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도미노 경제학
가도쿠라 다카시 지음, 박선영 옮김, 정우열 그림 / 예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경제라는 말만 들어도 딱딱한 느낌을 주는 탓에, 아니 어쩌면 내가 경제를 모른다는 이유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나의 생각들이 기우였음을 바로 알게 되었다. 어렵다는 경제용어들을 제쳐두고서도 이렇게 쉽고 간결하게 경제학을 설명할 수도 있는거였구나 싶었다. 매스컴을 통해 자주 듣고 자주 보아오던 어려운 용어들이 너무도 쉽게 다가왔다. 그동안 궁금했었던 것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해주는 저자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13억이라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진 중국인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커피시장에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말이나 홍차를 주로 수출했던 인도나 후추산업이 주를 이루었던 베트남에서조차 커피산업을 주력상품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말에 이미 커질데로 커져버린 공룡 중국의 모습이, 그것도 바로 우리의 머리위에 자리한 중국의 그림자를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스타벅스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었던 경제의 한단면을 보면서 커피하나만으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파급효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커피 경제학)

스시... 일본의 초밥이다. 나 역시도 간결하고 깔끔한 맛에 초밥을 좋아한다. 그 스시가 미국과 유럽시장을 평정하고  브릭스에도 상륙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참치나 장어등의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말은 정말 놀라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얼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다.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한국만의 독특한 음식이 없었을까? 김치마져도 기무치로 탈바꿈되어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탓에 도대체 우리의 정부에서는 뭘 믿고 그렇게 손을 놓고 있는지 퍽이나 궁금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식품이 있다없다가 아니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시처럼 세계시장속에 파고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스시 경제학)

지금 현재도 기름값이 올라 주차장에 세워둔 차들이 많을 것이다. 원유를 자원으로 둔 나라들에 의하여 오일값이 들먹거린다는 말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그건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중국과 인도가 치열하게 유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는 말에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과연 우리는 얼만큼이나 원유를 비축해두고 있을까?  선진국 대열에 끼어들었다는 우리 나라가 세계경제가 콧물만 흘려도 우리는 몸살을 앓는 현실을 언제까지나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싶었다. (오일 경제학)

툭하면 들먹거리는 원유가에 대항할 만한 자원으로 천연가스를 들 수 있다고 한다. 바이오 연료라는 말은 내게는 좀 생소하게 들리지만 나름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각 나라의 경제가 자원으로 인한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지금 차세대의 자원을 가진 나라마다 미래에 대비하여 준비중이라는 말은 얼만큼이나 발빠르게 움직여주느냐에 따라  그 나라가 살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바이오 경제학)

중국인들과 터키인들이 금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까닭에 각 나라의 발빠른 기업들은 벌써 그 자원을 가진 나라들과 손을 잡고 있단다. 문득 몇년전 금모으기 운동을 하던 때가 떠오른다. 장롱속에 깊숙히 감춰두었던 금이나 아이들의 돍잔치에 받았던 작은 금반지까지 모아지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금이라는 게 투자 목적보다는 소장하기 위한 것이 더 크다고는 하지만 유사시에는 그것처럼 도움이 되는 것도 없기에 귀금속의 수요는 꾸준하거나 더 많아지거나 할거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신흥경제국을 말하지 않더라도 당장 우리 역시 재테크의 수단으로 여기니 말이다. (귀금속 경제학)

그외에도 세계화의 중심이 되어가는 나라에들에 대한 이머징마켓 경제학이라거나 환경문제로 이어지는 에코 경제학 또한 나의 눈과 가슴속에 뜨거운 느낌을 전해주었다.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등 신흥경제4국을 일컫는 경제용어) 라거나 그 브릭스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비스타(베트남,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터키,아르헨티나 5개국의 머리글자를 연결한 조어.. '조망','전망'이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 VISTE도 동시에 뜻함) 의 시대를 예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속할까? 브릭스도 아니고 비스타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선진국의 대열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굳이 선진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후진국인것 같지도 않다. 그런 상황인데도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팔짱만 끼고 있는 것 같아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만 더 커져버린 듯 하다. 

편리함과 신속함만을 추구하는 게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고 거리낌없이 버리는 나무젓가락으로 인하여 중국의 사막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봄마다 일어나는 황사현상에 대해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오래전에 물전쟁에 관한 영화도 있었지만 가속도가 붙은 물부족현상이 내일의 일만은 아닐것이다. 지금 현재도 우리는 물을 사먹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물쓰듯 한다는 말이 무색하다. 환경에 대한 경고는 이미 오래전에 있었지만 설마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역시도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은 파헤져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존이 사라지면 지구도 숨을 멈출거라는 말이 공연히 나온 말은 아닐것인데도 우리는 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또다시 그 경고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환경을 위하여 많은 조약을 맺기도 하고 제제를 가하기도 한다지만 파괴되어지는 환경의 속도에 비하면 정말 턱도 없다.  진화라는 것은 단순히 자신에게 맞게 변화하는 것일뿐이라던 말이 떠오른다.

주부인 내가 느끼는 것은 가장 가까운 시장바구니 경제가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바로 우리가 체감으로 느낄 수 있는 거리에서부터 경제학을 펼쳐주고 있어 이해하기가 더 편했다. 나무젓가락 하나로 인하여, 기름값이 조금 더 올랐다고 하여 우리의 생활필수품들이 가격이 오른다.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들의 가격이 인상되면 결국 그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부유층과 신흥부유층이 늘어날수록 빈부의 격차는 커질 것이다. 힘겨운 사람은 늘 힘겹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귀에 자주 들었던 말, 그리고 우리가 늘 곁에 두고서 가볍게 생각했었던 것들을 예로 들어준 경제학을 듣다보니 책속의 말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끌려나오는 경제의 비밀이 하나씩 풀려가는 느낌을 전해받을 수 있었다. 세계경제가 우리네의 일상까지 파고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하, 그런거였구나! 싶은 생각에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군데군데 징검다리처럼 놓아둔 도표나 일러스트는 이 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쉬운 것은 왜 우리에게는 이런 책을 내는 사람이 없을까였다. 저자가 일본사람이었다는 건 정말 씁쓸했지만 바로 곁에 있는 나라였던 탓에 마치도 우리의 경제학처럼 느껴졌던 것은 다행이었다. 굳이 경제학 이론이라고 하기보다는 하나의 상식처럼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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