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종교를 믿지 않으면 영원한 지옥에 떨어진다'라고 위협하는 종교들은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위협을 하는 종교나 종파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떤 이슬람교 종파는 알라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어떤 기독교 종파는 예수와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가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종교들 중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무수히 많지요. 그런데 이런 종교나 종파에 따르면 그들의 신은 아무것도 믿지 않는 자보다 다른 신이나 우상을 믿는 자를 더 미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의 신은 '질투하는 신'이기 때문입니다. 질투하는 신은 아무 신도 믿지 않는 자는 그래도 용서해 줄 가능성이 있는 반면 다른 종교를 믿는 자는 가차 없이 지옥에 보낼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협하는 신이 여럿인데 그 중 특정 신을 믿을 경우 한편으로는 지옥에 갈 가능성이 줄어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가능성이 오히려 늘어납니다. 운 좋게도 자기가 선택하여 믿은 신이 정말 존재하는 경우 그는 지옥에 가지 않겠지요. 하지만 자기가 믿은 신이 아닌 다른 신이 존재하는 경우 그는 괘씸죄에 걸려 1순위로 지옥에 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위협하는 신들 중 어느 한 신을 믿는 것이 줄서기 모험을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파스칼이 말한 것처럼 특정 신을 믿는 것이 '믿어서 사실이면 좋고 사실이 아니라도 손해 볼 것은 없는' 일인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런 줄은 잘못 서면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따라서 줄서기에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중립을 취하는 것이 영원한 지옥에 떨어질 가능성을 더 줄이는 방법일 것입니다. <중략>... 자기를 믿지 않는다고 영원한 지옥에 보낼 정도로 불합리하고 비도덕적인 신이라면 그 신이 자기를 믿는 신자라고 해서 지옥에 보내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불합리하므로 믿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철저한 불합리는 모든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나는 열심히 믿었으니까 천국에 갈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단순하고 소박한 믿음일 뿐이지요.
 

엊그제 읽은 책『 살아있는 날의 선택 』의 95~97쪽에 나와 있는 대목이다.
이 글은 post it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면이 없지않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나름대로 나의 견해와 일치되는 면이 있어 슬며시 고소함을 느끼기도 했기에 여기에 적어본다.
단순히 비종교인들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자는 '질투하는 신'이라고 정의를 내렸지만 나는 '이기적인 신'이라고 늘 말을 했었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죽음뒤의 평안을 이야기하는 모든 신들에게서 '오직 나하나만' 이라는 컨셉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까닭이기도 하다.
천국에 가면 금방석이 깔려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자주 만나기도 하지만
도대체 그 어떤 것들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 수 있는가 생각하다가
결국 나는 그 사람이 믿는 신이 너무도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이기적인 신이 아니었는데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여러번 해 보았다. 아마도 후자가 맞을 것 같은데...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번 물어나보자. 이단이니 사이비니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그들 역시 사랑이라고 말할 것이며 죽음뒤의 천국을 말할 게 뻔하다.
거두절미하고 모든 것은 자신의 몫이다. 죽음뒤의 세상을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거나.
단순하고 소박한 믿음일지 모르지만 그런 믿음의 가치 역시 자신만의 몫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제각각의 생각과 선택을 가진 채 살아간다.
그러니 그냥 나름대로 살아가게 놔둘일이다.
세상속에는 모두에게 적용되어지는 것도 있지만 하나에게만 적용되어지는 것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나 하나에게만 적용되어지면 그만인 것들을 마치 모두에게 적용되어져야 하는 것처럼 말하지는 말자.
그것 또한 이기적인 것이므로...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