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진즉부터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의 글과 만나고 싶다는 유혹에 빠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사 만나게 된 것은 아마도 이제까지 읽어보았던 일본소설들이 내게 남겨두고간 느낌 때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리 많은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일본소설들은 내게 알 수 없는 아픔을 주었던 까닭이다. 대체적으로 현실속에서 느껴야만 했으나 비껴가고 싶었던 것들을 책속에서 만난다는 건 가끔씩 나를 아프게도 한다. 되돌아보기 싫은 나의 지나간 시간속의 얼굴처럼 말이다. 책을 읽고난 후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은 과연 그들에게 '일요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에게 다가왔던 게 과연 '일요일들'이었을까? 였다. 

책표지의 말처럼 애인이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누구나에게 일요일은 온다. 일요일의 의미는 통상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쉰다'는 것이다. 이제껏 힘들게 살아왔으니 오늘 하루쯤은 맘놓고 푹 쉬어도 좋다고 허락받아 놓은 날이 일요일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속의 '일요일들'속에는 편안함 혹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일요일들'이라고 명명지어진 날들 속에서 더 아파하고 더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왜 그랬을까? 그들이 얻고자 했던 '쉼'은 어디로 간 것일까? 혹시 그 '쉼'에게도 그날이 '일요일들'은 아니었을까? 알 수 없다. '일요일들'마다 벌어졌던 일들의 의미는 또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날들이 일요일일수도 있고 일요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그러나 어쩌면 늘 쉬고 있는 것일수도 있는 그런 것처럼 말이다. 책속에서 만나지는 일요일들은 저마다 주인공의 아픔을 하나씩 안고 있었다. 이별의 아픔, 존재성의 아픔, 생활의 아픔.... 우리곁에서 늘 맴돌고 있는 차마 버릴 수 없는 아픔들이 그 안에 나란히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부터 만나는가는 읽는자의 몫이다. 역시 일본소설답게 현실속의 아픔이 절절히 녹아져 있다. 피해가지 않고 정면돌파를 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신기한 것은 매 '일요일들'의 사이 혹은 그 '일요일들'마다 감초처럼 끼어들던 어린 형제의 모습이다. 그 형제들의 시간이 결국 현재와 마주치면서 이 책의 책장을 덮게 되지만 나는 그 어린 형제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보았던 <주온>이란 영화속의 어린아이를 떠올렸었다. 영화속 아이의 그 텅빈 눈동자처럼 이 책속의 어린형제는 시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묻혀져 있었던 것은 어쩌면 외로움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무언가로부터 버림을 받아야 하는 그 순간,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 발버둥치는 그런... 늘 외로움속에 존재하면서 외롭지 않다고 우겨대는 것 또한 우리의 모습이기에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 고향으로 내려가던 노리코와 다 자라서 청년이 되어버린 어린 형제를 만나게 해 주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결코 외롭지 않다고, 우리가 살아내는 이 시간들은 결코 외롭지 않은 거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를일이다. 누군가 우리를 떼어놓을 거라고 복지원으로 들어가길 거부하던 그 형제들은 그들이 생각했었던대로 동생은 입양이 되고 형은 목수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현실을 멋지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다. 마주바라보던 노리코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청년도 말없이 끄덕거렸다고... 그렇게 우리의 현실은 받아들여지는 거라고...

노리코의 입을 통해 전해들었던 것은 모든 것은 다 내 안에 있다는 거였다. 현실은 내가 당당하게 대항할 수 있을 때 이겨낸다는 거였다. 우리가 그토록 찾고 싶어하는 '일요일들'마져도 우리속에 감춰져있다는 거였다. 노리코의 말처럼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닐테니까..../아이비생각

"아니, 그 뭐냐, 잊으려고 하는 건 말이야, 참 어려운 일이지, 난 그렇게 본다."
"네?"
"아니, 그러니까,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잊히지가 않아.
 인간이란 건 말이다, 잊으면 안되는 걸, 이런 식으로 맘에 담아두고 있는 건가 보다."
"이런 식으로라니요?"
"아니, 그러니까, 잊어야지, 잊어야지 노상 애를 쓰면서....."
<163쪽, 일요일의 남자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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