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행복을 꿈꾼다.  어떤 상황이던간에 그것이 행복으로 마무리 되기를 원한다. 그 행복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불행이 온다한들 나의 행복을 밀어낼 수 있을만큼의 용기는 없을 것이다.  여기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만 보더라도 그렇다. 저마다 꿈꾸는 행복의 크기가 달랐고 저마다 생각했던 행복의 끝이 달랐다. 그래서 문제였다. 오직 나하나만을 생각했었던 행복이 그 행복으로 엮여져 있을 사람들에게는 아픔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서민기 (최민식)...  은행원이었지만 지금은 실직상태다. 아내도 있고 5개월 된 딸 서연이도 있다. 조금 불안하지만 헌책방의 구석진 자리에서 주인장의 구박을 받으며 연애소설을 읽는 재미도 괜찮다. 시간되면 맡긴 아이를 찾으러 가고 퇴근해서 오는 아내를 기다리면 된다.  이 남자를 보면서  쫓기듯 살았던 지난날들에 대한 보상심리를 원하고 있었을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의 아내가 충분히 생활을 이끌어갈만 한 상태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생활속에 서서히 젖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날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게 되고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기까지 아내에게 그가 원했던 것은 아이에게 '좋은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좋은 아내'는 이미 포기했다는 말일수도 있겠다. 누구나 한번쯤은 부정하고 싶은 아픔이 있게 마련이다. 누구나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놓치고 싶지않다고 생각할 때가 있게 마련이다. 그가 꿈꾸어 왔고 지금의 그가 꿈꾸는 해피앤드는 무엇일까?  

최보라 (전도연)... 아마도 영어학원 원장이지 싶다. 여자로써는 나름대로 커리어 우먼이다.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을것이다.  대학시절 애인이었던 남자와 우연하게 재회를 하게 되고 그들의 불륜은 시작된다. 아니 이건 순전히 세상속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불륜이라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결코 불륜이라는 말이 용납될 수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녀에게는 남편이 있고 5개월 된 딸이 있다.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진심으로 그들을 떠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 게다. 단지 옛사랑의 그림자에 푹 빠졌을 뿐이다. 단지 옛사랑이 전해주는 그 달콤함이 좋았을 뿐이다. 어쩌면 그렇게 즐길 수 있다는 순간 자체가 그녀에게는 일탈의 기쁨쯤으로 느껴졌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남편에게서 그녀의 불륜에 대한 낌새를 알아채기 시작하면서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려고 애쓰는 그녀의 모습은 안스럽다. 이미 떠났던 자리로 다시 돌아간다는 거, 생각처럼 그렇게 쉽진 않을테니까. 그녀는 왜 그런 사랑을 꿈꾸었을까? 그리고 그녀가 그렸던 사랑의 해피앤드는 어떤 것이었을까?

김일범 (주진모)... 오피스텔에서 혼자 산다. 우연히 만난 대학시절의 애인에게 모든 걸 올인했다. 그녀에게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무엇이라도 줄 것같은 그녀의 태도를 보면서 그는 나름대로의 일상을 만들어 간다. 그녀의 물건을 사고 그녀의 아이를 맞아 들일 준비도 하면서.. 착각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착각도 아니고 집착도 아니라고. 오직 순수한 사랑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어찌보면 착각과 집착을 만들어내는 게 상대방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겠다는 걸 불륜의 남자와 여자를 보면서 생각해 본다.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려고 하는 애인을 바라보면서 그는 아마도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른다는 상실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니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보일리가 없다. 결국 선을 넘었고 그녀의 아파트까지 찾아가고 말았다. 그는 단지 옛사랑을 다시 찾고 싶었던 것일까? 그가 꿈꾸었던 해피앤드가 너무 슬프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해피앤드...  서로 다른 해피앤드는 이미 끝났다. 아픈 아이를 안고 돌아오던 남편 서민기는 아파트 복도에서 포옹하고 있던 두사람을 보면서도 '좋은 엄마'이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했을 것이다. 아주 간절하게.. 하지만 김일범은 끝내 그녀 최보라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결론은 죽음이다.  두사람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남편 서민기는 살인을 계획하고 확실한 알리바이를 만든다. 살인현장에서 발견되는 김일범의 체모... 이 모든 게 사랑했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면 모순일까?  홀로 남은 남편 서민기가 욕실에서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던 순간 그의 가슴속에서는 사랑이 빠져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한 남자의 해피앤드만 남았다. 그의 해피앤드는 과연 어떤 것일까? 

최민식... 그가 하는 연기는 참 능청맞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에게는 《올드보이》의 이미지가 너무 깊게 각인되어진 듯 하다. 이 영화속에서 아내를 죽이는 장면을 보면서 올드보이속의 최민식을 떠올린다. 특별히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닌데 그저 그가 채워주고 있는 장면들은 꽉 차 보인다. 이렇다하게  돌출되어진  장면도 없어보이는데 그가 그 영화속에 있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배드신... 파격적이다. 전도연과 주진모의 배드신은 단 두 번뿐이었던 것 같은데 상당히 인상깊다. 대역배우를 썼든 직접 연기를 했든 그건 상관없다. 밀회를 즐기는 그들만의 환희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애인의 모든 것을 갖고 싶어했던 그녀의 질투심, 그녀의 질투심이 불러 일으킨 그 남자의 착각과 집착 또한 잘 그려져 있다. 세 배우의 연기... 정말 멋졌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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