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탁구공을 튕겨 본 적이 있는가?  그 가벼운 통통거림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책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소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어둡고 힘겨웠을 시절의 이야기였을지도 모를 자신만의 시간을 탁구공을 튕기듯이 그렇게 유쾌하게 전해주고 있는 작가에 대해 새삼 놀라움을 느낀다. 잡지에서 우연히 본 사진 한장으로 막연하게 사막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던 작가의 그 마음이 앞날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뭐가 다를까 싶었다. 산문집이라는 책표지의 안내글을 보면서 여행을 하며 느낀 것들을 감성적으로 그려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이 책을 만났었다. 하지만 이 책은 여행서도 아니오, 개인적인 감성을 이겨내지 못하는 한사람만의 산문집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막에서의 생활을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인 한 여인의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일 뿐이라고 나는 그렇게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려본다.

처음 서문을 대신해서 보여주는 엄마의 편지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 그럴 듯한 소설 한편쯤으로 치부해버렸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속에서 천방지축 대만처녀 싼마오가 살아내는 사막생활은 리얼하다.  생각과 판단 자체가 단순하기만 한 스페인 총각 호세와 결혼을 하고 (사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전개과정조차도 한편의 소설처럼 느껴진다)  저들만의 생활에 푹 젖어사는 사하라 이웃들과 겪어가는 싼마오의 신혼일지는 바라보는 내내 내게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깊은 좌절을 느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절대로 사막을 미워하지 않기로 하는 싼마오..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대목은 그 철두철미하게  얄미운 사하라 이웃들과 티격태격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던 때가 아닌가 싶다.

정말 알콩달콩한 신혼이야기다. 무엇하나 내노라 할 것 없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그들에게는 오직 꾸미고 가꿔야 할 행복만이 있을 뿐이다. 버려진 폐품을 모아 집을 꾸미고 가구를 만들면서도 그들은 함박같은 웃음으로 마무리 할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아주 작은 돌 하나, 보잘 것 없는 풀 한포기에도 감사하며 사랑할 줄 아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작은 것들까지도 사랑하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엉터리같은 의사노릇을 하는 싼마오를 보면서 진정한 의술이란 게 저런 마음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 움켜 쥘 줄만 아는 이웃들에게조차 미움을 표현하지 않는 싼마오의 마음을 보면서 베품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황량한 사막.. 달리고 달려도 모래뿐인 그 공간속에서 색다른 것을 찾아내기 위해 끝도 없이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는 호세와 싼마오.. 작은 새랑 거북이랑 조개화석이 있는 곳을 보러가기 위해 정신없이 길을 떠났던 어느날의 사건.. 사막의 진흙늪에 빠진 호세를 두고 떠나지 못했던 싼마오에게 들이닥친 힘겨운 역경 한조각은 나조차도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말았다. 죽음을 바라보는 순간에서도 서로를 위한 격려의 한마디를 잊지 않았던 호세와 싼마오의 사랑은 그 진흙늪에서 그들을 탈출하게 만들어 준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참으로 아름답게 보여지던 대목이었다.

싼마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사하라 사람들의 삶의 현장속에 들어가 있다. 그림과 이야기만으로 다가오던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사막의 이미지는 저 멀리로 던져버린 채 그들이 살아내고 있는 현실적인 위치를 찾아낼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야말로 마음가는데로 영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싼마오의 신혼일기를 보면서 와, 사람이 이렇게도 살 수 있는거구나!.. 싶었다. 한편 부럽기도 했고 한편 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집시... 그녀에게는 정말 딱 어울리는 명칭이다.  사막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귀하다는 선홍색 꽃 '천국새'를 나도 한번 보고 싶다.  그리고 이 멋진 사막세계를 소개시켜준 싼마오의 다른 작품을 한번 더 만나보고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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