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까? 다가왔던 느낌 하나가 오래도록 곁에 머문다. 영화의 마지막 텍스트들이 올라가고 있는데도 그 느낌이 여전히 곁에 남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절한 수애의 목소리를 따라 나도 같이 흥얼거리고 있음을 알아채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후유~~ 한숨!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왜 흥행패를 쥐지 못했을까? 너무 무겁다. 이 영화가 끌어안고 있는 무게가 너무 무거워 함께 가기에는 좀 버겁지 않았을까 하는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도 평범한 소재속에 숨겨둔 것들이 참... 많다. 숨은그림 찾기를 하듯이 그렇게 하나씩 내게로 다가왔던 그 느낌들을 왠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6.25... 훌쩍 사십년을 넘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어머니 아버지가 겪었던 전쟁의 힘겨움을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속에서 볼 수 있는 월남전의 참상을 잘 안다는 말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 푹 젖어버린 까닭은 수애라는 배우가 연기해냈던 한 여자의 기약없는 여정이 너무도 서글펐던 까닭이다. 3대독자인 남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따로 있었고 자손을 이어야 할 아니 자손을 이어주어야 할 의무는 그녀에게 있었다. 한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군에 간 아들에게 며느리를 보내는 우리의 할머니야 그런 세상을 살아왔던 까닭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끝내는 시어머니 대신 월남으로 떠나야 했던 그녀의 선택은 정말로 처절했다.  한번 시집갔으면 죽어도 그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던 친정아버지의 굳센 등을 바라보고 되돌아섰던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귀같은 무언가가 자리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도대체 나는 어떤 존재인가! 
 
월남전의 이야기야 수도없이 그려진 까닭에 뭐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성을 자아낼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하게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때문이다. 전쟁앞에서 과연 우리 인간의 실체는 무엇인가! 전쟁속에서 찢겨진 채 사라져갔던 또 하나의 우리들.. 그 모습을, 그토록 아픈 모습을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차라리 속 시원하게 외쳐주었으면 싶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그렇게 숨겨놓은 그 느낌들이 너무도 깊어서 아니 너무도 아파서 찾아내고 싶지가 않았다. 무엇이 그녀를 그 전쟁속으로 밀어넣었는가 묻고 싶었다. 왜 그녀를 그 전쟁의 늪속으로 밀어넣고는 살 수 있다면 어디 한번 살아보라고 조롱하듯이 바라보고 있는가 말이다. 그녀는 과연 살아돌아올까? 하지만 영화는 그녀의 무사귀환 따위에는 일말의 관심조차도 없다. 아주 철저하게 버려진 한 여자 순이... 순진한 시골여자 순이가 밴드 싱어 써니로 변해가는 과정만을 보여줄 뿐이다. 써니가 되어가면서 앙다물어야 했던 그녀의 입술만을 은근슬쩍 비춰주고 있을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속에 내재되어져 있는 또하나의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일까? 언제고 기회만 되면 튀어나올 준비를 하는 내 속의 나와 마주칠 날이 언제인지도 모른 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왠지 서글프게 다가왔던 이 영화.. 순이라는 여자를 통해서 영화가 말하고 싶어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한다. 변화속에서 변화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 변화를 수용했음에도 속도를 맞추지 못해 질질 끌려가는 한 세대에 대해 생각한다. 참... 아프다, 참... 잘 만들었다. 그런데도 사람들 가슴속에 흔적하나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야 한다는게 왠지 안타깝다. 이미 오래전에 지나가버린 세월이지만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우리곁에 맴도는 전쟁이야기... 산다는 건, 어쩌면 전쟁인지도 모를 일이다. 처절하도록 가슴 아픈 외로움을 지닌 채... /아이비생각

<이미지는 영화포스터에서 빌려왔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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