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ㅣ 시대철학 2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평점 :
파시즘이 대중을 억압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장악하는 것은 교육이다. 나치는 '히틀러 유겐트'를 통해 유소년기부터 무비판적인 집단주의와 체제 순응을 뼛속 깊이 세뇌했다. "무리와 다르게 행동하지 마라, 튀지 마라." 획일화의 폭력에 길들여진 자는 불의 앞에서도 끝내 손을 들지 못한다. 순응을 평화로 착각하는 자는 평생 복종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157쪽)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도 저런 말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 "무리와 다르게 행동하지 마라, 튀지 마라." 이 말은 굳이 파시즘을 지목하지 않더라도 위정자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다루기 쉬운 사람들이 많을 수록 편한 까닭이다. 우리는 히틀러를 말하기 전에 그를 만들어 낸 요제프 괴벨스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히틀러를 신으로 만든 최악의 선동꾼, 괴벨스. 그가 히틀러를 신격화 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이용했던 신문물은 라디오였다. 그 작은 물건 하나를 통해 독일인들을 세뇌시켰다. 괴벨스는 가짜 뉴스를 통해 독일인들이 폴란드인들을 증오하게 만들었다. 2차 세계 대전의 시작이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독일인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괴벨스는 전쟁에 대한 분노의 화살을 유대인에게 돌렸다. 유대인들의 가슴에 다윗으; 별을 가슴에 차고 다니게 함으로써 독일인들과의 차별성을 만들어냈다. 그가 전쟁 시에 활주로로 이용하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지금의 아우토반이다. 괴벨스는 인문학자였다. 그는 어렸을 때 폐렴을 앓아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병약한 신체를 가졌고, 4세 때 골수염에 걸려 평생 오른쪽 다리를 절게 되었다. 그로 인해 열등감에 시달렸지만 그 신체적 결함이 인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감추기 위한 그의 노력은 실로 대단했다. 연설을 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할 때도, 조명이나 카메라 각도까지 연출하며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세계인들의 축제를 이용하기도 했다. 성화봉송은 괴벨스가 기획한 세계 최초의 이벤트였으며, <올림피아>라는 제목으로 다큐 영화를 제작하여 독일의 부활을 알리기도 했다. 또한 나치 군복을 따로 제작하여 멋지게 보임으로써 젊은이들의 입대 열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고, 어떻게 하면 대중을 열광하게 만들 수 있는지 훤히 알았다. 대중의 본성과 감성을 다룰 줄 알았다는 말일 터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대중 심리의 해부'와 '무자비한 조종술'은 어찌보면 껄끄러울 수도 있는 주제다. 군중은 진리가 아니라 맹신할 우상을 갈망한다, 논리로 설득하려 들지 말고 본능적 두려움을 자극하라,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가장 거대한 무기로 포장하라, 구차하게 설명하려 하지 말고 단지 매혹하고 세뇌하라,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는 위선적인 강박을 소각하라, 고개 숙여 얻은 평화는 단두대 위에서 끝날 뿐이다, 가상의 적을 악마화하여 나의 권력을 정당화하라, 사소한 침범을 허락하는 순간 영토 전체가 무너진다, 거짓이라도 수천 번 반복하면 마침내 진실이 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현실 속에서 처세술이라는 말로 포장되어지는 말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책에서 본 괴벨스의 모든 기술은, 결국 한 가지를 가르친다. 인간은 조작될 수 있다. 인간은 자주, 깊이,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조작된다. 이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가장 먼저 조작된다. 인정하는 사람만이 비로소 자기 손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손에 묻은 누군가의 지문을 발견한다. 발견한 사람은 손을 씻는다. 손을 씻은 사람이 비로소 자기 손으로 글을 쓸 자격을 얻는다. 자격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다. 자격은 씻는 행위 그 자체다. 매일 씻어야 한다. 한 번 씻었다고 끝나지 않는다. 세상은 매일 새로운 지문을 묻혀온다. 광고가 묻혀오고, 알고리즘이 묻혀오고, 뉴스가 묻혀오고, 사랑하는 사람의 말까지도 묻혀온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라고 해서 무사통과시키지 마라. 사랑은 가장 부드러운 대본 작가다. 가장 부드러운 손이 가장 깊은 자국을 남긴다.(- 218쪽 에필로그 중에서)
책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묻는다, 남이 짠 프레임 속에서 조종 당하며 죽어갈 것인가. 그리고 책을 닫으며 저자는 말한다, 타인의 대본을 찢고 내 인생의 지배자로 군림하라. 알고리즘과 가짜 뉴스, 확증 편향이 우리의 판단을 흔들고 있다는 저자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도 이미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의심은 하지만 그 의심의 깊이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책의 소개글에서 보이는 말이 시선을 끈다. 이 책은 괴벨스의 선동술을 찬양하거나 기술적으로 배우기 위한 책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었을 때 사회가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로 삼았다고. 가장 중요한 것은 조작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깨어 있는 비판적 사고라고. 모든 것이 조작된, 혹은 더 심하게 조작되어지고 있는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는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그 생각을 멈추려고 할 때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근래에 부쩍 이런 주제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보이는 듯 하다. 그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타인의 기준에 끌려 다니는 삶은 결코 행복해지지 않는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