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솔직히 종교적인 관념에 강한 거부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일단은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신교들의 영향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종교적인 흐름을 본다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굳이 <이슬람교>라거나, <코란>이라거나 하는 종교적인 의미의 말들을 까발리고 싶지 않았다. 종교적인 색채를 떠나서 이것은 명백한 인권유린이란 생각이 들었다면 단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에 대해 내가 얼만큼이나 알고 있을까? 언론지상을 통해서 들어왔던 몇개의 단어로 그들을 감히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나라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지도를 찾아본다해도 내게는 현실감이 전혀 없는 일일테니 말이다. 이 책속에서 그야말로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사람으로 살지 못했던 마리암과 라일라, 두 여인의 삶을 보았다. 하늘아래 그런 세상이 있을거라는, 아니 그런 세상도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실제적인 것으로 느낄수가 없었던 어느날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책속에서 재판관이 했던 말이 떠올라 화가 나기 시작했다. 여자는 남자와 뇌부터가 달라, 여자는 사고할 수가 없게 되어있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당장 뛰어나가 그 사람의 혀를 잘라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이 여인들의 삶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마리암...
그녀에게 있어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하녀였던 엄마를 두었다는 이유로 모두에게서 내쳐져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러 오는 아버지란 존재를 목빠지게 기다렸던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어둡고 칙칙한 자신의 삶보다는 밝고 넓을것만 같았던 아버지의 집을 찾아나섰지만 냉담한 아버지의 모습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다시 돌아온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엄마의 죽음. 세상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어야만 한다고 말하던 엄마와, 가끔씩 찾아와 세상을 이야기하던 아버지. 세상을 알고 싶었고 가족을 알고 싶었고 아버지의 삶을 알고 싶었던 마리암이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녀곁에 남겨져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여자는 오직 참아야 한다는... 그녀의 나이 열네살에 아버지의 생활속에서 쫓겨나듯이 해야만 했던 결혼생활은 어땠는가?  계속되어지는 유산으로 인하여 그녀의 삶은 이미 사람이기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 집에 속해있는 하나의 물건에 불과할 뿐이었다. 차라리 하녀였다면 나았을까? 비참함속에서 그녀에게 달려왔던 것은 깊은 절망뿐.
라시드...
마리암의 남편이다. 전통적인 이슬람교도인듯 하지만 상당한 기회주의자이다. 탐욕스러움의 상징물처럼 느껴지는 남자. 구두장이를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의 처세가 상당히 강한 편이다. 마리암에게 부르카를 입혀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차단시켰던 남자. 오로지 전통과 형식에 얽매인 채 사랑과 따스함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인간. 결국 마리암의 손에 죽게되지만 안됐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라일라...
마리암이 전통에 희생되어진 여자였다면 그나마 조금은 변화되어진 세상을 느낄 수 있었던 여인이다. 선생이었던 아버지의 교육 덕택에 가난했지만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여자도 배워야 한다, 앞으로는 너와 같은 여자의 힘이 많이 필요할 거라던 아버지의 격려와 믿음속에서 자라나지만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사랑하던 남자와 가족을 모두 잃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찾아온 불행의 덩어리는 그녀에게 얼마만큼의 인내와 시련을 안겨주려는지.
타리크...
라일라와 어릴적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이지만 후에 라일라의 연인이 된다. 라일라에게는 어쩌면 하나의 희망적인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남자를 보고 있으면 사랑만 있다면 힘겨운 세상도 살아낼 수 있을것 같다. 그가 있었음으로 라일라는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타리크를 통해 그녀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를일이다.

