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이라는 남자..
응큼스러운 저 남자의 눈길을 좀 보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런 눈빛을 할 수 있는건지...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참 정직한 눈빛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디 남자뿐일까? 말은 하지 않아도 남자가 여자를, 그리고 여자가 남자를 쳐다보며 흘끔거린다는 게 아마도 연애의 시작이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이 영화에서는 우리 주변을 그토록 흔하게 떠도는 사랑이란 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좋아하니까 함께 있고 싶고, 좋아하니까 만지고 싶고, 좋아하니까 같이 자고 싶다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으니 어찌된 일일까? 아주 천연덕스럽게 젖었나요? 를 물으며 나는 지금 일어설수가 없으니 잠시만 더 앉아 있다 갑시다,라는 남자의 그 뻔한 작업멘트를 날린다. 여자는 뭔가로 한방 맞은듯한 황당한 표정을 하면서도 마약하셨어요? 한다. 그런데 그 말도 뻔한 작업멘트의 일종으로 들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저 남자, 6년동안이나 사귄 애인이 있단다. 직업도 선생인데다 생긴것도 잘 생겼으니 나름 여자들 앞에 선다는 거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철철 넘쳐났을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자에게 요즘말로 필이 꽂힌 이유는 무엇일까? 지겹도록 사랑했던 애인보다는 참신(?)하게 다가오는 그런 느낌이었을까? 애들말마따나 맨날 밥만 먹냐? 뭐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지만 이 영화속에서는 그런 감정위에 또다른 진실을 오버랩 시키고 있다.

끝도 없이 훔쳐보는 저 남자의 시선속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여자를 쳐다보고 있는지.. 하지만 무언가 맘과 뜻대로 잘 되지는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창밖만 내다보는 저 여자의 마음속에는 전혀 느낌조차도 없다는 것일까? 굳이 싫은 표정이 없는 걸로 봐서는왕내숭처럼 보여지는데? 그런데 저 여자, 과거가 있단다. 모든 것을 걸고 사랑했기에 같이 자기도 했던 남자에게서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단다. 그래서 남자를 믿지 못하겠단다. 그래서 마음에 빚장을 걸어버렸단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묻고 싶다. 사랑은 오로지 하나뿐일까? 사랑은 단 하나의 모습으로만 우리앞에 나타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는 게 내 지론이다. 사랑은 앞에 서는 사람에 따라 그 모습과 향기가 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잽싸게 옷을 갈아입게 마련이라는 거다.
홍이라는 여자..
그렇다면 이 여자.. 내숭의 여왕같은 표정으로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또 궁금해진다. 괜찮은 남자같은데 다시 시작해봐? 에이, 남자라는 게 다 똑같지 뭐.. 어쩌면 이렇게 마음속으로 재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싫지않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남자를 미친척 차버리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가끔 한번씩 만나는 순간마다 그 남자의 진실이 보여지게 된다면 여자는 십중팔구는 마음을 열게 되어 있다. 일종의 보상심리처럼. 여차하면 도망갈 준비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를, 그 차갑던 과거를 따스하게 안아주고자 하는 남자의 진실앞에서 여자는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시작이다. 잘 될까?

결론은 없다. 잘 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잘못된 것도 없다. 언제나 항상 현재진행형인 사회적인 편견앞에서 우리는 결코 무릎 꿇어서는 안된다고 이 영화는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여자라고해서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걸 주저하지 말라고 말한다. 여자의 'NO'속에는 'YES'가 함께 들어 있다고 착각하는 남자들의 그 어리숙한 선입견에 과감하게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여자로서의 자아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거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내식대로만 받아들여 해석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따스함보다는 내면의 아픔까지도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진짜로 좋아하는 것이며 그것이 또한 진정한 사랑은 아니겠느냐고 묻고 있는 것 같다. 연애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아주 짧고 굵게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만 연애를 시작할 수도 있고, 자신의 일상 모두를 아끼고 위해주는 그 누군가와의 만남을 꿈꾸며 시작되는 연애도 있을 것이다. 마음이 배제된 만남에 대한 경고장같은 영화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뻔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되는 연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이비생각
<이미지는 영화포스터에서 빌려왔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