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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시간여행 - 수채화로 길어 올린 추억의 풍경 ㅣ 여행길 그림책 2
최명옥 지음 / 인문산책 / 2026년 6월
평점 :
본래의 이름이 ‘맑은 개울’이라는 청계천은 한양 사람들의 놀이터이자 빨래터였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모습과는 판이한 청계천 판자촌을, 똥덩어리 떠다니던 청계천을 기억한다. 가리봉동의 쪽방촌만큼이나 서러웠던 곳이 청계천 주변으로 늘어섰던 판자촌이었을 것이다.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철거된 삼일고가도로도 기억속에 남아 있다. 그 시절에 유명했던 곳이 평화시장 끝자락의 헌책방 거리였으며 황학동 벼룩시장이었다. 그 황학동 벼룩시장이 지금의 동묘앞 서울풍물시장의 전신이다. 우리는 보통 지나간 것을 추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다울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오래전 어린 시절을 보냈던 달동네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을 반추하며 추억하기보다는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던 까닭이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옛날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겨울이면 연탄재를 하나씩 들고나와 깨뜨리며 언덕길을 내려와야 했던 그 모든 순간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다녔던 국민학교와 중학교는 다행이 남아 있었지만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렇듯 우리의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변해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변화를 받아들이며 살기에는 너무 빠른 듯 하다. 그래서 수많은 부작용도 생겨난다. 수채화로 길어 올린 추억의 풍경! 이 책이 시선을 잡았던 이유다. 답사를 다니면서 어렴풋하게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현재 연필화를 배우고 있다. 추억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해 낸 일상의 느낌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들을 많이 가 보았다. 그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도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변화의 흐름앞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런지는 알 수 없다. 종로조차도 젊은 시절에 거닐었던 그 거리가 아닌데 하물며 다른 곳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성북동 북정마을, 홍제동 개미마을은 이상하리만큼 정겹게 느껴졌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레트로 감성이니 뭐니 하면서 새롭게 보고 있긴 하지만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에게는 많은 아픔이 느껴지는 장소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의 그림속에서 상투과자를 보고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센베이 과자, 상투 과자는 그 당시 참 고급스러운 과자였었는데... 지나간 시간들이 추억으로 간직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아이비생각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오만한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옛 스승들이 이르시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신 것이다.
<보왕삼매론> -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