림처럼 나의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도토리 셋중에서 둘은 다람쥐에게 주고 하나만 심어주었으면 좋겠다던 참목이의 마지막 소원속에는 무엇이건 채워야만 하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질책이 들어있는 것만 같아 가슴 한 쪽이 찡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童話는 자연속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 자연과 가장 친밀하다는 童心.. 어쩌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마져 동심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아이같지 않은 아이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아니 그런 아이들을 너무 많이 만나게 되는 이 세상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문예창작과를 나왔다는 작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농부의 일이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내 아이만큼은 진정 아이답게 살아가기를 원했던 그 마음을, 결코 이상하지 않은 그 마음을 이상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작가의 세 아이들, 정말 행복하겠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