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기획했다는 것 하나.. 물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가 기획에 참여했다면 남겨지는 여운이 많을거라는 기대감때문이었다. 사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은 많다. 하지만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의 기준점은 나만의 몫일테니까 망설임없이 선택했고 또한 평들이 참 좋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접근했던 작품이라는 느낌을 전해 받았다. 그랬던 까닭인지는 몰라도 애니메이션속에서 안개처럼 다가오는 환상적인 묘미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너무 사실적인 드라마였다는 말도 될테지만 말이다. 인간들의 택지개발로 인하여 없어져가는 자연의 공간들.. 그 공간들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너구리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며 이야기는 시작되어진다. 어떻게 하면 저들의 무지막지한 개발을 막아낼 수 있는가? 도대체 인간이란 존재의 속성은 어떻게 생겼는가? 그들의 숲에서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그들이 인간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TV였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재미있는 발상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얼마나 매스컴 혹은 정보의 포로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주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서로를 바라보며 그 순간을 즐길 줄 알았던 너구리들이 트랙터를 앞세운 채 자신들의 영역을 갉아먹는 인간들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너구리중에서도 가장 경험이 많을 것 같은 할머니와 스님을 선두로 그들은 회의끝에 정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변신술을 사용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 변신술을 사용한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결코 이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그들이 보여주는 여러가지 변신술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변신술의 과정에서나 너구리들의 습성을 보여주는 일상적인 장면에서 아주 지극히 일본다운 맛을 보여주고 있음이다. 간혹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속에서 만날 수 있었던 캐릭터들이 보여 웃음을 짓게도 한다. 지금까지 나에게 각인되어진 일본적이라는 느낌은 바로 현실적이라는 거였다. 그들은 그 어떤 것을 만들어낸다해도 결코 자신들이 발ㄹ을 붙이고 있는 이 현실을 떠나지 않는다. 너구리가 너구리만의 생각보다는 인간에 대한 탐구를 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점이다. 그들만의 전쟁이 시작되어졌다.
누가, 왜 저들을 그토록까지 화나게 했는가! 가만히 내버려두면 평화롭게 살아간 저들에게 왜 그토록이나 힘겨운 전쟁을 선택하게 만들었는가! 인간이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점은 이제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이론적으로는 다 아는 일이다. 삶의 터전이 좁아지고 먹을 것이 없어진 너구리들이 택할 수 있었던 차선책은 인간세상으로 내려오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인간들의 몫에 손을 대기 시작하고 너무나 이기적인 인간들은 그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의 현실속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동물이 맘놓고 지나갈 수 없게 도로를 만들어놓고 동물길을 따로이 만들어 주었다고 큰소리친들, 동물이 살아가던 땅을 파헤쳐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을 지어놓은 채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하여 작은 공원을 만들어 주었다고 말한들 그런 것들이 저들에게 행복을 되찾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죽은 너구리들이 늘어났고, 굶주림에 쫓겨 인간이 버리는 음식쓰레기를 먹기 시작한 그들에게 진정 어떤 것이 행복한 길인가는 그들보다도 우리가 먼저 아는 정답인 것이다.
누가 저들에게 저 평화로운 숲을 되돌려주어 저토록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하겠는가 말이다. 결국 그들은 변신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세상속에 묻혀 살아가게 되지만 그들의 가슴속에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기억의 아픔이 남겨질 것이다. 그들은 묻고 있었다. 둔갑술에 능한 여우나 너구리들은 변신술로 살아남았지만 하얀 토기와 족제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사라진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아마도 그 해답은 인간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아주 심각한 상황을 해학적으로 그리려다보니 다소 무리한 면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해주고자 하는 의미는 현실적인 우리의 일상과 겹쳐져 보고 싶지 않아도 확실하게 보인다. 애니메이션이지만 볼거리가 많았다. 단편적이었지만 일본의 한 면을 다양한 터치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까지도 돈으로 보인다는 인간들의 욕심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순간에도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는 동물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아이비생각
<이미지는 영화포스터에서 빌려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