마리암과 라일라... 그녀들은 허울뿐인 전통에 얽매인 채 살아가는 여인과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조금은 진보적인 여인의 모습을 상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웃집의 아줌마와 소녀였던 두여인이 한남자의 소유물로 전락해가는 과정은 지독하다. 그야말로 처참했고 또한 비참했다. 사랑하던 남자 타리크의 아이를 위하여 라시드의 아내로 남기로 했던 라일라와  자신의 삶속에 느닷없이 뛰어든 라일라의 존재를 바라보아야 했던 마리암의 마음속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살아 숨쉬고 있었을까? 아니 살아 숨쉴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는 있었을까?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똑같이 절망뿐인 삶을 살아내던 두여인의 모습을 보면서 같은 여자로서 미안함과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그녀들에게 그런 삶을 내려준것이 그들의 신이라면 차라리 없어져 버리는 편이 더 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라일라에게 딸 아지자가 태어남으로 인하여 두여인은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그때부터는 모든 아픔을 함께 나누기 시작한다. 아니 아픔을 함께 나누었다기 보다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었다는 말이 맞을게다. 짐승같은 남편에게서 도망을 치던 순간에도, 다시 붙잡혀와 허리띠의 바클에 살점이 터지고 피가 튀기던 그 순간에도 그녀들은 하나였다. 그녀들은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라일라와 아지자를 통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받게 된 마리암으로써는 진정 그들을 잃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새 엄마와 딸의 모습으로 변해가던 마리암과 라일라의 그 진한 사랑이 내 눈가에 눈물로 맺혀져 왔다. 절망과 희망사이에서 곡예를 하듯이 살아내던 두여인의 모습이 눈물겨웠다.

라시드와 타리크... 하나는 절망이었으며 또 하나는 희망이었다. 끝없는 질책과 매질로 두여인에게서 사람으로써의 의미를 빼앗아 갔던 라시드. 나는 무심코 우리의 조선시대를 떠올렸다. 그시절의 우리 여인네들과 아프간의 여인네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람대접 못받기로야 우리의 여인네들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라일라의 아주 작은 희망마져도 짓밟아버린 라시드의 모습은 도저히 인간이었다고 말할 수 없었음이다. 마지막까지 라일라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었던 타리크가 안고 있었던 희망이라는 이름. 어쩌면 라일라가 희망을 사랑했었기에 그녀는 끝까지 살아남아 고향으로 되돌아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다시말하지만 나는 종교적인 색채를 드러내는 것을 과히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들어보시라.. 여자들은 항상 집에 있어야 한다. 이유없이 거리를 나다니는 것은 옳지 않다. 거리에서 혼자 다니다가 걸리면 곤장에 처해진 후 귀가시킬 것이다. 여자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얼굴을 보여선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심하게 맞을 것이다. 화장품은 금한다. 장신구도 금한다. 멋있는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상대방이 말을 걸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 남자들과 눈을 마주치면 안된다. 공공장소에서는 웃지마라, 적발되면 곤장에 처해질 것이다. 손톱을 치장하지마라, 적발되면 손가락 하나를 자를 것이다. 계집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 여학교는 즉시 폐쇄될 것이다. 여자들은 밖에서 일을 하면 안된다. 간통하다 적발되면 돌로 쳐 죽일 것이다. 이를 명심하고 복종하라...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선언인가 말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법을 만들어 툭하면 여자들을 매질하던 있을 수 없는 일들. 또한 그런 일들을 겪으며 살아가야 했을 여인들. 그 여인들은 도대체 왜?  지금같은 세상속에서 도대체 그들은 왜?  불쌍하기도 했지만 화가 났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렸다. 도대체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해.

이슬람교도가 아니면, 이슬람교도가 보이는 곳에서 기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곤장을 맞고 감옥에 갇힐 것이다. 이슬람교도를 개종시키려다가 잡히면 처형될 것이다...라는 그들만의 법칙도 보였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그들을 개종시키러 갔던 우리의 잘난 종교인들이 생각났다. 그야말로 무례하고 자만스러운 모습이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다른 문화에 대한 몰이해, 타자에 대한 몰이해는 물리적 폭력과 다를 바 없다는 것에 나는 감히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니 다른 문화와 민족, 그리고 다른 종교에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는 말에도 나는 적극 찬성하는 바이다.
이 세상속에서 마리암과 라일라처럼 살아왔던, 살고 있는, 살아야 할 여인들을 위해 우리는 뭔가 해야만 할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잠시 머리숙여 기도를 해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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