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촬영법 Outdoor Books 10
송기엽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오랜동안을 산에 오르면서 자연의 숨결을 제대로 느꼈던 때가 얼만큼이나 될까 생각해 보았다. 아주 오래전 산악회 동료들과 점봉산을 오르던 길에 만났던 얼레지의 향연을 나는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얼레지 군락지를 지나면서 행여나 한송이라도 밟을까 모두들 얼마나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었는지... 계절별로 다른 모습을 하는 산이 좋아서, 작년 모습과 올 해의 느낌이 또 달라서 산을 오를 때마다 나름 작은 설레임을 느끼곤 했었지만 철마다 피어나는 꽃송이들이나 봄이면 연초록으로부터 시작되어 짙은 녹음으로까지 번져가는 그 초록의 변화무쌍함이 경이로워서 갈 때마다 나는 환호성이었다. 산을 내려오면 들길을 따라 쭈욱 나를 따라오던 들꽃들은 또 어떠했었는지...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자연을 내안에 품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풀 한포기, 꽃 한송이가 왜 그리도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졌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들 하나하나마다 간직하고 있었을 이름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던거다. 뒤늦게 디카를 소장하게 되었던 그 순간의 환희를 말해 무엇할까마는 나는 지금도 무작정 디카 들이대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그렇다고 내가 사진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사진에 관한 책을 단 한권도 따로이 본 적이 없으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나는 사진에 관해서는 정말 문외한이라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싶다. 그저 이쁘고 좋아서 그런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 뿐이다. 그것들을 바라보고 잠시 마음을 빼앗겨보는 그 순간이 그저 황홀할 뿐이다. 그러던 중 내눈에 띄는 꽃과 풀의 이름이 궁금해 미칠지경이 되었을 때 내게 온 이 책은 마치도 구세주와 같았다고나 할까?  산을 오르거나 들길을 걷다보면 흔하게 마주치는 작은 꽃들이 서로 비슷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각각의 이름을 갖고 있있었는데도 내 눈에 다름이 느껴질 여유가 없었던 듯 한데 이 책을 만나게 됨으로써 비로서 동의나물이나 양지꽃이나 애기똥풀의 차이를 이제는 조금 알 수도 있으려니 한다.

책속에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그 사진을 어떻게 자연과 조화시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더 많다. 일단은 꽃에 대한 정보부터 훓어보기로 했다. 참 많기도 하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피는 꽃이 다르고 아침에 피고 저녁에 피는 모습 또한 달랐다. 날씨에 따라 흐린 날, 맑은 날, 비오는 날, 눈오는 날이면 제각각 때에 맞춰 피어나는 꽃이 달랐고 산에 피고 들에 피니 그 모습 또한 달랐다. 그런가하면 큰 꽃,작은 꽃, 따로 피고 모여피고.... 나는 언제쯤이면 이 많은 꽃들과 인사나누게 될까 하는 욕심이 앞섰다. 그런 꽃들을 어떻게 찍어야 좀 더 이쁘고 멋지게 그리고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제대로 찍어 사진에 담아 낼 수 있는지까지도 이 책의 저자는 잘 말해주고 있다.  사진을 볼 때마다 내가 가장 욕심이 났던 것은 접사였다. 초근접 촬영편을 보면서 나도 제대로 된 카메라 장비와 사진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났다. 디카여서 편한 것도 있지만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던 점들이 많았던 까닭이기도 하다. 사진의 구도를 설명하는 부분과 주제와 부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가에 대한 부분이 나올 때는 아주 외울 작정으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지난 주 일요일 청계산에 올랐을 때 산능선에 피어있던  좀비비추의 모습을 한번 찍어보았다. 물론 책에서 배운대로 구도에 신경을 써보았지만 역시 많이 부족하다. 이 꽃은 사실 산에 갈 때마다 여러번 보았던 기억이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야 이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면 꽃이 서운하려나?  아카시아 향내를 맡으며 내려오던 하산길의 애기똥풀을 내내 양지꽃이라고만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책자가  간편하게 소지할 수 있도록 작게 나온 탓인지 내 욕심만큼 많은 꽃을 알 수는 없었지만 나에게는 정말 고마운 책이었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아마도 내가 외출할 때마다 가방속에서 늘상 나와 함께 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인덕원역쪽으로 하산을 하였던 탓에 역 근처의 화훼단지를 거쳐야 했다. 와, 그 많은 꽃들이 나를 반기며 웃고 있는데 그 유혹을 어찌 모른 척 할까?  많은 꽃들과 인사를 나누면서도 이 책속에 배웠던 내용들이 자꾸만 나를 망설이게 했다. 그야말로 어설픈 도둑이 된 것 같았다고나 할까? 이름도 모르는 꽃들의 화장한 얼굴이 너무 고와서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었다.  그 중 환상적인 빛깔로 나의 혼을 쏙 빼놓았던 꽃수국과 이름을 아직 알지 못한 꽃송이들을 아직은 부족한 솜씨겠지만 여기에 잠시 소개해 볼까 한다.



오래전에 마이크로 코스모스란 영화가 있었다. 아주 작고 미세한 세상을 카메라에 담아 정말 놀라운 장면들을 보여주었던 영화였다. 너무 좋아서 바로 비디오를 구입, 지금은 보고 싶을 때마다 한번씩 보고 있지만 역시 볼 때마다 눈이 커지고 가슴이 설레인다. 그 아름다움을 좀 더 많이 알고 싶고 좀 더 많이 배워보고 싶다. 나중에라도 시간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느정도의 여유가 생겨난다면 제대로 된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여 자유롭게 자연속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고 싶다.  물론 사진찍기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해야하리라.. 작은 책, 정말 가방안에 쏙 들어갈만큼 작은 책이었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큰 것을 안겨준 책이었다. 이렇게 글을 쓰며 다시한번 책을 펼쳐보고 있으려니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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