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루이스 레안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너를 정말 사랑했을까>... 차라리 나는 이렇게 묻고 싶었었다. 그토록 열망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곁에 두고서도 느끼지 못하는 그 순간이 너무 안타까웠던 탓이었을까? 하지만 나는 이내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라고 다시 고쳐 묻는다. 어쩌면 그들의 사랑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지는 것일테니까.  그녀는 정말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미 지나간 것들로부터 탈피를 끝마친 채 새로운 모습만을 안아든 두사람. 과연 그들에게 새로운 사랑의 기회가 다시 찾아와 못 다 이루었던 지난날의 사랑을 다시 채워갈 수 있을까?  하지만 저자는 그들의 사랑을 독자에게 맡겨버리고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몬세... 아무것도 부족함없이 지내던 그녀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사랑. 사랑이라는 이름은 열아홉살 철없던 그녀에게 있어 너무도 아름다웠고 황홀했다. 과감한 일탈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소중하게 안고 다니던 책들을 쓰레기통속으로 던져버릴 수 있게 만들었던 그 첫사랑의 설레임은 끝내 너무도 아픈 기억이 되어 그녀에게서 떠나갔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가버린 어느날 느닷없이 빛바랜 사진 한장으로 되돌아온다. 그 사진 한장으로 인하여 남편과의 이혼을 앞둔, 열아홉의 딸을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힘겨운 자신의 현실을 잊은 채 옛사랑을 다시 갈망하게 되는 그녀... 그가 살아있다! 죽었다고, 이미 이 세상에는 없는 사람이라고 인정했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있음을 전해주었던 사진 한장이 그녀의 돌이킬 수 없는 여행의 시작을 예고한다. 그 사람이 나를 기억할 수 있을까? 내가 그사람을 다시 만난다면 알아볼 수 있을까?

사하라를 배경으로 했던 소설들이 책장을 넘기듯이 하나둘씩 내 기억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의 한토막들이 넘겨지는 책장위에 오버랩 되어왔다. 어린시절 함께 사랑했으나 소년은 전쟁터로 떠나버리고 그 소년을 기다리던 소녀가 숙녀로 변해가는 과정속에서도, 끝내 첫사랑을 놓치지 않은 채 그 사랑이 머물렀던 흔적들을 찾아다니며 수소문하던 여정을 그렸던 어떤 영화를 생각한다. 어딘가에 그가 살아있다는 자신의  알 수 없는 그 느낌하나만을 믿은 채 시작되어졌지만, 끝내는 첫사랑을 찾아내어 기억을 잃어버린 채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 사랑에게 다가가던 그녀의 여린 치맛자락이 바람이 흔들리고 있었지... 우리의 주인공 몬세 역시 열아홉살의 첫사랑 산티아고를 찾아 사하라로 떠나지만 예기치 못했던 상황들이 그녀를 生과 死의 갈림길에 놓이게 했었다. 너무나 많은 세월이 지나가버려 서로를 곁에 두고서도 알아보지 못하는 두사람의 그 애절함은 이미 마음과 육체가 불구가 되었어도 끝내 놓칠 수 없었던 몬세에 대한 산티아고의 사랑을 속깊이 그려주고 있었던 마지막 장면에서 더욱 절절하기만 하다.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을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휘파람소리라니! 마치도 영화를 보고 있는듯한 그 장면이 오래도록 내 상상을 자극했다.

사하라가 스페인의 마지막 식민지였던가? 그 전쟁을 고스란히 떠안은채 살아가야 했던 서민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참혹하기만 하다.  그 참상이 그들의 종교적인 이념과 맞물려 내게는 너무도 비참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스페인 최후의 식민지 서사하라를 둘러싸고 사하라인들과 스페인, 모로코, 모리타니아가 영토 분쟁을 벌였고, 스페인과 모리타니아가 그곳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물러났지만, 모로코와 폴리사리오 인민해방전선 간의 영토 분쟁은 삼십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니 그들의 삶이 어쩌면 저리도 아프게 느껴지던지...

너무나도 사랑했던 몬세를 만나 보지도 못한채 지원병이 되어 그 전쟁속으로 뛰어들었던 산티아고는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수도없이 전화를 했지만 단 한번도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수도없이 편지를 썼지만 단 한번도 답장을 받아볼 수 없었던 산티아고의 절박함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세상 모든것이 그녀였으나 세상 모든것이 고통으로 산화되었을 그 순간들.. 아주 사소한 오해로 인하여 순간의 감정을 이겨내지 못했던 그 이별이 그들에게 남긴 것은 너무도 커다란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쟁속에서 산티아고에게 다시 찾아 온 또하나의 사랑은 그에게는 하나의 버팀목이 되어주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낯설었지만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꼈던 사하라인들의 그 우직함에 마음이 움직여, 그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쌓아가며 서서히 사하라인이 되어가던 산티아고.. 전쟁의 혼란을 틈타 병영을 이탈했던 그가 사하라인들의 생활속에 동화되어가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끝내는 그들의 탈출을 돕던 중 폭격에 맞아 팔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사실 이렇다하게 특별한 것이 없었던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게 해 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으며 동시에 영화를 한편 보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녀가 정말 그를 다시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색바랜 사진같이 오래되어버린 그들의 사랑이지만 다시 시작되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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