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시커 1 - 별을 쫓는 아이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상큼하게 매력적인 판타지... 맛있게 맵다는 광고카피가 떠올랐다. 처음 그 광고카피를 들으면서 매우면 매운거지 맛있게 매운건 또 뭐냐고 말했었는데 이 책이 그런 느낌이랄까? 정말 상큼하다. 그러면서도 뭔가 우리가 알 수 없는 판타지를 보여주고 있음이다. 우리의 현실을 떠난 세계, 조금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황당하기도 한 내용을 다루는 것이 보통의 판타지 소설이라면 이 책은 결코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지금 내가 겪어내야 할 혹은 내가 겪어내고 있는 그런 상황속에서 나와 만나기를 원하고 있는듯이 보여진다.  '별을 쫓는 아이'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이미 맑고 아름다운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오래전에 내 가슴속에서 노래하던 작은 난장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부족함때문에 깊은 사랑을 보여줄 수 없었던 그 작은 난장이의 아름다운 노래를 다시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란 책이 떠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책속에서 우리의 주인공 루크가 위안을 찾던 곳으로 선택되어진 오크가 있는 숲의 배경은 파스텔톤 물감으로 그려진 수채화처럼 다가왔으니 말이다.  막내 난장이가 백설공주를 위하여 몸짓으로 표현했던 그 사랑의 아름다움이 그 숲을 배경으로 다시 떠오른 것만 보아도 너무나 서정적이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나 혼자만의 느낌이었을까?

아빠를 잃은 소년 루크는 그 상실감을 이기지 못한채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세계속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결코 자신이 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선택되어진 삶의 여정은 막힘없이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어느새 불량학생으로, 문제아로 변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지면서 그와 함께 했던 아이들의 협박은 오히려 루크에게 새로운 세계로 들어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계기가 되어준 듯 하다.  아빠를 잃고 또한 새로운 사랑을 찾아낸 엄마를 다시 잃게 될까봐 두려웠던 루크의 마음속에 찾아와 주었던 그 작은 별하나... 그것은 자신이 놓치고 싶지 않았던 과거를 향한 집착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늘 함께 있어주는 듯한 아빠의 존재감은 어쩌면 루크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꿈이요 이상이었을거란 생각을 한다. 자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는,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잡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그 모든 바램들이 그 존재감속에 함께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인생은 어떤 곡조에 지나지 않을지도, 차이코프스키의 곡 제목처럼 한낱 짧은 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 잠에서 깨어나 보면 우리가 여태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르지" - "우리 삶이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 상처를 받는 걸까요?" (78- 79쪽)  살면서 어찌 상처없이 살 수 있을까?  내게로 향하는 모든 것들과 부딪히고 싸우며 살아내야 할 그 삶의 여정속에서 어찌 좋은 일만 있을까?  성장소설이란 말속에는 참으로 많은 의미들이 내포되어져 있는 것 같다. 성장하기 위해서 겪어야만 하는 모든 아픔들이 그 속에 녹아 있으며, 성숙해지기 위한 발판으로써 우리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모든 인내가 그 안에 들어있음이다.  어쩌면 리틀부인과 발리의 사연이 루크의 성장판을 두드려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건지도 모르겠다. 피아노의 선율을 통해 잠재되어져 있던 사랑과 따스함을 함께 공유했었던 발리와 루크의 관계 역시도 까칠하기만 했었던 리틀부인과의 관계와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신의 상처를 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아니 타인으로 인해 생겨났던 상처였기에 그토록 감추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를 리틀부인의 서글픈 자기애를 바라보며 나는 왠지 가슴이 답답했다. 자신의 틀속에 자신을 가두어버리는 어리석음을 행하는 것이 어찌 리틀부인뿐일까.. 

만약에 나에게도 루크에게 있었던 그 신비로움이 찾아와 준다면 루크처럼 남을 돕기 위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자신이 갖고 있었던 작은 능력으로 인하여 타인의 삶속에 사랑과 희망을 키워주었던 루크.. 타인을 위하기보다는 내 안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고 싶어했었던 루크의 내면속에는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 들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떻게 보면 나도 눈이 멀었는지도 몰라. 눈이 멀고 머리도 혼란스러운 데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나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지도. 어쩌면 나도 발리처럼 남을 잘 믿는 사람이 되어, 누군가 나를 인생길의 어느 지점으로 데려다 주기를 바라야 하는지도 몰라.(228쪽)  엄마와 로저 아저씨가 자신을 위하여 그토록 갈망하던 사랑을 포기했던 그 순간까지도 루크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빠의 죽음으로 인하여 느껴야 했던 그 상실감을 자신으로 인하여 받아들여야만 했을 그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없었던 마음 자체가 루크는 두려웠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해피엔딩이다. 우리의 삶 또한 해피엔딩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저마다의 가슴속에 루크와 같은 별하나를 새겨두고서 그 별을 쫓아가는 순간을 살 수만 있다면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별은 루크에게 있어 아빠였으며 엄마였고 과거였으며 미래이기도 했다. 사랑이기도 했고 아픔이기도 했다.  삶의 여정에서 겪어야 할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있음이 아니고 무엇이랴.. 난장이의 소리없는 사랑의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랑이었지만 백설공주의 아니 이미 늙어버려 백설왕비가 되어버린 한 여인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살아있을 그 노래가... 루크의 손끝에서 만들어져 피아노의 선율로 표현되어졌던  그 따스함과 사랑이 오래도록 내 가슴속에서 살아 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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