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기술
제니스 A.스프링 지음, 양은모 옮김 / 메가트렌드(문이당)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혹은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습득해야 할 것들은 얼마나 많을까?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고 용서에도 기술이 필요한 세상이니 더 말해 무얼할까 싶으면서도 어찌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어내야 하는 모든 일들에는 우리가 모르른 또다른 규칙같은 의미들이 많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용서의 기술>이란 책의 활자를 보면서 한번 마음을 닫아버리면 어지간해서 열지 못하는 내자신을 먼저 생각해냈다. 막무가내로 화를 내는 성격은 아닌지라 한번 화를 내면 그 마음을 영 다스리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먼저 이 책이 필요하지 싶었던거다.  처음 책을 받아 보았던 느낌대로 (사실 나는 딱딱한 양장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 책의 내용이 내게로 전해지길 바랬다. 그런데 왠걸? 읽고 또 읽고 나는 제자리만 맴돌고 있었으니... 

책속에서 만나지는 수많은 유형들의 심리전들은 가히 총을 쏘고 대포를 날려대는 전쟁보다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우리에게 혹은 나에게 아픔을 주었던 존재들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누구였을까? 그리고 또 무엇이었을까? 감히 말하건데 나를 아프게 했고 나를 화나게 했었던 존재들은 바로 내 곁에 있었다. 나의 주변을 항상 떠돌고 적어도 나와 가깝다고 느껴지는 존재들이 나를 화나게 했고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다시 또 똑같은 쳇바퀴의 삶을 살아내는 것은 아마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용서라는 의미때문이 아니었을까?  용서의 기술이라는 말보다는 그냥 용서하는 방법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라고 말해주고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혹은 부모가 아이에게, 아이가 부모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주고 받음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직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처를 받은 쪽과 상처를 준 쪽의 느낌과 의미가 서로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겨우 그것때문에? 뭐 그런걸 가지고?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상처로 받아들여지는 입장에서는 엄청 큰 의미로 다가온다는 거였다.

"당신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엄격한 기준과 고정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대단히 나쁜 일이라고 과대평가한다"-<124쪽>
문득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잣대를 가지고 산다는 말이 떠올랐다. 남에게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하는 모든 것들이 거기에서 비롯되어진다고 늘 생각은 하면서도 살아가는 일상이 어쩌면 나의 틀에 타인을 맞추고 싶어 안달을 하곤 했던것이 다반사이니...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를 따져 묻기 전에 다시한번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되돌아보는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 후에 다시한번 상대방을 바라본다면 좀 더 쉽고 빠르게 문제가 해결되는 거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예로 들어준 모든 유형들이 몇번씩 반복되어지고 있었던 까닭에 조금은 지루했던 면도 없지않아 있었다.

내게만큼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는 느낌들을 나는 이 책의 말미에 있었던 부록, 유년의 상처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아하, 싶었다. 그렇구나, 그렇겠구나... 그러면서 나는 가슴이 아팠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마음의 상처들이 알게 모르게 나의 삶을 지배하고 그 상처들로 인해 나로 모르는사이에 마음을 닫아버린 채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정말로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한아이를 둔 엄마로써, 그리고 내가 살아왔던 유년의 기억들을 되새겨보며 가슴 한쪽이 시리기도 했다. 누군가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 누군가에게 먼저 배려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테지만 그야말로 끝없이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은 강조하고 강조해도 넘쳐나지 않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용서에도 과연 기술이 필요한 것일까? 지금 나는 내 자신에게 묻고 있다. /아이비생각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이고 우리 모두는 불가피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상처 입힌 사람들은 그들이 야기한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픔을 달래는 향유를 발라 준다면 그 때 상처 입은 사람은 그것이 진심임을 알고 회복하게 된다. 사랑처럼 치유는 보살피는 관계에 있을 때 성공한다. 사람은 혼자 사랑할 수 없으며 혼자 용서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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