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복을 벗은 라오바이싱
서명수 지음 / 아르테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라오바이싱, 우리말로 하면 일반서민쯤? 하지만 일반 서민으로는 라오바이싱이란 단어에 담긴 역사성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고 했다. 중국어 사전에 의거, 군인 및 공무원과 구별되는 주민이라는데 공산주의 성격이 더 강한 중국에서 군인과 공무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라오바이싱일 것이다. 화자의 말처럼 고위 공직자와 당 고급간부를 제외한 모두가 라오바이싱이라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점차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보았고 인민복을 벗은 라오바이싱이란 제목에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내가 뭐 저명한 지식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치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기업을 하는 기업인도 아닌데 무슨 두려움을 그리도 크게 느낄 수 있을까마는 딴은 이렇다. 변해가는 중국의 모습, 아니 이것은 분명하게 말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념과 체제가 가랑비에 옷젖듯이 그렇게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일전에 읽었던 <중국사의 수수께끼>에서는 그들이 왜 변하려고 하는가를 보았다면 여기 이 책에서는 이제는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는 거였다. 내가 두려운 건 아니다. 앞으로 그들과 맞서야 할 우리의 아이가 겪어야 할 시대가 두렵다는 거다. 왜일까? 그만큼 아무것도 아닌 아줌마의 시선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여지지 않는 우리의 모습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국가가 나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 있느냐. 중국 정부가 무엇을 하든 나와는 상관이 없다. 나에게는 나와 가족밖에 없다. 가족이 잘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국가는 나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공산당과 국가는 존경하는 아버지를 빼앗아 갔을 뿐 우리 가족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세상이 바뀌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 .. 책표지에 있는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참 무서운 말이 아닐수가 없다. 이 책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가 아니라 그 땅덩어리위를 걸어다니며 그 위에서 삶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생활이었다. 모두를 위한, 모두의 것에서부터 이제는 개인을 위한, 개인의 것으로 변화하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그들의 모습. 과감하게 탈이념화를 향해 달려가기로 작정한듯이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 이 책속에는 그들이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또한 그렇게 변해가는 그들이 만들어낼 그들의 미래가 살짝 엿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말 한마디만으로 그들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화자는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만나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속깊은 내면까지 짚어내고 싶어하는 화자의 안타까움이 보여지던 순간들도 군데군데 보여지고 있음이다. 

간혹 경제면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중국이란 나라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본다. 내게 중국이란 나라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이 책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들의 산업현장을 한번쯤 찾아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와 너무도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의 생활사를 보면서 탄식하기도 했다. 아직도 거론되어지는, 도무지 없어질 것 같지 않은 지역감정의 병을 저들도 앓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생겨나는 상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면서 이미 내면으로부터 곪기 시작한 것들은 말만으로는 도저히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들이 농촌을 살리기 위해 우리의 새마을 운동을 카피하여 저들에게 맞게끔 수정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놀라움이었다.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체제에서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했지만 왠지 저들이라면 해내고야 말 것이란 생각이 나보다 한발 앞서나가니 왠일인가!  인구억제정책으로 인하여 황제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저들의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미래.. 부모들이 1명의 자녀를 낳고, 그 외아들 외동딸이 결혼하고, 그들이 낳은 외아들과 외동딸은 결국 양가의 부모를 포함, 6명의 노인을 부야해야 하는 결과(185쪽).. 라는 말은 정말이지 뜨끔하다. 그래서 중국의 1자녀 정책이 수정되거나 완화될 수 밖에 없는 사정이라는 말은 그냥 그 말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속에는 그들이 그래서 움직이는 변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된다. 문제는 어떠한 상황이 닥쳐왔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애써 외면하느냐의 차이점일 뿐이다. 노령화를 대처하는 자세에 대한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를 다시한번 되짚어 볼 일이다. 2006년에 이미 700만대 이상을 생산하여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대 자동차 생산 대국에 진입했다는 말도 나를 놀라게 했다. 그럼 우리는? 5위다. 중국... 참 놀랍게 변화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국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 경제발전이 아니라 대장금이란 드라마에서 보여주듯 중국이 잃어버린 유교와 가족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어서 참 좋다"... 화자가 여행중에 만난 노교수의 말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늘 이 유교적인 문화라는 말앞에만 서면 은근짜로 화가 치민다. 유교를 전해주었던 그들도 이제는 우리에게서 그것들을 배워야 한다고 말할정도라니... 경제발전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란다, 내게만큼은 이제는 그들이 우리보다 앞서 나갈 준비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저력있는 민족이란 말은 우리에게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던가 하는 의구심이 생겨난다. 우습게도. 이념이든 체제든 그것이 확고하든 변화를 하든, 현실과 현재는 배고프다. 그래서 변화에 대해 흘끔거리며 가까이 다가가려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현장감 있는 인터뷰내용과 곁들여진 사진이 중국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화자의 강의를 내실있게 받쳐주었던 것 같다. 한바탕, 그야말로 긴장하면서 특강을 듣고난 기분이다. 멋진 특강이었다. 너무 딱딱하게 경직되어진 내용이 아닐까 우려되어 좀 망설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특강이라면 한번쯤 더 신청해 볼 만하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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