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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만나는 동물지식백과 1 - 놀라운 동물의 몸
파멜라 히크만.에타 케너 지음, 이일형 옮김, 팻 스티븐스.그레그 더글라스 그림, 권오길 / 청림아이 / 2007년 11월
평점 :
엄마, 이거요 이거! 제가 전에 말했었잖아요..
뭐가? 도대체 뭘 보고 그러니?
책을 펼쳐들고 시원스럽게 펼쳐보던 아들녀석의 수선스러움에 아이 곁으로 다가갔다. 며칠전인가 퀴즈를 낸다고 하더니 세상에서 가장 큰 조개가 뭐냐고 물었었다. 정답은 '거거'다.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조개 '거거'는 어른 세 명을 합친 것만큼 무겁고 크기도 욕조만하다고 나와있다. 와, 진짜로 이렇게 큰 조개가 있었네? 거봐요, 제 말이 맞죠? 아주 자랑스러운 듯이 엄마를 쳐다보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는다. 동물의 세계뿐이랴? 곤충, 식물...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비껴가지 못한다. 어릴때부터 그렇게 곤충을 좋아하더니 지금은 뭘 봐도 귀엽다고 장난감 취급을 한다.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중한 거라고 함부로 대하면 안되는 거라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야말로 동물백과사전이다. 일반적인 사진이 아니라 사진에 가까운 세밀화로 그려져 아이가 다가가기에는 부드러워 괜찮은 듯 하다.
죽을 때까지 쓰는 이빨이 3000개나 되는 나는 누구일까요? 엄마의 젖을 하루 200리터나 먹어대고, 몸무게가 하루에 90킬로그램씩 늘어나게 되요. 나는 누구일까요? 다 자라도 키가 겨우 15센티미터밖에 안되는 나는 누구일까요? 입 안에 125개나 되는 날카로운 이빨이 달려 있답니다. 이 이빨을 앞뒤로 움직여서 먹잇감의 몸 위에 구멍을 내는 누구일까요? .....
정말 신기하다. 내가 체험할 수 없는 세계의 신비로움은 말로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 세계에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감정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이 책을 보다보면 만약에 내가 ~~~라면? 하는 시리즈가 나온다. 만약에 여러분이 하늘다람쥐라면 이러이러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붙여 놓았는데 아이가 보기에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습적인 참고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실험실에서는 엄마와 함께 혹은 아이 혼자서도 과학의 세계로 근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작은 실험실 코너에서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어렵고 힘든 실험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 실험예를 들어주어 아주 좋았다는 거다. 실험이라는 게 실질적으로 실험을 하는 아이가 그 실험의 결과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까닭이다. 너무 어렵게 접근하다보면 혹은 너무 준비물이 많아야 한다면 이미 시작할때부터 실패다. 그런데 이 책속의 작은 실험실은 그런면에서보면 합격이다.
여러분은 여름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보통은 겨울잠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겨울이 오면 동면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는 동물에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다고만 아는 게 대부분의 경우가 아닐까 하는데, 이 책을 통하여 여름잠에 대해 알게 된 아들녀석의 반응은 새삼스러웠다. 엄마, 여름에도 잠을 잔대요! 몸의 형태나 오감에 의한 정보, 그리고 사는 곳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정보등 이 책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은 참으로 많다. 일일이 그림으로 그려주며 설명해 놓았다. 문체도 엄마가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되도록 쉬운 말로 풀이해 놓은 것도 괜찮았다. 굳이 흠이라고 말한다면 책장을 넘기면서 갑작스럽게 만나지는 동물의 클로즈업된 모습이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동물그림이라면 괜찮겠지만 주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동물의 모습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라, 아이와 엄마가 함께 책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책장을 넘겼는데 예고도 없이 크고 선명한 색깔을 한, 구불구불하게 몸을 말고 있는 왕뱀이나 독뱀의 모습이 느닷없이 펼쳐지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검은톤의 배경색속에서 야행성 동물의 크고 밝은 커다란 두 눈을 만나게 된다면? 동물의 어느 특정부위를 크게 그려놓아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런 것들과 마주치고 나면 책장을 넘기는 게 조심스러워지곤 했다. 엄마의 욕심으로 아직 어린 유아기의 어린아이와 이 책을 보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이상의 아이들이 본다면 조금 나을 듯 하다. 곁들여놓은 세부적인 설명만으로도 아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크고 선명한 그림이 있는 덕에 아들녀석이 실감나게 책을 보고 있다. 가끔씩 툭 튀어나오는 약간은 혐오스러운(?) 몇 장면만 너그러이 봐줄 수 있다면 간접적인 체험학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엄마 이것봐요. 이거 정말 신기하지요? 와, 이런 것도 있구나~ 책에 빠져 있는 아들녀석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