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클리닉 - 비뚤어진 조선사 상식 바로 세우기
김종성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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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왔던 이야기들 중에서 정말 그랬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그 시대로 찾아가 한번쯤 확인해 보고 싶은 경우도 더러는 있었다. 장희빈처럼 죽음에 이르렀을 때의 모습이 다양하게 표현되어지는 여인도 없었을 것이다.  사약을 받아 마시고 죽었다는 설도 있고 사약을 마시지 않으려하니 강제로 입을 벌려 들어 부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항간에는 그 앙탈이 너무 심하고 어이없어 화가 난 숙종이 문짝을 뜯어내 장희빈을  깔려 죽게 했다는 말도 있고...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쫓겨간 어린 단종에 얽힌 수많은 일화 역시 그 때마다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럴까? 이 책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역사적인 사실을 살펴보면 조금은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흐름과 맥락이 TV드라마의 사극으로 잡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접했던 이야기 위주로 알려 주고자 하는 욕심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왠지 좀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얼마전에 화제가 되었던 <이산>이나 내시를 다루었다고 하는 <왕과 나>의 예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무심코 보았던 드라마의 허와 실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으니 더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내시 김처선의 실제적인 성격은 이랬었다고 밝혀지는 부분이나 이산에게 칼을 들었던 화왕옹주와 정후겸의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홍길동이 소설속의 주인공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적으로도 홍길동이 존재했었다는 이야기는 새삼 놀랍기도 했고, 이산의 여인으로 나왔던 의빈 성씨에 관한 사실도 조금은 놀라웠다. 물론 어느정도는 역사적인 사실을 모티브로 하여 그런 드라마들을 만든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말이다.

임진왜란 초기 조선왕조의 가혹한 수탈에 시달리던 우리의 백성들이 일본군을 내심 환영했다는 말은 정말 놀라웠다. 오죽했으면.... 그렇게 쉽게 침입을 했지만 짐승같이 추악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민심이 험악해졌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인들을 노예로 팔아넘기기도 하고, 전리품으로 멀쩡히 살아있는 조선사람들의 코를 베어갔다던 왜놈들의 만행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부터 서울가면 코 베간다는 말을 들어왔던 게 공연스러운 말은 아니었나보다 싶어 씁쓸해지기도 한다. 늘상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의 역사속을 여행하다보면 분통 터지는 일도 참 많다. 충분히 우리나라가 될 수도 있었던 대마도를 놓쳐버린 부분도 그렇고, 한 나라의 왕으로써 제가 지켜내야 할 백성과 나라를 고스란히 명에게 바칠 생각을 하며 저 하나의 안전만을 도모했던 못난 왕 선조의 이야기도 그렇고, 남의 힘을 빌어 제 집안을 다스리려 했던 고종의 처지 또한 서글프기는 마찬가지다. 어쩌면 숨기고 싶었을지도 모를 역사의 허와 실을 밝혀내 제대로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책속에서 가끔 만날 수 있었던 '살주계'가 사실상으로도 존재했었다는 것, 전국적으로 큰 가뭄이 들어 굶어죽는 자가 많았던 비상시에 최하층인 노비가 구휼미로 2천석을 내놓았고 그것으로 인하여 면천하기도 했었다는 것,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이 <홍길동전>인줄로만 알았는데 채수라는 사람이 지은 <설공찬전>이 홍길동보다 앞섰다는 것 (하지만 이 소설은 최초의 금서이기도 했다는 것), 역사적으로 무능하게 표현되어지던 고종의 여우같은 속내를 조목조록 밝혀낸 부분들처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부분들도 참 많았다. 

그런 중에도 역사 연도 계산에 오류가 숨어 있다는 부분은 나의 시선을 오래도록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음력보다는 양력을 사용하는 우리의 역사적인 연도가 사실은 잘못되어졌다는 말이었다. 굳이 예를 들자면 갑신정변이 발생한 연도가 1884년 12월 4일과 1884년 10월 17일 두가지로 교과서에 기술되어져 있는데, 정확한 발생 연월일이 갑신년 10월 17일이고  이것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884년 12월 4일이 된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음력과 양력의 계산착오라는 건데 그런 오류가 생긴 이유가 역사 기록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데 반해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은 양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란다. 작가의 말처럼 개인도 아닌 사회가 그런 것조차 정확성을 기하지 못한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오류의 발생은 피할 수 없다는데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연대나 연호처럼 중요한 부분을 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대충 넘어가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때 사극을 보면서 '저런 사건이 정말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보는 사람이 얼만큼이나 될까?  TV보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어쩌다 한번씩 보게 되는 드라마나 사극은  보면서도 그저 그냥 그  흐름만 눈여겨 볼 뿐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거나 주변에서 흔히 듣고 볼 수 있는 野話 정도는 많다. 역사는 남아 있는자들에 의해 변한다고 했던가? 일단은 이기고 살아남은 자에 의해 각색되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런 까닭에 양반이나 고위층의 입을 빌려 듣게 되는 이야기보다는 아주 일반적이고 소시민적인 野話나 說話쪽에 더 귀가 솔깃해지곤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혹시나 하고 기대했었던 것이 어쩌면 그런 시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이 어리석음을 어이할꼬?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이 있다.  역사의 한 단면 또한 뒤에 남아 기록하는 자에 의해 많이 훼손되어졌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끝까지 선입견을 버리지 못한 나의 우매함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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