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대한 끔찍한 사랑
제임스 힐먼 지음, 주민아 옮김 / 도솔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전쟁에 대한 끔찍한 사랑이라는 제목부터가 이상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어디에 전쟁에 대한 사랑이 존재하는지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쟁에 대한 끔찍한 사랑을 찾지 못했다. 이 책속에서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전쟁에 대한 끔찍한 사랑이 아니라 그만큼의 사랑을 가지고 전쟁을 바라보아야 하며 또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목소리였다. 보편적으로 우리는 전쟁에 대한 사랑보다는 그야말로 말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단어들로 구성되어지는 안좋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끔찍한 단어들이 지목하는 상황과 단한번만이라도 마주쳐본 적이 있을까? 나는 전쟁을 겪은 세대도 아니고 또한 앞으로 그런 전쟁을 겪을 가능성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현실속에서 살고 있다. 단지 영화속에서나 책속에서 혹은 실제로 전쟁을 겪은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기억을 통해서만 전쟁에 대하여 상상하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니 그럴 것이다, 혹은 그랬을 것이다라고만 예측할 뿐..

총 네장으로 구성되어져 있는 이 책의 내용은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해하기 힘겨웠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것인지 정리하기에도 벅찼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그가 했던 말 혹은 그의 저서들을 나열해가며 알아듣겠느냐고 외쳐대고 있었지만 나는 몇번씩이나 이미 지나쳤던 부분들을 되짚어 가야만 했다. 그야말로 나는 이해하고 싶었을 뿐이고~~를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제목만큼이나 끔찍한 시간이었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1장에서는 전쟁은 정상적이며 심리학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이해해야 할 현상이 무엇이든 그것에 공감해야 한다는 심리학의 제1원칙을 거론하며 전쟁에 대한 우리의 공감을 끌어내려하고 있다. 전쟁에 대한 혐오와 평화주의자들의 공포나 반감 따위는 멀찌감찌 치워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작가의 말처럼 그렇게 될 수가 있을까?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위한 전쟁을 해야만 한다는 말은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수월한 말은 아닐듯 싶다.

전쟁은 비-인간적이다라고 외치는 2장속에서는 전쟁으로 인하여 피폐해져가는 상황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쟁으로 인하여 변해가는 모든 것들이 그 속에 나열되어있다. 전쟁속에서 변해갈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비인간적인 모습들을, 그야말로 인간성을 포기해버린 인간들의 모습들을 끔찍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그렇게 변해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대며 그들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가? 를 따져묻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왠지 작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겠구나, 정말 그렇겠다,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서 인정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아 나 스스로도 깜짝 놀라고 만다. 일본이란 나라속에 발을 붙였던 총이 어느날 시나브로 그들곁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게 되는 그 배경은 사뭇 경이롭기까지 했다.

신화를 통해서 보는 전쟁이야기는 재밌었다. 전쟁의 신 아레스와 (마르스)를 끌어들여 우리의 마음속에서 용암처럼 부글거리는 전쟁에 대한 욕망, 전쟁으로 맛볼 수 있는 황홀한 광기, 전쟁이 있어 경험할 수 있는 공포감 따위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아름답다는 말로 포장하기까지 한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 전쟁이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온다는 것을.. (마치도 행복과 불행처럼..) 아레스와 바람난 아프로디테가 남편 헤파이토스에게 걸렸다. 다 아시겠지만 헤파이토스는 최고의 대장장이다. 그의 그물에 걸려버리고 만 두 신의 모습을 보며 던졌던 아폴론의 물음에 비록 발가벗은 채 그물에 걸렸지만 내가 아레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던 헤르메스의 신화를 예로 들어 준 것은 적어도 내게만큼은 책속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신화속에 등장하는 신들을 거론하며 그들의 특징에 맞게끔 인간의 심리와 접목시킨 부분들은 정말이지 기가 막히다. 신의 형상과 닮은 인간이라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그들의 생각과 행동속에 인간의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는 말이 왠지 거북스럽지가 않았다.  

종교는 전쟁이라고 말하던 마지막장에서 다룬 전쟁과 종교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마녀사냥과도 같은 특정 종교 때리기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는 이미 기독교적인 인간들이라는 말이 왠지 서글프게 다가왔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 책을 통하여 어렴풋하게나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겉으로는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속으로는 모든 권력이나 야심, 즉 호전적인 (마르스)나 아레스적인 면을 숨기고 있다는 말 또한 거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신화와 종교의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 새롭게 다가왔다. 인간속에 머물러 인간과 함께 살아가느냐 아니면 인간위에 군림하느냐 하는 것은 분명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내가 잘 모르기는 해도 이미 우리곁에 머무는 유일신의 종교는 분명 인간위에 군림하고 있을테다.

'전쟁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전쟁은 사람들, 언론, '적'을 규정하고 싸움을 유도하는 지도자들의 마음속에 담긴 날카로운 목소리에서 시작된다. 그 현혹적인 격정과 기만적인 행위의 분출은 서로를 부추긴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는 절박한 심정에 사로잡혀 고귀한 선전포고라는 위선으로 우리 자신을 은폐한다.(321쪽)  색다른 주제를 다룬 책이 아니었나 싶다. 신선한 느낌도 있었지만 거부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던 책이었다. 어찌보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모든 현실 또한 전쟁일게다.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고 들면 마르스나 아레스적인 면이 없지않다. 그렇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고 감히 말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전쟁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아주 작은 작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너무도 많은 것들을 나열하며 신들의 이름까지 거들먹거린 작가의 노고가 대단하다. 읽기에 아주 버거운 책이었지만 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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