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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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이 있지만 대한민국에도 각종 문학상이 있다.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도 기대되지만 세계일보가 주관하는 세계문학상도 꽤나 재미있게 읽었었다. 지금은 유명해진 작가의 이름들이 이런 공모전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긴장하기는. 기대하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왠걸, 그냥 빠져들고 말았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긴장감이 몰려왔다. 이런 소재를 이렇게까지 멋있게 표현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넘기는 순간마다 마치 영화의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궁금해서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영화를 만들다가 어느새 소설까지 마수를 뻗친 생태계 교란종. 하, 소개글이 꽤나 재미있다. 《커미션》이라는 영화를 제작하면서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는 말도 보인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우리 민속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었다. 1994년생이다. 대견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샤머니즘이라는 말이 있다. 원시적인 종교의 한 형태로 대한민국에서는 무속신앙이라고 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원시적인 의식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한, 중, 일이 대표적이다. 이 책에서는 수목 신앙과 가택 신앙을 다루고 있다. 수목 신앙은 마을 어귀에 있는 '당나무'를 모신다거나 오래된 나무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었던 것 중에서 아이를 낳은 집 대문에 금줄을 치는 것도, 장독대 항아리에 금줄을 치는 것도 가택 신앙의 일종이다. 한옥을 지을 때 골재가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하는 상량식도 가택 신앙이고, 풍수지리를 보는 것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한옥을 지을 때 가택 신앙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오래전에 인기를 끌었던 영화 <신과 함께>에서도 가택 신앙이 등장했었다. 한쪽에서는 전통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미신이라고 하는 우리의 민속문화다.

파가(破家) - 집을 허묾, 개기(開基) - 집터를 닦음, 열초(列礎) - 주춧돌을 놓음, 선목(選木) - 나무를 고름, 벌목(伐木) - 나무를 벰, 입주(立柱) - 기둥을 세움, 상량(上樑) - 대들보를 올림, 생가(生家) - 생명의 집... 목차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전 대통령의 생가가 불에 탔다. 그러나 그 집을 지은 도편수는 그 집을 절대 복원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하지만 생가를 관리하는 쪽에서는 집의 복원을 원한다. 한옥이라는 게 아무나 지을 수도 없었으니 또한 아무나 복원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죽은 도편수의 아들이 그 집을 복원하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그 집을 훑어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주 오래된 역사가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아픔과 고통을 전한다. 태어난 집 生家가 살 수 있는 집 生家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치밀하게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역사가 한조각씩 맞물린다. 무속신앙과 역사가 교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찾아오는 공포감이 꽤나 쫄깃했다. 인간의 욕망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인간은 무엇때문에 영생을 꿈꾸는 것일까? 그리고 인간은 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많은 이들의 원한이 서려있던 집 한채. 그 원한을 먹고 살았던 악령의 존재가 드러났을 때 흠칫했다. 얼마전에 <동궁>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미스터리 오컬트 사극이라고 소개했는데 꽤나 흥미로운 느낌을 전해 받았었다. 혹시라도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면 그에 못지 않은 드라마가 될 듯 하다. 이렇게 멋진 소설을 써 준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정말 멋진 소설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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