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광인일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5
루쉰 지음, 정석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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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이라는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이며 혁명가라고 소개되어지고 있었지만 진즉부터 읽고 싶었던 《아Q정전》을 이제사 읽게 되었다. 한번쯤은  지극히 현실적인 중국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까닭은 간단하다. 우리의 전통이 이미 중국으로부터 유래되어져 지금까지 우리의 정신세계를 떠받들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럴진데 과연 중국의 작가가 바라보는 중국의 모습은 어떨까?  한편으로는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역사속에서 느껴야 했던 실망감을 다시 느끼게 될까봐 내심 조바심도 났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역시, 하는 마음을 갖는다. 先覺者라 불리워지던 수많은 사람들이 선택해야 했던 爲民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힘겨웠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있었기에 아주 조금씩은 우리의 모습이 변해갈 수 있었다는 진실이 커다란 나무처럼  확연하게 보여지고 있었다는 거다.

이 책속의 아큐는 단지 아큐 한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중국인 나아가서는 깨이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름이다. 머리에 든 것도 없으면서 강자에게는 굽실거리고 약자에게는 큰소리치는 아주 전형적인 우리들의 모습이다. 강자에게 업수임을 당하고나면 저보다 못한자에게 화풀이를 하는 아큐의 모습은 어느 누구랄 것도 없다. 그것도 안되면 스스로에게 최면처럼 가식적인 자기위안을 걸어 그것으로써 자기 만족을 얻어내는 꼴이라니...  강자의 꼬리에 빌붙어 어찌어찌해보려던 아큐가 끝내는 그들의 속죄양이 되어버리는 그리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모습속에는 배우지 못하고 깨치지 못한 우매함의 극치를 마주 바라보는 것만 같아 가슴 한쪽이 시리기까지 했다.

의학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던 루쉰이 일본의 의학교에서 유학하던 시절 강의시간에 일본 군인들이 포로로 잡힌 중국인의 목을 베는 것을  재미삼아 구경하던  중국 동포들의 모습이 담긴 시사영화를 보고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루쉰..  그 이후로 육체적 질병을 고치기보다는 정신적 개혁과 무기력을 고치는 것이 급선무하고 생각한 그가 의학을 포기하고 문학으로 돌아설 때의 용기는 가히 대단하다. 자신의 평안과 안위보다도 내 조국 내 동포를 먼저 생각함은 先覺者로써의  문이 열렸다는 말일게다. 그래서일까? 내가 처음 루쉰의 작품속에서 느꼈던 것처럼 아주 지극히 현실적인 문체를 많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아큐정전》도 마찬가지지만 《광인일기》에서 보여주었던 그 은밀한 은유의 속삭임은 참으로 놀라웠다. 봉건적인 유교사상에 대한 반감과 정치 현실에 대한 반감은 그 당시로써는 상당히 어려운 선택이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흘러가게 마련이다. 그 흐름속에 一步前進이 있어 우리에게는 변화가 찾아왔을테고 또다른 역사가 시작되었을테다.

이 책속에는 루쉰의 열한편의 단편과 루쉰의 일생이 실려 있다. 어찌보면 무슨 일기나 산문처럼 쓰여진 짧은 글이지만 그 속에 내포되어져 있는 현실은 냉혹하다.  어떤 상황과 마주쳤을 때의 사람 심리가 속깊이 잘 표현되어져 있는 것 같다. 흔들림과 방황, 그리고 어느쪽도 선택하지 못한채 자기 주장도 없이 살아가는 어정쩡한 삶의 모습들이 잘 그려져 있음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중국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또한 읽어낼 수가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글로써 누군가를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테지만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이며 사상가로 칭송되고 있다는 걸 보면 그가 실패한 先覺者는 아니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도 글로써 우리를 깨우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先覺者는 많았을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爲民으로의 길을 갔던 그들이 있었기에 어쩌면 지금의 우리가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열한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한편 한편에 담겨졌을 작가의 마음.. 그 글들을 쓰면서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를 한번 생각해 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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