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하지.. 첫사랑이길 바라고 마지막 사랑이길 바란다고.. 그런데 그게 뭐 어떻다고? 첫사랑이면 어떻고 마지막 사랑이면 또 어떤데?  처음이고 마지막이라해서 그 사랑의 모습이 바뀔까? 사랑할 때는 모두가 같을 것이다. 사랑할 때의 마음만큼은 누구나 같다는 말도 되겠다.  오죽하면 유행가 가사에서도 말한다. 사랑해, 그 순간만은 진실이었어.. 사랑했던 그 순간만큼도 진실이 아니었다면 그것이 첫사랑이든 마지막 사랑이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는 거다. 두번째 사랑이라는 제목부터가 왠지 시니컬하다. 두번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테고, 그것도 아니라면 두번씩이나 이런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거라고 믿었다는 말도 될테고, 뭐 그렇다. 내 생각이야 후자에 있지만... 사랑에 빠진 모든 사람들이 두번다시는 이런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까봐 헤어져야 하는 그 사랑을 떠나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싶다는 그런 말도 되겠다.

김지하.. 이 남자는 젊다. 그리고 그 잘난 미국의 불법체류자다.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육체적인 힘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일뿐이다. 빨리 돈을 벌어서 애인을 자신의 곁으로 데려오겠다는 희망만으로 버텨내고 있지만 쉽지 않다. 애인을 빨리 데려오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남아도는 정자를 팔아먹자고 마음먹었는데 불법체류자라는 이유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마음은 급한데 맘대로 되는 일은 없다.

소피.. 이 여자는 유부녀다. 한국계 미국인 남자와 산다. 물론 성공한 케이스의 남자다. 부러울 게 없는 삶이 이어진다면 꽤나 좋겠지만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다. 아이를 좋아하는 남자와 아이없이 산다는 건 가히 고통일테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단순히 아이가 있고 없고의 문제점만 있는것 같지는 않다. 무언가 부족하다. 딱히 말해 이것! 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그들에게 늘 갈증을 호소한다.

돈을 주고 사는 게 내가 처음인가요? 그럼 당신은 돈을 받고 파는 게 처음인가요?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그들은 서로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게 된다. 사랑없이 나누는 그야말로 비지니스로 만나 나누는 육체적인 사랑... 가끔씩 나는 가능할까? 묻고 싶었었다. 서로의 아픔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한발자욱씩 서로의 가슴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들이 말하는 두번째사랑과 마주하게 된다. 위험하다. 이미 현실은 위험하다고 경고를 하고 있었는데 누구나 가슴속에 사랑이란 놈이 찾아오면 외면하지를 못한다. 아주 조용히, 소리도 없이 찾아오기에 어쩌면 이미 와버린 사랑앞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드디어 임신에 성공한 그녀의 선택은 과연 어느쪽일까? 아이를 지우고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남편앞에서 그녀는 당당하게 외쳤다. 이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고 내 아이라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노래를 부르고 기도를 하는 자리에 그녀는 늘 있었다. 그녀의 눈과 입은 늘 공허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당신은요? 당신은 뭔가요? 지하가 물었었는데 나는 왠지 그녀의 대답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가슴속을 채워주지 못했던 그녀에게,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를 모르겠다던 그녀에게, 단순한 한국식 기도를 알려주던, 돌멩이 위에 돌멩이 하나를 올려놓으며 소원을 빈다고 말했었던 남자 지하.. 그 남자가 어느날 전화박스안에 서 있었다. 그리고 전화속의 애인에게 이렇게 말했었지.. 나, 너를 데려올 수 없을것 같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그렇게 그들이 두번째로 찾아온 사랑앞에서 하나가 되어가던 모습이, 조심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이던 그 모습이 차라리 아름다웠다.

체포되는 두번째사랑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무너져내리던 그 장면은 정말 안타까웠다. 가끔은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려야 할 때도 있는거라고 말해주던 그 남자, 그 두번째 사랑을 위하여 그녀가 무엇을 선택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엔딩은 철저하게 나의 몫이다. 첫아이와 함께 바닷가 모래밭에서 밝게 웃던 그녀의 배가 오롯이 불러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녀의 선택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다는 걸 그제사 알게된다. 누구였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다시 돌아왔지만, 그가 머물며 그녀를 기다려주고 안아주었던 곳은 이미 어둠뿐이다. 아무도 없는 지하의 방에서 울려대던 전화를 그녀가 받았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면 될 것 같다. 그녀의, 아니 나의 선택으로 인하여 그들은 보이지 않는 행복을 만끽하리라... /아이비생각

 <이미지는 영화포스터에서 빌려왔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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