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정이었던가?  가난한 노부부 앞에 나타나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던 것이? 그래서 그 노부부는 세가지 소원을 말했었다. 배가 고프니 우선 소세지나 좀 먹게 해 달라고, 그까짓 소세지를 소원으로 말해? 당신 코에나 붙어버려! 이제 소원은 한가지만 남았다. 노부부는 고민을 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소원을 말했다. 그 소세지가 코에서 떨어질 수 있게 해 달라고.. 누구나 꿈꾸는 소망 하나씩은 가지고 산다. 그 소망은 어디서부터 생겨나는가? 물론 그 사람이 처해있는 현실이 어떠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또한 사람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소망이기도 하다.  동화속이건 우화속이건 이야기속에서 소원을 말하라고 하는 일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착한 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착한 일을 한 댓가로 받는 소원풀이는 그야말로 멋진 환상이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의아했다. 이렇게 황당할수가!  정말 황당했다. 운명을 바꾸고자 과거로 돌아갔다던 이야기는 많이 회자되어지기도 했고, 시간 여행을 했다는 이야기 또한 많이 들어왔던 바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황당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었다. 이상하리만치 억지스러웠던 이 느낌들을 어이할까나.

예순살의 엘리엇은 평생 사랑했으나 자신의 미욱함으로 인하여 그녀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과거를 잊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 캄보디아에서의 의료활동이 끝나던 날 차마 떨쳐내지 못했던 작은 눈망울을 바라보면서 끝내 돌아가지 못한채 선행을 하게 되었던 엘리엇에게 노인이 찾아와 말했다. 아이를 구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꼭 해보고 싶은 소원이 있느냐고. 그래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대답을 했다. 노인에게서 받은 황금색 알약 10개... 그 황금색 알약은 과거의 자신에게로 데려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미 예순이 되어버린 엘리엇이 서른의 엘리엇을 만나러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운명은 거스를수가 없다고, 감히 운명을 거스르려하지 말라고. 하지만..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엘리엇은 정말 기가막히게도 운명을 거스른다. 자신의 운명을 되바꿔 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 전개과정은 정말이지 나에게 어설픈 억측처럼만 들려왔다. 그것도 타인이 나의 운명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설정과 먼 과거속으로 들어간 타인의 손에 의하여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다는 설정 앞에서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뭔가 크게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그 잘못을 은폐시키기 위하여 만들어내는 그런 거짓말을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차라리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와 신경과민인 어머니 사이에서 살얼음을 밟고 살아가는 듯 했다던 엘리엇의 어두운 성장과정이야기가  그 이야기속에서 없어져 버렸으면 했다. 왜 그랬을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얼굴표정을 떠올려 보았다. 어쩌면 그 기대와는 너무 어긋나버린 이야기전개때문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안타까움을, 그 아련함을 어쩌지 못한채 차마 떠날 수도, 있을 수도 없는 표정으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라고 말을 한다면 그것은 정말 슬픔일게다. 하지만 이 책속에서는 한점의 슬픔조차도 느끼질 못했다. 모르겠다. 기욤 뮈소라는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던 동기는 내가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와 만나게 된 것과 비슷했다. 신문지면을 활짝 펼쳤을 때 그 지면의 반쪽을, 그야말로 대문짝만하게 들어나는 그 광고를 보게 되었을 때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만 할까?   책장을 덮으니 책표지가 내 앞에 우뚝 선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시간의 반대방향에서 거꾸로 가고 있는 그림. 그리고 책 제목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 사랑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련함을 전해주는 애달픈 이야기도 아니고...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는 예순이었던 엘리엇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는 서른의 엘리엇이었던 그 설정이 나에게 주고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제목만큼이나 나를 서글프게 했던 책이었다. /아이비생각

당신의 은신처는 당신 자신이다.
다른 곳은 없다.
당신은 다른 사람을 구원할 수 없다.
당신 자신만 구월할 수 있을 뿐이다.
- 싯다르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