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ret Sunshine... 굳이 Secret Sunshine이라고 쓴 것은 정말로 나는 빛이 그리웠던 까닭입니다. 어느날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되어지던 날부터 나는 너무도 힘에 겨웠습니다. 쓰러질것처럼 아팠지만 쓰러져서는 안된다고 버텨냈습니다. 하지만 내가 버텨내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당신은 아실겝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아니 말할 수 없었던 그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던 날중에서 당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했지요. 내게로 오라고, 내게로 와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다면 내가 다 안아주리라고..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습니다. 비록 당신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당신이라면 나의 아픔을, 나의 힘겨움을 알아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남편을 잃고 나의 잘못된 판단이 원인이 되어 하나남은 아이마져 잃어버렸을 때 눈물조차도 흘릴 수 없었던 그 아픔을 당신이라면, 정말로 당신이라면 어루만져 줄 수 있을거라고 믿어보기로 했던 겁니다. 그렇게해서 내가 평안을 찾았느냐구요?  아니요. 내가 돌아보건데 나보다는 당신에게 입을 빌려주었던 사람들에게 더 많은 평안이 찾아온 듯 합니다. 그들속에, 그들의 평안속에 나도 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열심히 목이 터져라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가슴을 쥐어 짜내며 당신께 매달려 보았습니다. 그렇게해서라도 나는 내 속에 뭉쳐있던 그 무엇을 깨뜨려보고 싶었던 겁니다. 아이를 유괴하고 아이를 죽이고 그마져도 모자라 나까지도 이렇게 죽여버린 그 사람이 너무도 미웠지만 당신이 가르쳐준 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사람을 용서해주리라 마음먹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갔는데... 그사람이 그러데요? 당신이 벌써 나를 용서했다고. 그래서 자신은 평안을 찾았노라고.. 그 순간 내 가슴이 무너져내리던 소리를 당신은 들으셨겠지요? 그 순간 내 자신이 얼마나 미웠는지 모릅니다. 간신히 버텨내던 그 힘마져 당신에게 빼앗겨버린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최소한 썩은 동아줄만이라도 내게 내려주었다면 나는 이토록 다시없을 절망에 빠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감히 내가 어떻게 당신께 도전장을 던지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아픔을 다 끌어안아주신다는 당신께 말입니다. 당신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건 아닙니다. 단지 내가 이 세상을 살아야 할 작은 이유마져 당신이 빼앗아갔다고만 말하려는 것 뿐입니다. 당신을 향해 손가락질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 참담함을 비켜갈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내게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지요. 어디한번 해 보자구요. 내게 필요했던 건 단지 한 줌의 빛이었을 뿐이라고....

 

사랑이야기라고? 아니 이것은 절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종교이야기일까? 아니 종교이야기도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무엇이 이토록 가슴 저미는 서글픔을 안고 내게 다가오는 것일까?  여자의, 그 작은 여자의 절망속에 살며시 스며들어 시린 가슴 호호 녹일 수 있는 그런 한 줌의 빛이 너무도 절실했다. 세상속으로 나오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만 말려들어가는 달팽이같은 그녀의 일상.. 그 일상속에 한줄기 빛이 스며들어와 흙을 비추고, 마침내는 무언가를 싹틔우리라고 예고하듯 보여지던 그 마지막 장면속에서조차 그녀는 허허로운 눈빛을 버리지 못했었다. 차마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다. 스크린을 바라보며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고, 알 수 없는 통쾌함을 느껴보기도 했고, 철없는 안타까움에 주먹을 꼭 쥐기도 했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를 외쳐대던 여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내게로 전해져왔던 그 무엇을 거부하고 싶지가 않았었다. 설정들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집었다 엎었다하는 그 설정들속에서 묘하게 분위기를 잡아가는 여배우의 그 능청스러움이 정말 놀라웠다. 때로는 가볍게 혹은 무겁게, 때로는 간단하게 혹은 복잡하게, 때로는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삶이라는 건 수시로 바꿔써야만 하는 가면같은 것인지도 모를일이다. 순간순간 상황에 맞춰 나를 속일 수 있는 그런 가면을 몇개쯤은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거라고.. 진실 혹은 거짓.. 하지만 그 진실도 거짓도 모두 내 안에 있는 것을 어찌할까? 내 안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여러개의 시선을 생각한다. 어느 시선과 마주보아야 하는지 그 선택권은 오로지 나에게만 있을 뿐.. 그녀에게 비밀스럽게 찾아들었던 그 빛을 그녀가 느낄 수만 있다면...

한가지 묻고 싶었다. 내가 나를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사람이 사람을 떠나서 살아갈 수 있을까? 관계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보기로 한다. 모든 이념은 궁극적으로는 한통속이다. 그런데 그 이념을 받아들이고 행하는 과정만이 사람마다 다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통속이라는 것을 거부하고 싶어하는 우리네의 아집에 대하여 잠시 생각한다. 이 영화속에서 녹여냈던 개신교의 풍속도가 참 재미있다. 그 끊임없는 열정들이 참 대단하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이나 열광하게 하는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랑이야기도 있었다. 그처럼 아파하는 한 여자의 가슴속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바람처럼 곁에 머물던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무시한다면 영화속의 그 남자가 너무 슬퍼하겠다. 알아달라고 부탁하지도 않고, 내가 있지 않느냐고 소리치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곁에 머물러 자신의 존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그 남자의 사랑이야기는 튀지 않았기에 더 애절했던 것 같다. 알고는 있었지만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 여자의 아픔과 어울려 묘한 대비를 이루던 그 사랑이야기를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이 영화,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않아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멋졌다! 비밀스럽게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들어왔던 그 한줄기 빛의 여운이 참 길다. Secret Sunshine.../아이비생각

<이미지는 영화포스터에서 빌려왔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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