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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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솔직히 정신이 없다. 책을 읽는 내내 절망과 고통스러움만이 내게 존재했던 것 같다. 어지러움속에서 책장이 넘어가고 다가오지 않는 세상의 이야기들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이건 뭐지? 도대체 현실속인건지 상상속인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마콘도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는 그 많은 이야기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조차 알 지 못한채 그렇게 500쪽 가까운 책장을 모두 넘겼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나라는 남자와 우르슬라 이구아란이란 여자가 서로 만나 가정을 이루고 황당한 살인사건으로 인하여 그들은 다른 세계로의 도피를 꿈꾸게 된다. (내가 느끼기에 그것은 황당하기까지 한 도피였다!)  수많은 역경을 딛고, 힘겨운 것들을 쳐내가면서 어느 한곳에 정착..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마을, 곧 그들과 그들의 후세들이 백년동안을 살아내야 했던 그 마을 마콘도를 만들어 그 안에서 그들이 겪어내는 삶의 여정은 너무 혼란스럽기만 하다.

책속 세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환상적인 묘사들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무슨 마술사의 손안에서 비둘기가 나오듯이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날아오르고, 하늘로 날아올라 승화되어지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나타날때마다 나비를 앞세우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음이다. 이미 죽은 가족과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 그리고 그 유령들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현재의 사람들.. 그런가하면 우르슬라는 120년정도를 살았고, 또 한 여자는 (그 여자는 카드로 점을 치며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부엔디나 가문의 후세도 낳아준다) 140살을 넘기고서야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것들에 대한 나의 느낌은 그야말로 황당함 그 자체였으며 그런 대목이 나올 때마다 너무도 어색하기만 했다. 한편의 신화를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신화적인 요소라고 말할 수도 없다.

처음에 나는 어떤 원주민들이 서구문명의 발아래 짓밟혀가는 과정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들이 그들나름대로는 잘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가 들어오고 기차가 들어오는 현대적인 문명앞에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펼쳐질거라고 지레 짐작을 했었다.  밀려들어온 문명의 물결속에서 그들이 겪어내야 했던 일들, 고용주와 고용인의 싸움,  파업을 하고 계엄령을 선포하고... 그런 일들은 원시적인 삶속에서는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짐작했었던대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어색하게만 다가오는건지... 근친상간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가족사는 정말 비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날까봐 늘 노심초사 했던 맨처음의 여인 우르슬라가 염려했던대로 그들의 마지막대에 와서는 결국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나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나의 가문은 멸망한다.  이름부터가 참 어지럽다. 같은 가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였을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을 손자 손녀가 쓰고 또 그 손자 손녀의 이름을 더 먼 후세의 자손들이 다시 쓰고하니 몇 대를 걸쳐가면서도 같은 이름의 반복이다. 차리리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나 1세,2세,3세,4세...등으로 불리워졌다면 덜 혼란스러웠을까?  모르지.. 그건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저마다 겪어내는 삶의 여정조차도 대물림을 고스란히 하고 있는걸 보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도 그 이름을 썼던 사람들과 같은 혹은 비슷한 여정을 가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 닮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음이다.

책속에서 내가 만났던 것은 어떤 희망이나 기대보다는 절망과 좌절, 고통스러움이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쳤던 멜키아데스라는 집시 예언자(이 집시 예언자는 죽어서도 유령이 되어 그들의 집에서 방한칸을 차지한채 지내고 있다)의 기록을 부엔디나 가문의 마지막 자손이 해독하는 순간 그 가문의 종말을 보게 되는 결말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결국 예언자가 양피지에 써놓았던 것들은 부엔디나 가문의 일대기였음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현존하는 사람과 이미 죽어 유령이 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곳 마콘도.. 그 마콘도가 안고 있었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래도 가장 똑똑하다고 존경받으며 한마을의 지도자로 살아갈 수 있었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나가 집시가 전해주던 문명의 도구에 빠져들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과학이 없고 종교가 없고 형식이 없었던 세상속에서의 인간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아냈었던 것일까?  인간에게 과학과 종교가 그리고 허울뿐인 형식이 자리잡게 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인간은 과학과 종교와 형식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복잡하다. 매끄럽지 못한 길을 걸어온 듯한 느낌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것보다도 나는 사실 <백년 동안의 고독>이란 제목과 고전이라는 유혹에 이끌려 이 책을 접하게 되었지만 잘 모르겠다. 내면의 고통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인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내가 보아야만 했던 것은 진정 무엇이었는지...  저마다 사랑을 갈구하며 가슴속에 바윗덩이만한 고독을 숨긴 채 일세기를 살아내야 했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나 가문의 사람들... 그래도, 어찌되었든 한번 태어난 사람은 저마다 기를 쓰고 살아낼 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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