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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ㅣ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1
츠츠미 미카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미국... 세계를 쥐고 흔든다는 나라.. 어찌보면 모든 것의 시작일것처럼도 느껴지는 나라.. 웬만한 개도국이라면 그들의 길을 따라 걸어가지 않을까 싶은 그런... 그런 나라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참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의 중국을 떠올려보게 된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굴욕에 대하여, 그리고 그와 똑같은 상황을 겪어냈을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하여.. 그랬던 우리도 지금은 값비싼 임금앞에 무너져 많은 것들을 빼앗기고 있다는 말을 심심찮게 보고 듣게 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듯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 대한민국으로 찾아오는 타국인들의 삶을 매스컴을 통해 바라볼 때마다 지구촌이라는 단어앞에 무안해지곤 했었던 기억도 있다. 무엇이 우리들에게 이처럼 가혹한 현실을 만들라하는가!
책을 읽으면서도 가슴 한쪽에서 스멀거리는 분노를 어쩌지 못한 채 애를 태워야 했다. 힘없는 나라 약소국의 서러움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저들의 이해득실앞에 무너져가는 우리의 아이들이 떠올랐던 까닭이다. 비만아 대책... 결국 저들의 이윤만을 따지는 시장원리에 멍들던 기업들이 희생양을 찾아 저소득층이나 개도국으로 방향전환을 했다는 것은 그리 놀랄일도 아니겠지만 그런 것들을 너무도 무책임하게 저항감없이 받아들이는 입장에 대해서는 개탄해마지 않을수가 없다는 말이다.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란 나라, 아니 이윤을 추구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들이 가혹하리만치 냉정하기만 하다. 평균 개인소득이 하위에 속하는 저소득층의 자녀들에게 실시되는 무료.할인 급식제도의 잘못된 점들에 대하여 정부가 책임지기를 꺼려한 채 외면해버렸다는 사실조차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건 정말 슬픈일이 아닐수가 없다.
이 책속에서 만날 수 있는 주제를 나름대로 대략 기억해보자면 서글프게도 우리의 현실과 맞닥뜨려지는 점들이 참으로 많다. 푸드편을 보자면 이렇다. 빈곤이 만들어낸 비만이라거나 왜 빈곤층의 아이들에게 비만아들이 더 많은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남의 이야기만도 아닌것 같다. 패스트푸드제품에 찌들어가는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아프리만치 따끔한 질책처럼도 느껴지니 말이다. 그토록 잘산다는 선진국의 대표급인 미국이라는 나라에서조차 기아에 허덕이는 국민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것은 모순일까? 아니 단지 우리가 모르고 있는 저들의 모습일 뿐일게다.
얼마전 미국을 강타했던 뉴올리언스의 재난을 기억한다. 그 이재민들이 지금은 고향땅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버려졌다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세계에서 제일 비싼 의료비로 인하여 중류층이 몰락해가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병원이 하나의 주식회사처럼 운영되어가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앞에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수가 없었다. 균형적인 식사와 운동, 수면으로 충분히 지켜낼 수 있는 건강마져도 의료비가 너무 비싼 나머지 건강보조제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씁쓸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국가가 도와주지 않으니 아프면 병원가서 치료할 엄두조차내지 못한다는 그들.. 그 건강보조식품의 폐해가 날로 늘어만가고 있다는 데 우리는 어떤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건강보조식품을 대하는 우리의 강박관념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국가시스템이나 사회적인 구조가 그들과 똑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보여지는 결과가 비슷한 걸 보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저들을 닮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까닭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바로 교육에 대한 문제였다. 전쟁마져도 민영화되어가는 저들의 속셈을 보면서 왠지 소름이 돋기도 했다. 학자금 대출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저들의 젊은이들이 이제 더이상은 오갈데가 없어 부당 징병 정책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고, 대학을 졸업하여 졸업장을 받았다한들 제대로 된 일자리하나 구하기가 너무도 힘겹다는 저들의 젊은이들.. 하지만 그것은 저들만의 문제는 아닐것이다. 지금 우리의 젊은이들조차도 어쩌면 그 절차를 밟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탈출하고자 혹은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군인이 되어야만 했던 젊은이들이 결국은 병자가 되고 낙오자가 되고 노숙자가 되어 처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그 밑바닥에는 저들을 보살피고 이끌어주어야 할 국가의 어긋난 시스템들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말앞에서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어쩌면 우리라고해서 저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싶었던 때문이다. 민영화라는 틀에 맞추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우리의 국가적 시스템도 모른척 할 수 없었던 때문이다. 카드빚에 허덕이는 우리의 젊은이들만을 탓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민영화된 전쟁’.. 세계 여러나라의 근로 빈곤층들이 지탱해나가고 있다는 전쟁의 현실.. 저 밑바닥에 숨어 자신의 실체는 드러내지 않은 채 하나의 기업이라는 이름만을 내세워 힘없고 돈없는 세계의 빈곤층들을 겨냥하여 끝도없이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저들의 악마적인 모습.. 그 악마가 내미는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는 그들의 서러움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사람의 목숨을 파리만도 못하게 여긴다는 저들의 웃음뒤에 숨어 버린 나라의 이해타산적인 비굴함을 어이할까.. 개인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정말 괜찮은 일자리가 있는데 말이죠”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파견이라는 순수한 비즈니스입니다”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고 겨우겨우 풀칠해가며 살아가고 있는 전 세계의 빈곤층을 향한 저들의 비열함앞에서는 억울하면 출세하라던 말이 떠올라 내심 한숨을 내쉬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하나의 거대한 눈길.. 1984라는 소설속의 빅브라더.. 참으로 무서운 현실앞에서 무엇을 탓하고 무엇을 원망하랴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또 왜일까? 어느 누구도 이런 세상을 만들라고 등떠밀지 않았을거라는 사실이다. 테러보다 무서운 민영화라는 말을 들으면서 앞으로 더 힘겨운 세상을 살아내야 할 우리의 아이들을 어이할까 싶었다.
저자 후기에서 말하고 있듯이 중요한 것은 그 적을 결코 잘못 알아서는 안 되는 것 이라던 말이 가슴을 찌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번지르르함보다는 그 속에 내재되어져 있는 성질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살 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국가적 시스템에 손발이 묶인 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서도 저자는 아프게 꼬집고 있다.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인간이 '생명'이 아니라 '상품'으로 취급되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결코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책장을 덮기전 저자가 말하고 있는 뼈아픈 결론을 여기에 옮겨 적으며 다시한번 기억해 두고자 한다. 그 가슴아픔에 대하여... /아이비생각
무지나 무관심은 '바꾸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공포를 낳고, 언젠가는 무력감이 되어 우리의 힘을 뺏는다. 눈을 감고 입을 다문다면 우리는 패할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이 스스로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가 아이들에게 있어서 절망의 시작이 된다. 현상이 괴로울수록 우리는 시험당한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차세대에게 건네줄 수 있는 것은 한없이 귀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