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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자
박진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평점 :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힘이 퇴화한 인간들은 이제 거대 시스템과 미디어가 설계한 '가짜 정답'의 포로가 되었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단 하루도 자신의 삶을 경영하지 못하는 '정신적 미성년자'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는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의심이라는 인간 고유의 권위를 너무나 쉽게 포기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에 넋을 잃고, 유행이라는 이름의 집단 광기에 편승하며, 다수의 의견이 곧 진리라고 믿는 '생각의 외주화'에 빠져 있다. 이것은 명백한 타의적 굴종이다.(-50쪽) 매서운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을 분류하자면 자기계발서다. 사실 자기계발서라는 장르는 넘쳐 흐른다. 그래서일까? 그다지 기대하는 마음이 없었다는 말이 차라리 솔직할 것이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말았다. 현실성 없는 허황한 말들만 늘어놓지 않을까? 싶은 그런 기우杞憂가 사라지고 있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경험에서 우러나는 말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세상에서 말하는 '괜찮은' 직업을 때려치웠고, 스스로 바닥으로 걸어갔다는 저자의 발걸음은 꽤나 무거웠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지금처럼 좋은 세상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그 이면의 어둠은 곧잘 감춰진다. 아니, 어쩌면 그 어둠을 보고싶어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삶이 어찌 항상 빛나는 날만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만 할 삶이라면 뚜렷한 주체성, 자신만의 생각을 밀어 부치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 세상의 눈치를 보며 산다는 것처럼 허무한 일도 없다.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된 진리지만.
존 스튜어트 밀은 일찍이 경고했다. 사회의 관습적 틀에만 맞추어 사는 것은 인간의 판단력을 거세하는 행위라고. 학창 시절 시키는 대로만 공부한 우등생들이 예상치 못한 실전 문제 앞에서 무너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며 '이런 상황은 이렇게 돌파한다'는 근육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밀은 개성이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선택과 훈련을 통해 개발되는 것이라 보았다. 생기 넘치던 아이들이 '우울한 어른'으로 전락하는 이유는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사회라는 거대한 맷돌에 갈아 넣었기 때문이다.(-66쪽) 백퍼센트 공감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위정자들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문득 위정자들은 백성들의 무지몽매함을 더 좋아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니 스스로가 자신을 다그쳐야 한다는 명제가 생겨난다. 자기계발서가 난무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공자 왈, 맹자 왈 보다는 현장에서의 가르침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말처럼 오직 대학이라는 모래성만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현실은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아픔이다.
우리는 미디어가 교묘하게 주입한 '행복 강박'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매일같이 특별한 이벤트가 터져야 하고, 화려한 음식을 먹어야 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에 노출되어야만 비로소 행복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불교의 오래된 지혜는 정반대의 진실을 가리킨다. "불행하지 않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다." 행복은 쟁취해야 할 화려한 전리품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과 불안이라는 노이즈가 제거된 상태에서 드러나는 우리 삶 본래의 '배경화면'과 같다. 단조롭고, 무료하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우리 인생의 '기본값'임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외부 자극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독자의 평온을 얻는다.(-123쪽) 단독자라는 말을 보았을 때 뭐지? 했다. 單獨者라는 말은 키에르케고르가 최초로 쓰기 시작한 말이라고 한다. 이런 말도 보인다. 단독자인 인간은 '절망'을 통해서 자신의 실존을 자각하고 절대자인 신에 대응할 수가 있으며, 진정한 신앙을 얻는다. 이와 같이 고독이나 절망, 또는 불안 등을 매개로 하여 실존으로서의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명확히 한다... 세상을 혼자 외롭게 살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실하게 하고 또 그것에 따라 움직이라는 말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 시류에 휩쓸려 다닌다.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평가받고 싶어한다. 어떤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집단에 속하지 않으면 불안한 까닭이라고. 하지만 내가 나만의 삶을 살아낸다고해서 집단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과 같은 것을 경계해야 할 신기루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시장의 파도에 휩쓸려 내 자본을 태우는 투자가 아니라, 나 자신의 가치를 태워 빛을 내는 투자가 먼저라고. 도전이 아니라 '설계'된 시스템만이 당신을 구원한다고. 여러 방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다. 寸鐵殺人!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