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구급법 Outdoor Books 8
일본산악회 의료위원회 지음, 최종호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 <100명산 수첩>이란 책을 접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산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등산 구급법>이란 책제목을 보면서 꼭 필요한  등산수칙이 아닐까 싶어 내심 기대를 했다. 자주 산행을 하면서도 솔직하게 말하면 사고시의 구급법에 대해서는 완전 먹통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 한창때 지방 어느산을 갔을 때 한껏 멋을 부린다고 청바지를 입고 왔다가 오도가도 못하던 아가씨의 청바지를 쭈욱 찢어버렸던 기억이 났다. 시뻘겋게 부풀어 올라 있던 피부를 보면서 혀를 찼었는데... 지금이야 멋드러진 기능성 등산복이 많지만 그때만해도 그저 예쁘게 차려입고 나서는 것이 고작이었을 때니 말이다. 책을 받아보고 목차를 살펴보았다. 앗, 이것은 완전히 의학상식이네!  어찌 읽을까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맨 뒷장부터 시작, 거꾸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등산 전의 준비부터 알고 싶었던 까닭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산행을 시작하면서 모임의 대장이 항상 준비운동을 시키곤 하던 생각이 났다. 군말없이 잘 따라하곤 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등산을 위한 기본적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새삼스럽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트레이닝과 스트레칭은 굳이 등산을 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우리의 건강에 이로우니 그야말고 일석이조가 아니고 무엇이랴 싶기도 했다. 수분섭취와 보충제를 다루어주었던 대목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곤 했다. 별 거 아닐거라고 생각하며 무시했던 것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문득 나는 나의 베낭을 가져와 그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비상 장비 목록중 나에게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하게 그러나 꼭 챙겨야 할 것들을 빼놓은 채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특히나 해드랜턴의 경우 당일등산에 왜 그런것을 가지고 다니느냐고 빈정도 많이 샀었지만 꼭 필요한 것이라는 말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접착 테이프의 경우는 예외였다. 왜 이런게 필요하지?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나의 어리석음을 탓하게 되었다. 역시 꼭 필요한 목록임에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구급상자의 경우 사실 나한테는 없는 목록이지만 다행히도 소독약이나 진통제, 설사약, 반창고등은 베낭속 작은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그래도 빵점은 아니다 싶어 휴~ 숨을 내뱉는다.

지난 겨울에 함께 등산을 했던 언니가 아이젠없이 산을 올랐다가 하산길에 결국 미끄러져 엄청 고생했던 적이 있었다. 나의 아이젠을 한쪽 빌려주었지만 그 덕에 언니와 나는 산을 내려와 이삼일을 꼬박 몸살로 고생을 했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이 책속에는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악조건들이 모두 제시되어 있다. 뱀을 만났을 때는 이렇게 하고, 벌레에 물렸을 때는 이렇게 하고, 식물에 의해 중독이 되었을 경우에는 이렇게 하고, 실족이나 추락을 했을 경우에는 이렇게 하라, 등등등... 정말 많은 경우의 수를 보여주고 있음이다. 장갑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큰소리치던 동료하나가 바위를 오르다가 손톱이 빠졌던 경우도 있었는데 역시나 이 책속에는 그런 상태에서의 구급법이 소개되어져 있었다. 새 등산화를 신고 갔다가 양쪽 새끼 발톱이 까맣게 죽어버렸다 다시 나온 기억이 새롭다. 등산화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냐고 업체를 찾아가 콩콩 따져 물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미안하다. 

나는 전문적인 등산가가 아니다. 그러니 이 책속에서 소개하는 설산에서의 눈사태나 설맹, 동상 또는 고산병을 다룬 이야기보다는 봄 산과 여름산에서 햇볕에 그을리는 것이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 여름 산에서 벼락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계곡등반에서 물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따위의 이야기들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작은 책을 통하여 많은 것을 보여주고 알려주었지만 역시 사람은 누구나 제게 맞는 옷을 먼저 입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사고대책방법이나 구급법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놓치고 지나칠 수 있었던 것을 챙겨준 부분도 있었으니 내게는 참으로 고마운 책이 아닌가 싶다. 며칠후에는 또 산행예정이 있다. 얼었던 땅이 녹는 봄산행 역시 만만찮다. 함께 가는 동료들에게도 조심, 또 조심을 외쳐야 할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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