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철학자 50
夢 프로젝트 지음, 박시진 옮김, 배일영 감수 / 삼양미디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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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깊이 괴로워하느냐 하는 것이 인간의 위치를 결정한다 - 니체
철학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생각하는 자체도 철학의 일부분이 아닐까? 철학이라는 게 무슨 학문이니 교양이니를 떠나서 '생각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복잡미묘하게 얽히고 설킨 듯이 보여지지만 다분히 주관적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얼핏 보기에는 상당히 객관적인 듯한 뉘앙스가 풍겨나오기는 하지만 말이다. 말장난을 하는 것처럼 끝없는 메타포의 늪에 빠진 세계가 바로 철학이라는 가면을 쓰고 돌아다닌 것만 같다.  책속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철학자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내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시대적으로 혹은 그 시대적인 배경에 따라 변해가는 그들의 생각과 고집스러운 외침만큼은 제대로 들을 수 있던 시간이기도 했다.

모든 철학적 문제들은 언어가 휴가 갔을 때만 생겨난다 - 비트겐슈타인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딱 이러한 것이다! 하고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 때 그 때 상황마다 거기에 맞춰 혹은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며 달라지게 마련이니... 가장 우선적인 것은 자신의 감정이입이다. 그리고 거기에 대응할만한 기존의 어떤 주제가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따르던지 이의를 제기하던지 할 테니까 말이다.  '구조주의'의 선구자로 책 중에서 소개되었던 소쉬르는 언어가 정말 '의미'를 표현하고 있을까? 되묻고 있었다. 인간이 많은 것들을 언어로써 식별한다는 말은 약간 생뚱맞게도 보여졌지만 나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대목이기도 했다. 감각이 아닌 오로지 언어에 의해 대상을 식별하고 있다는 말에는 왠지 서글픔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tree' 와 'wood' 의 차이만 보더라도 우리가 그저 '나무'라고만 말하고 있는 것과는 정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커피와 담배를 즐기다 80살의 생을 마감했던 사람, "결혼으로 여자는 자유로워지고, 남자는 자유를 잃는다" 고 말한 칸트를 보더라도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의 성장과정이나 그가 처해있는 현실속, 혹은 그가 처해있던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만날 수 있었던 철학자들의 면모가 그랬던 것 같다.  어찌보면 상당히 현실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저 먼곳의 '이상'을 바라보며 꿈꾸는 것처럼 보여지던 철학의 의미가 이쯤부터는 너무나 가까이 내려와 곁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구나, 철학 역시도 내가 처해있는 현실로부터 출발하고 있었구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왜 사는가?  행복은 또 무엇이며 어디에서부터 괴로움은 시작되는가?  따위의 어려운 말부터 시작하여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도 일종의 철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은 죽었다고 열심히 외쳐댔던 말 뒤에는 종교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는것과 같이  한마디 말속에 하나의 과학이 숨겨져 있으며  정치적인 의미도 숨겨져 있는 걸 보면 철학이라는 것도 역시 현실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이미 오래전에 살았던 철학자 셸링의 말, "평등이 아니라 불평등이 평준화가 아니라 개개인의 다름이 이 세상 발전의 척도이다" 라는 말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교육의 현실을 아프도록 서글프게 생각했다면 억지일까?  "잠재된 불만이 사소한 기회에 폭발한다" 는 프로이드의 말속에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그것도 역시 억지이리라.. 세월이 많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사람사는 모습만큼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사람에게 가장 슬픈 일은 자기가 마음 속에 의지하고 있는 세계를 잃어 버렸을 때이다" - 헤겔
"내 마음이 이 세상의 근본이다" - 원효대사
아마도 동서양의 대표급 철학자들을 다 모아놓은 것 같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그리고 한번쯤은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는 그런 이름들이 많이 보였다.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철학자들의 일화도 군데군데 숨겨져 있어 재미를 전해주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철학자 원효대사의 말처럼 내 마음이 곧 이 세상의 근본인 것이다. 내 마음이 느끼는데로, 내 마음이 엉켜드는데로 생각은 달려가게 되어있고 거기에 따른 주장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될 것 같다. "습관은 인간 생활의 위대한 안내자이다", "농부처럼 일하고 철학자처럼 사색하라".. 등등 철학자들이 했던 말처럼 특별히 어려울 것도, 특별히 난해할 것도 없는 게 철학이라는 말처럼 보여지기도 하니 말이다.

책장을 덮기전 나는 소크라테스에 대해 이야기하던 대목을 생각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주장했던 베이컨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無知'에 대한 깨달음을 알게 해주고자 끝없는 산파술로써 대화를 나누었다는 소크라테스..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사실에 대해 남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는 소크라테스.. 그야말로 선문답같은 상황이었겠지만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고 또 그것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삼양미디어에서 말많은 것들을 다독이며  보여주고자 하는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물'이 일단은 참 괜찮게 느껴졌기에 놓쳐버린 것들일랑은 차후로 미루더라도 이 책만큼은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역시 철학은 어렵다?  쉽게 생각하면 될 것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다가  뒤로 갈수록 뻑뻑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생각자체만으로 끝나지 못한 채 복잡한 우리의 현실과 맞물려 들어가기 때문일것이다. 그러고보면 철학이라는 게 '생각한다'는 그 개념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듯도 하고.... 다시 머리속이 시끄럽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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